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말 예과 때,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과 페스트를 읽었다. 그 당시는 실존주의 철학이나 실존주의 문학이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던 때였다. 싫든 좋든 인류 앞에 닥친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그 상황에 갇혀버린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와 새로운 윤리의 모색을 시도한 사람들의 문학이 협의의 ‘실존주의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된 상황에서, 카뮈의 ‘페스트’가 떠올라 다시 읽어보기로 하였다. 카뮈는 본문 시작 전에, “한 가지의 감옥살이를 다른 한 가지의 감옥살이에 빗대어 대신 표현해 보는 것은, 어느 것이건 실제로 존재하는 그 무엇을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에 빗대어 표현해 본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합당한 일이다.”라는 다니엘 디포의 글을 인용하고 있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194X년 프랑스령 알제리의 오랑시에서 발생한 페스트로 봉쇄된, 오랑시에 갇힌 시민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실제로 인구 20만인 오랑시에서 페스트가 발생한 것은 아니니, ‘페스트’ 전체의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에 빗대어 대신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페스트에 빗대어진 ‘실제로 존재하는 그 무엇’은 무엇일까. 1941년부터 1947년에 걸쳐 7년 만
인류가 등장한 때부터 전염병도 함께 하였을 것이다.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5세(BCE 1145~BCE 1141년)의 미라에서 천연두(small pox; variola virus) 병변이 발견되었다. 통일신라 헌강왕(재위:875~886)때 처용이 역신(疫神)을 쫓았다는 설화에서 신라시대에 천연두가 창궐했음을 알 수 있다. 1519년 에스파냐의 에르난 코르테스(Don Hernándo Cortés de Monroy;1485~1547년)는 550명의 부하를 끌고 아즈텍 제국에 침입해, 천연두로 죽은 군인의 시체로, 면역성이 없던 아즈텍 인들을 감염 사망시켜 승리하였다. 이와 같이 천연두는 인류의 역사상 오랜 기간 광범위한 유행을 일으켜 왔으며, 20세기에도 많은 사망자를 유발했다. 하지만 예방 백신의 보급에 따라, 1977년 소말리아의 마지막 감염자 이후로 신규 감염자 발생이 없어, 세계보건기구(WHO)가 1979년 12월 9일에 지구상 천연두 박멸을 선언, 작년 12월 천연두 박멸 40주년을 기념하였다. 흑사병(peste; Yersinia pestis)이 14세기 중반 유럽에서 대유행해 약 7500만 명 인구의 1/3이 사망해, 농노들의 노동력 부족으로 봉건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