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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오크밸리의 꿈/■정재영 치과이식학회 회장


제1회 치의학회 임원 및 분과학회장 연석회의를 다녀와서


 

오래 전에 선약했던 진주에서 열리는 행사에 불참을 통고할 수밖에 없었다. 맡은 학회 책임자의 의무감에서만은 아니었다. 신으로부터 위임 받은 신성한 직업에서 오는 오히려 찬란한 기쁨이었다. 더군다나 오늘 모임은 김여갑 회장의 집행부가 새로 시작하는 치의학회 초두 모임에 말석자리에 앉아 점명이라도 해드리는 것이 그 분들의 노고를 감사하며 작은 격려라도 될까하는 단순한 기대와 조촐하지만 간절한 축복의 심정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회의 장소에 찾아가는 마음은 동일직업군의 작은 일원으로 나를 향해서도 선택된 축복이었다.


만사를 제처 두고 회의 장소인 오크밸리 사우스 콘도를 향했다. 예정된 시간 보다 좀 늦어진 도착이었다. 주말이라는 교통상태의 추측이 빗나간 것은 아니었지만, 설상가상으로 예견하지 못한 돌발 사정 탓으로 불가피하게 지연된 불성실로 인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회의실로 허겁지겁 입장했다. 그러나 대부분 같은 여건이라서인지 약속된 몇 분의 도착지연이 생겼다는 격려와 환영의 미소로 반갑게 맞아주었다.


개회선언 순서 전에 겨우 참석했지만, 내색하지 않은 얼굴로 기다려 주는 풍성한 여유의 인격은 우리가 동지라는 의식을 더 체감할 수 있었다. 그 탓인지 모르나 회의 내내 발언되는 진진한 언어, 남을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품위 있는 인격의 분위기는 능란한 주최 측의 진행솜씨에 곁들어 치과계 앞날을 위한 진솔한 논의가 자연히 진지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진지한 발언들은 저녁식사 시간을 즐거운 마음으로 한 시간이나 뒤로 미루게 만들었다.


치과계 모임에 참석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나이 들수록 더 진한 고마움이 더 늘어 간다. 젊음시절부터 품어왔던 꿈들, 존재론적 의미이자 취미가 돼버린 직업의 고마움, 누구나 누릴 수 없는 치과의사라는 브랜드의 역사적 의미 등을 생각할수록 그것들은 더욱 신성한 제의적 의미로 다가온다. 치과의사로 살아 왔던 날들이 주었던 감격은 키워준 선배님과 서로 아끼는 동료들로 구성된 조직 안에서 치과계의 일원으로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 속에서 달구어지는 자긍심은 초복이 가까워진 여름 열기의 이유만은 아니다. 선배로부터 물려받은 직업적 축복, 그것이 오고 가는 세월동안 치과의사 모든 분들에게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단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사회적 동물의 본능에서 기인될 걸까?


정책을 정하는 일도 개인 생활과 그리 별다르지 않다. 세월이 지나서 돌이켜 보면 “그 때 더 잘 할 수도 있을텐데, 아니 더 잘할 수 있었을 거야.” 매번 뉘우치게 된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 후회하고 싶은 사람이 따로 있던가. 그러나 지금 우리 치과계는 후회 아닌 고민에 빠져 있다.
이번 회의의 주된 과제는 여러 가지였다. 그 중 중요한 테마는 전문의에 관한 건으로 모두 예민하고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 이 주제는 단지 치의학회 연구 테마가 아닌, 협회 산하 모든 치과의사들과 관계된 초미의 관심거리다. 대학병원 입장과 개원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앞으로 향배가 궁금한 난제 중 가장 힘든 의제다.


그것은 이미 결의된 8%로의 소수정예원칙이 부서진 현실에서 초래된 불신이다. 예측된 혼란, 단지 법과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다. 마치 결혼만 시켜주면 다 된다고 부모에게 결혼 허락만을 졸라대던 자식들이 혼인 후 아기까지 맡겨 키워달라고, 심지어 집까지 넓혀달라고 하는 모양 같아 여간 씁쓸하지 않다. 현 제도가 실시하자마자 중대한 난제에 봉착했다면 그런 중요한 후유증을 우리의 리더들이 사전에 예견하지 못했단 말인가. 시초부터 약조를 일방적으로 깨버릴 거라면 애초 그 부당함을 끝까지 우겼어야 했던 게 아니었던가. 우선 시작이라도 해보자며 단지 전술에 지나지 않은 얄팍한 유인술의 호소였단 말인가. 시행하자 금방 허점이 노출될 것을 오래 동안 연구하고 다루었던 책임자들은 그런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예측하지 못하고 합의를 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