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굴레 속에서 立冬(입동)을 지나는 이때쯤이면 아침으로 제법 쌀쌀한 기온으로 주위에서 환절기로 생체기를 겪으며 겨울을 무난히 지내기 위해 면역력을 키우고 있는 우리네 인간들이 거룩해 보이는 요즈음……. 모든 자연의 생명들도 새로운 시작을 위해 나뭇잎을 떨구거나 동면을 통해 지혜를 실천하고 있음을 바라보며 인간들도 1년 간의 매무새를 정갈하게 비우고 내려놓는 마무리를 통해 자연의 흐름 속에서 나는 과연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백팔 배와 瞑想(명상)을 끝내고 돌아앉아 맑은 차를 마시며 想念(상념)에 잠겨 본다. 오래 전부터 행해오고 있는 이러한 닦음을 통해 투명해진 나에게 무엇을 남기고 또 어떠한 숙제로 남았을까 생각해 본다. 수많은 법정(法頂) 선사의 말씀 중에 “자기 자신만의 투철한 질서를 가지고 『홀로 있음』을 경험하면서 자유인이 돼라!”는 귀한 가르침이 있는데, 이는 걸리적거리는 주위환경을 잠시 물리치고 자신을 들여다보고 맑게 하는 닦음을 통해 沈默(침묵)의 의미를 담으라는 큰 가르침으로 이를 잘 담아내고 있는 내 자신이 대견스럽게 여겨진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부처가 태어나자마자 일갈했다는 『天上天下唯我獨尊(천상천하유아독존)』
하염없이 내리는 가을비의 느낌과 소리를 마음에 담으며 어떤 에너지에 이끌려 긁적여 본다. 저기압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지만 내 마음의 비도 깊은 상념으로 승화되어 내가 좋아하는 대금음악과 명상음악이 어우려져 나만의 아우라에 휩싸여 나도 몰래 이 글을 쓰고 있다. 우리 집 거실의 탁자에는 항상 “맑고 향기롭게” 재단에서 매달 보내 주시는 귀한 책자가 매일 나를 반기고 있다. 거참! 생각할수록 고마운 일이다. 조금은 초라해 보이는 얇은 책이지만 이 녀석을 대할 때마다 마음이 포근하고 따뜻해진다. 마치 법정께서 그윽한 염화미소의 눈길로 내려다보듯이.... 분량이 많지 않아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지혜의 말씀인 법정스님의 글이 있고 맑고 향기로운 내용의 글들.... 이 세상에서 “맑고 향기롭게”보다 맑고 향기로운 단어와 문장은 없으리라! 마치 우주의 언어와 같이 나를 투명하게 받혀주고 있으며 맑고 향기롭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온갖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지식으로 버무려진 책이 나를 이리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겠는가? 현재의 나를 볼 수 있게 하고 나를 어루만지는 것은 단연 “맑고 향기롭게” 책자이다. 매달 나도 몰래 기다려지는 편지이다. 지금의 집사람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