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이 어린 선배님
“번개 파워! 발차기~ 얍얍얍!” 이쯤이다. 이쯤에서 꼭 쓰러져줘야 ‘이겼다’하고 탄성이 나온다. 3살 딸아이는 유독 꼬마 영웅 놀이를 좋아한다. 본인이 꼬마 영웅이 되면 엄마나 아빠는 괴물이 되어 번개 파워나 발차기에 맞고 쓰러져줘야 놀이가 끝난다. 그런데 요즘에는 종종 엄마에게도 같이 꼬마 영웅이 되자고 제안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냉장고나 아빠 옷, 또는 회전의자가 괴물이 되고는 한다. 그렇게 같이 꼬마 영웅이 되어 괴물을 쓰러뜨리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좋아하다가, 어쩐 일인지 갑자기 엄마를 보며 진지하게, 그리고 다소 따끔하게 이렇게 얘기한다. “안돼, 괴물도 우리 친구잖아.” 저도 같이 괴물을 물리친 주제에 꼭 엄마만 나무란다. 괴물도 우리 친구니까 물리쳤다고 좋아하지 말고, 또 이제 괴물을 괴롭히지도 말란다. 아이의 친구에 대한 기준은 참 모호하지만 단호하다. 방에서 놀다 어둠이 지면 갖가지 사물이 만들어내는 괴물 그림자가 무서워 엄마에게 달려오다가도, “아, 맞다! 옷걸이 괴물도 우리 친구지?” 하고는 다시 쪼르르 달려가 어둠을 이겨내고 신나게 논다. 최근 곤충에 푹 빠진 아이는 어린이집이 끝나면, 아파트 앞 커다란 나무에 집을 지은 엄마 거미와
- 이주선 (주)휴네스 부장
- 2021-11-10 1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