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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우리는 만났지만 우리가 만났을까? / 김 일 현

[여백]

우리는 만났지만 우리가 만났을까?


김 일 현
사천시 연세치과의원 원장

 

 

만개 전의 봄비로 항상 아쉬움이 있을 때인데
이른 더위로 지쳐 보이는 봄꽃 땜에 봄이 봄 같지 않습니다
 
딸을 아끼고 며느리를 내 몬다는 봄볕에
곱디고운 피부 태우며 아내가
퍽퍽거리는 땅에 곱게 심은  꽃 나무에 몰래 물을 줍니다
 
주변 꽃나무들도 갈한 목을 축이는데
나 모르게 기도를, 배려를 해 주는 이들을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활의 의미대로 자라게 하는 이는
심는 이도, 물주는 이도 아니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