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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수필 상] 내가 사랑한 ‘세 여자’

올해의 수필 상
제1735번째 이야기 5월3일 게재


내가 사랑한 ‘세 여자’


이런 제목을 달고 수필을 쓰려고 하니, 마치 인터넷에서 올라온 기사성 글귀에 현혹되어 클릭하다, 요즘 하는 말로 낚였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지천명(知天命)을 앞에 두고 세 여자에 대한 관심, 사랑,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함을 느끼게 됩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여자는 다름 아닌 어머니, 아내, 딸입니다.


누군가 남자는 철이 늦게 든다 라고 하는데 결혼을 해서 나이를 먹다보니 이제서야 철이 든 느낌입니다. 어린 시절 힘들고 괴로울 때면 항상 옆에서 격려의 말씀과 더불어 자신감을 주셨던 어머니가 칠순(七旬)을 넘어 아직도 이 철부지 아들을 멀리서 못내 그리워하며 염려하고 계시는 것을 항상 지켜보고 있습니다. 말씀은 자주 안하시지만 고향에 내려가거나 전화를 드릴 때 늘 하시는 말씀은 항상 “몸 건강해라”라고 말씀하시며 집에서 기른 농작물이나 당신께서 직접 손수 담근 김치며, 여러 가지 반찬을 꼭 손에 쥐어 주시곤 하십니다. 결혼을 하고나서 이제 그러실 필요가 없고, 가져가기도 번거롭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오히려 택배로 보내시는 방법까지 터득하셔서 보내주시는 어머님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끝이 없음을 느끼게 됩니다.


주변에 친구 어머님, 아버님들의 부고장(訃告狀)이 올 때면 살아계실 때 잘해드리고 잘 찾아뵈어야 한다는 마음을 다시 되새겨 보지만 어머님을 찾아뵙는 횟수는 많아야 명절과 생신, 어버이날 정도니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의 10분의 1도 안된 사랑을 어머니에게 베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어머니는 아들에 대해 모든 것을 바쳐서 세월을 보내셨는데 저는 두 여자(아내, 딸)에게 사랑을 더하는 모순으로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 앞에 자식은 한낱 초라한 사랑으로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돌아가시면 이제 사랑이 아닌 사모하는 마음으로만 남게 되겠죠! “더 잘 해드려야지” 하는 마음만 먹고 사는 영원한 철부지입니다.


아내를 만나 사랑을 하고 가정을 이루면서 백년해로 하겠다는 마음을 안고 살기를 22년간 지속하고 있습니다. 아들, 딸 낳고 살다보니 어느덧 세월은 흘러 중년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아내와 참 열심히 사랑하며 살았고 행복한 나날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희로애락도 많이 느꼈습니다. 한 아이가 태어나서 점차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식에 대한 관심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언젠가 아내는 아들에게, 나는 딸에게 좀 더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내에 대한 사랑은 점차 자리를 잃고 통상적으로 딸 바보가 된 아빠들의 전철을 밟게 되었으며, 아내의 아들에 대한 사랑이 마치 어머니께서 저에게 베풀었던 그 모습을 재차 확인하는 모성애를 보았습니다. 저를 사랑해주어야 할 아내의 열정은 아들에게 많이 할애되어 모든 일정이 아이에게 편중되는 현상을 느꼈고, 아내도 나에 대한 관심보다 아들에게 관심이 더해가는 모습을 느끼면서 문득 내리사랑이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저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셨을 때 아버지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리고 현재 나는 아내의 이 행동에 어떤 모습으로 다가서야 하나?


깨달았습니다. 현실은 아내를 미워할 수 없다는 것을~


부모님은 마음에서 멀어지고 자식은 떠나가도 아내는 남습니다. 고령사회에서 평생 동반자로 살아가고 노후에 곰국이라도 얻어먹으려면 아내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느끼며 적응해가는 중년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어머니에게 효도를 잘 하더라도 항상 부족합니다. 딸에게 베푸는 무조건적 사랑은 돌아오지 않고 백년손님에게 빼앗깁니다. 그러나 아내는 사랑받고 베품을 받은 만큼 기억하고 있다가 저에게 베푸는 Give & Take의 원리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원리를 실천하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딸 바보의 저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 아내에 대한 사랑과 달리 무조건적인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생이 된 딸이 어엿한 성인이 되어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니고 남자친구를 사귀어도 왠지 남자들의 속성상 미덥지가 않으니, 사랑을 넘어 관심이 아닌 간섭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딸이 부모 품을 떠나 사랑하는 남편 품으로 가는 결혼전까지는 무조건적 사랑을 딸에게 베풀고 있습니다.


어머니 보다 아내보다 다른 차원의 사랑을 베푸는 이 여자(딸)에게 분명 언젠가는 양상군자(梁上君子)가 와서 데려가겠죠! 나쁜 도둑이 아닌 좋은 도둑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22년전 장인께서 저에게 하신 말씀을 떠 올립니다. “내 딸이 부족한 것이 많으니 서로 이해하고 살아가게” 라는 말씀을 기억합니다. 지금은 딸이 시집을 가는 것이 아니고 남자가 오는 경우가 많아 상황은 달라졌지만 딸에 대한 애정과 사랑은 계속할 예정입니다.


세 여자 모두 소중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어떤 여자를 선택하든 난 지금 이 세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으니 행복한 남자임이 분명합니다.


요즘 이런 말이 있습니다.


“물보다 진한 게 피고 피보다 진한 게 돈이다” 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는 무엇입니까? 돈 앞에 가족이 해체되고 가정이 붕괴되는 요즘 현실에 진정 중요한 것은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사랑이 아닐까요!

  

이승룡/뿌리샘치과의원 원장


수상소감
“일상의 세심한 표현이 가져다준 행운”


예기치 못한 일들은 행운보다 불행이 더 많이 찾아오지 않나 싶은데, 치의신보에 게재되었던 릴레이수필에서 올해의 수필상이라는 행운을 받아, 기쁨보다는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필력이 그리 강하지도 않고, 훨씬 능력이 뛰어난 분도 많으신데 모든 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청소년기에 무작정 부르던 유행가 가사가 요즘은 노래가사 마디마다 모두 나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듯 심금을 울릴 때가 많습니다. 이렇듯 세월이 흐르면서 굴곡진 삶을 살다보면 저절로 철학자가 되고 시인이 되고 문필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삶에서 평소 느꼈던 부분을 정리해서 글로 옮긴 내용들이 공감을 불러 수상을 한 배경이라고 봅니다.


요즘 치과계가 경제 한파와 함께 힘든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힘든 일을 겪기 마련인데 그럴 때 대개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닥쳐오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잠시 주변을 둘러보면 나보다 더 큰 고통과 싸우는 사람이 무척 많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으며, 지나간 일을 생각하면 지금보다 더 큰 시련과 어려움을 잘 이겨내 왔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시련과 고통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고 우리들은 그것들을 충분히 극복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용띠해인 올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유종의 미를 거두시고 가정과 치과에 행운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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