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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시- 층별 표정/송선헌

 

잠결에 부고를 들었다. 그리고 재해경고 메시지가 도착했다. 강풍에 날아가지 말라는 주의보. 자는 사이에 사랑하는 길가의 꽃들이 내려앉았다. 무거운 출근을 했다. 초진환자의 보험치료비로는 칼국수 값을 내지 못한다. 조는 척 1층 약국을 스친다. 약국에는 인간이 만든 약들이 즐비하다. 저걸 누가 다 먹는가요? 병이 먹는다 약은. 데스크 직원은 매일 잔돈을 바꾸러 은행에 간다. 그것도 일이다. 엘리베이터가 9층까지 오는데 3층, 6층을 쉬고 왔다. 바람이 있는 옥상은 걸어가야 한다. 어떤 이가 왼손으로 3층을 눌렀다. 혼자였다. 사연이 있겠지 하며 시선을 돌리다가 반대쪽 거울에서 마주친다 눈동자끼리. 그 분이 내린 곳은 산과 부인과다. 엘리베이터가 잠시 가벼워졌다. 땅에서 멀어질수록 지구 중심으로 끌리는 끈끈함은 더 강해질 것이다. 이젠 둘 만 남았다. 진한 쥐색 양복에 빨강 타이를 한 중년의 아저씨는 천장만 처다 본다. 일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이다. 몇 층으로 갈까 궁금하다. 누가 6층을 눌렀는지 나는 모른다. 3층에서 내린 여자가 사라질 즈음 6층 문이 열리고 아저씨는 걸어 나간다. 조금은 급한 듯이. 6층은 아랫도리가 부실할 때 가는 곳. 마사지 또는 약을 처방 받는다. 처방이 멀까 궁금하다 그러나 비밀이다. 다시 엘리베이터는 칙칙한 말 못할 어둠을 뚫고 올라간다. 9층은 내가 일하는 곳, 속을 보는 곳. 입 속을 여는 층. 창피하다. 익숙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 속도 어둡다. 먹고 산다는 것은 철저한 자극 감퇴제다. 취미는 더욱 아니다. 그래도 끈기 있게 먹고 사는데 만 충실할 뿐이다. 엘리베이터가 잠시 쉬는 층마다 표정이 틀리다. 그러면 엘리베이터는 무얼 먹고 사는가. 환자들의 표정을? 새벽에 오는 전화는 불길하다. 맞다. 제천에 가야 한다는 부고다. 잘 가세요 산자 죽은 자 모두. 지하 1층에서 자는 엘리베이터도 잘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