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과 만남의 길목에서
봄은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아침 새소리에 잠을 깼다. 그리고 눈부신 햇살... 봄이 오긴 했지만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활동이 제약받고, 학생 없는 교실에서 혼자 이야기해야 하는 온라인수업으로 삶 자체가 무엇인가에 억눌리고 자유롭지 않은 시간이었다. 아침의 햇살과 새소리 그리고 바람에 실려 오는 따뜻한 기운이 무거운 사슬을 끊고 밖으로 나가라는 봄 빛깔의 유혹을 한다. 15년을 사용하던 카메라의 무게를 늙은 손목이 감당하지 못해 가벼운 기종으로 바꾸고도 서랍에 잠만 자던 카메라를 꺼내 한강으로 향했다. 집에서 한강으로 이어진 아파트 사이로 길게 이어진 공원에서 봄꽃 구경이라도 할 겸... 기대와 들뜬 마음으로 가벼운 걸음을 걷던 중 걸려온 전화 한 통... 그리고 전화기 건너 흐느끼는 큰언니의 울음소리 “숙아 빨리 와라...” 그리고 연상된 단어 아버지... 쿵... 모든 게 사라진다. 봄기운도 풍광도... 회색의 공간에 오로지 혼자 남겨진다. 평소 다급하거나 위중한 일에 무척 냉정한 편이라 주변인에게 오해를 사는 사람이지만 지금은 100M를 완주한 사람의 가슴처럼 벌떡거림을 진정하며 “제발...”이라는 단어만 되뇐다. 아버지... 22살
- 황윤숙 한양여자대학교 교수
- 2020-04-21 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