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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수필)]즐겨 듣는 클래식/임철중

악기를 고르라면 현악기, 그 중에도 바이올린을 선호한다. 제작에서 연주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비중(Human Factor)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악기마다 연주자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도 연주할 때마다 맛이 다른, 그야말로 인간의 체온이 가득한 소리를 낸다. 과학의 발달로 소재와 기술이 천지개벽을 해도 3백년 가까운 Stradivari가 여전히 거장들에게 사랑받고, 해마다 경매기록을 갈아 치운다(The Hammer; 2006년 $3.544.000). 세계 4대 골프대회 중 British Open을‘The Open" 이라고 부르는 것은 종주국 영국의 자존심이요 누구나 이를 인정하듯이, 베토벤의 유일한 바이올린협주곡에는 앞에 정관사 ‘The’가 붙는다.


Itzhak Perlman이 줄리니와 협연한‘The Violin Concerto’를 1980년도 Emi社 Laser Disc로 즐겨 듣는다. 이 곡은 70년 뒤 브람스에 의해 짝꿍을 만나 외로움을 면하는데, 브람스 협주곡(VC in D, Op.77) 또한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에서 거의 연례행사로 연주되며, 펄만의 Emi社 1993년판 DVD로 감상할 수 있다. Violin Sonata도 펄만의 베토벤 제 5번 작품 24,‘봄’을 추천한다.


그러나 바이올린의 체온을 가장 깊이 음미하려면 독주(Solo), 그 중에도 연주의 명인들이(Virtuoso) 직접 작곡한 곡들이 제격이다. 범위를 더 좁히면 집시멜로디로 알려진 헝가리계의 소품들이 있다. 전통적으로 이주민들에게 관대한 나라이기에 인구의 10%가 집시이고 집시악단도 많지만, 사실 그 가운데 집시가 아닌 헝가리 고유의 민속음악도 많이 섞여있다고 한다. 이런 조건에 딱 들어맞는 자유분방한(?) 헝가리 소품들 중에 Hora Staccato와 Czardas의 두 곡을 대전시향 푸스카스의 연주로 꼭 한번 듣고 싶다. 앞의 곡은 당대의 집시 명연주자 Dinicu의 작품을 Heifetz가 손질한 것으로, 호라는 농민들의 집단무용 이름이란다. 역시 집시 연주자였던 Vittorio Monti가 작곡한 차르다스는 작은 술집이라는 어원을 가진 말로 다 같은 헝가리의 춤곡이다. 광상곡적인 느린 부분과 야성적이고 빠른 부분이 교차하는 이 곡을 눈을 감고 들으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아더 피들러의 ‘Wonderful World of Music" 은 1970년대 당시로는 최고의 음질에 가격마저 착하던 리더스 다이제스트社의 보급판 LP집인데, 관현악으로 편곡된 이 두 개의 작은 보석이(Gem) 실려 있다. 너무나 인간적인 집시 바이올린 선율을 가장 인간적인 LP로 듣는다는 것은 따 따블로 따뜻한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