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신은 당신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
치과의사로서 살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난관에 대해 좌절하지 않으려면 모든 비극적인 일이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전제를 최대한 넓고 깊게 깔아 두는 게 현명하다. 갑자기 초진상 환자가 치과에 드러누워 분신 소동을 벌이더라도, 믿었던 수납직원이 수억을 횡령하고 잠적하더라도, 치과의사라면 언제나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음을 깨닫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갑작스러운 비극 앞에서 좌절 없이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지혜다. 세네카를 비롯한 스토아 철학자들은, 비극적 상황이라는 것을 마치 자연재해처럼 아무런 의도나 감정 없이 내 앞에 닥치는 것으로 보았다. 거기엔 아무런 명분도 원한도 없으며, 상대가 악인이든 선인이든 지위가 높든 낮든 상관없이 다가오는 것이다. 따라서 그걸 맞이하는 개인 역시 그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 돌발적인 상황에 정념이 이끌리는 것은, 좌절과 분노를 불러일으키며, 특히 스스로 정의롭고 선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개인에게는 더욱 큰 분노를 유발한다. 그러나 애초에 비극은 상대가 선인이든 악인이든 상관없이, 마치 하늘에서 번개가 떨어지고 땅에서 지진이 발생하듯 내 앞에 나타나는 것인데, 이 시점에서 ‘나는 선하고
- 박상준 서울S치과의원 원장
- 2023-07-19 1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