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커피를 들고 창밖을 내다보며 Billy Joel이 부른 ‘Honesty’라는 노래를 듣다보니 여러 가지 상념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중학교 때 ‘Honesty is the best policy!’라는 영어 속담을 배웠을 때 선진국인 미국 사람들은 다 정직한 것으로 알았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미국인이라서 더 정직한 것은 아니지만 그 사회가 정직을 덕목으로 삼고 있는 분위기는 살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본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思いやり(omoiyari)’를 몸에 배이게 하는 게 교육목표라서 대체로 나대지 않고 조용하다. 한국에 비해 고소, 고발사건도 드물다. 몇 해 전 신문에 게재된 신간안내의 내용을 보니 그 해 위증죄로 기소된 사람이 1400명으로 일본의 172배, 인구수를 감안하면 430배이고, 무고건수는 500배로 1인당으로 환산하면 1250배나 된다고 해서 적잖이 놀랐다. 일본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어 일본보다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그렇게 높을 줄은 몰랐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은 거짓말을 잘 하는 나라로 알려지게 되었다. 같은 해 자동차보험, 생명보험, 손해보험, 의료보험 등의 보험사기
막내아들이 결혼식 청첩장을 준비하면서 반드시 초청해야 할 하객들의 수를 알려 달라고 했다. 일단 친척들과 친한 친구들을 염두에 두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일로 인연이 맺어진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고 나조차도 놀라웠다.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전화번호를 입력해 두었는데 시간이 흐르다 보니 누구인지 연상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여서 이번 기회에 삭제해 버렸다. 지금까지 불필요한 일과 소중하지 않은 상대에게 많은 시간과 정열을 낭비하며 살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과 내 가족을 먼저 챙기며 살아야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나를 옭아매어온 쓰잘 데 없어 보이는 인간관계를 없애버려야 여생 짊어지고 가야 할 인생의 무게도 줄어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도 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장단에 놀아나지 말아야겠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북치고, 장구치고, 꽹과리 치고, 추임새도 넣어가며 신명나게 놀다보면 내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알아서 내가 만들어 놓은 마당에 들어와 함께 놀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아 만족스럽지 못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