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튜브에서 재미있는 채널을 만났습니다. 요즘 TV 프로그램에서 종종 뵐 수 있는 유현준 교수님의 건축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채널이었습니다. 흥미로운 마음으로 영상 하나를 틀었는데,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업로드 된 동영상을 죄다 보았습니다. ‘공간’이라는 주제를 생각해본 적 조차 없었기에 오히려 흥미로웠던 걸까요? 갑작스럽게 ‘공간’이라는 주제에 매력에 홀려서는 저의 공간을 생각해봤습니다. 사실 몰아치는 시험과 실습들을 핑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본과 학생이기에… 공간이란 무엇인지 생각할 만큼 주위를 둘러볼 여유를 갖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항상 존재하는 그 곳이 공간인데 특별함을 느끼지도 못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공간과 제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유현준 교수님의 말씀에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생활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이라는 공간은 조금 독특합니다. 다른 의과대학 혹은 치과대학이 그렇듯이 병원과 함께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실습때문에 병원과 떨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 특이점이, 유현준 교수님의 건축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것보다도 큰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조금은 구태의연한 표현이 있습니다. 지금은 책을 대체할 만한 많은 매체가 마음의 양식 역할을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음의 양식은 책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양식’이라는 말이 마음에 좀 걸립니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먹을거리’라는 의미이니 그것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얘기니까요. 그 말대로라면 책을 읽지 않으면 마음은 죽는 거니까요. 그럼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이 죽어있을까 생각하니 안타깝습니다. 우리의 몸은 너무나 많은 먹거리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정말 몸에 좋은 것도 있지만 먹으면 안 되는 것, 먹으면 죽는 것도 있습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매체는 보거나 읽으면 해로운 것도 많습니다. 그 마음에 치명상을 입히기도 합니다. 상처받고 아픈 몸을 다시 회복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제대로 된 음식입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상
코로나19로 우리들의 생활이 거리두기가 뉴노멀이 되고 언택트가 일상화가 되고 있지만,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가고 차가운 바람이 불면서 자연은 어김없이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초록빛이었던 나뭇잎들이 노랗게 빨갛게 물들어가더니 이젠 푸른 숲이 다양한 색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다. 단풍 시작일은 기온, 토양수분, 일사량 등 다양한 환경요인의 영향을 받는데,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관계자는 “10월 하순까지 이상 저온 및 이상 고온 발생 가능성이 작다는 전망을 고려하였을 때, 올가을 단풍은 10월 중순에 지리산, 한라산 등 남부지방에서 들기 시작해 10월 말께 절정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12일 산림청 국립수목원 ‘2021년 산림 가을 단풍 예측 지도’에 따르면 가장 일찍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곳은 지리산(세석)으로 오는 20일 전후 6일간이며, 제주 한라수목원은 11월 13일(±11일)로 가장 늦을 전망이다. 그 밖에 설악산(권금성)은 10월 23일(±10일), 속리산은 10월 23일(±4일), 내장산은 10월 23일(±12일), 한라산(1100도로)은 11월 4일(±4일)에 단풍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대개 하루 최저기온이 영상 5℃
소아치과 수련을 마치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분당에 진료공간을 마련해서 아이들을 진료하기 시작한 지 1년 정도 지난 1997년의 어느 날 정난기가 많은 얼굴의 귀여운 6살 남자아이가 엄마 손에 이끌리어 신환으로 찾아왔습니다. 처음 방문했는데도 여러 번 왔던 것처럼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병원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면서 구경하기 바빴고 유닛에 올라와서도 씩씩하게 곧잘 협조해주어서 검진과 간단한 치료도 쉽게 진행되었었지요. 이후 어머님께서 정기검진도 꾸준하게 잘 데리고 와주셔서 지속적으로 검진과 관리를 했었고 아이는 많이 잘 따랐습니다. 몇 년이 지나서 아이의 유치가 빠지고 앞니가 영구치로 교환되어 있었는데 그 나이의 남자아이들이 자주 그러는 것처럼 놀이터에서 놀다가 앞니를 다쳐 울면서 응급으로 치과에 왔었습니다. 상악 좌측 중절치가 사선으로 비스듬하게 1/3정도 부러져나갔고, 치수가 노출되기 직전이었습니다. 놀라서 우는 아이를 겨우 달래어서 레진으로 모양을 당일 만들어주었고, 맹구가 된 것 같은 모습에서 잠깐 사이에 다시 제 모양을 찾은 자기 이를 거울로 보며 그 아이는 활짝 웃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활동적일 나이인지라 그 이후에도 정기적인 검진 내원 외에
내 어머니! 올해가 탄신 100주년입니다. 돌아가신지도 벌써 38년. 1967년 1월 12살 촌스런 단발머리 제주 소녀는 제 몸만한 검은 가방을 등에 지고 제주부두를 떠납니다. 목포 가는 배 안성호에 소녀를 밀어 넣고 부둣가에 서서 당신 딸이 탄 배가 서서히 멀어져 가는 걸 손 흔들며 오래도록 지켜봅니다. 배를 타고 난생 처음 혼자 가는 서울 길의 어린 촌년도 눈물을 글썽이며 멀어지는 섬 위의 한라산이 안 보일 때까지 바라봅니다. 3등칸 배 밑창에 다닥다닥 붙어 누워 8시간을 지내고 어둑한 목포항에 도착. 줄지어 호객하는 식당 사람을 따라가서 저녁밥을 먹고 잠시 눈 붙이는 사이 그들이 서울행 완행 야간 열차표를 사다줍니다. 땅을 밟아 멀미의 느낌을 식히고 목포역에서 밤 10시경 출발한 꽉 찬 야간열차엔 입석표를 산 가난한 어린이가 엉덩이 댈 만한 공간도 안 보입니다. 돈을 아껴야 고단한 서울에서 살 수 있다는 제주 어머니의 조냥정신. 절약정신. 통로에 서서 졸며 깨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새벽녘 기적소리와 함께 추운 서울 공기가 얼굴로 훅하고 다가옵니다. 너무 추웠습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영하의 기온과 어머니를 떠났다는 시린 느낌으로 만난 하얀 증기 가득한
안녕하십니까? 대한치과의사협회 공보이사 겸 치의신보 편집인 한진규 입니다. 지난 9월 24일 제32대 박태근 집행부가 초도이사회를 연 시점에 이사로 임명을 받고, 이후 9월 29일에 공보이사 보직을 명받았습니다. 이후 공보이사의 소임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관련 규정과 자료들을 검토하였고, 치의신보의 비전체계는 어떤 것인가 등을 탐구 하였습니다. 최근 전국 18개 지부 공보이사님들로 협회 공보위원회가 구성되었고, 몇 분의 공보위원들께서 “지난 10월 15일 열린 현직 지부장 여섯 분이 소속된 ‘비급여공개저지 비상대책위원회’의 출범을 다른 전문지들은 대부분이 보도를 하고 있는데, 회원을 대변해야할 치의신보에서는 왜 기사를 내보내지 않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주셨습니다. 이에 치의신보의 역할과 편집 방향에 대한 정립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겠구나 싶기도 하고, 이번 기회가 공보위원님들 뿐만 아니라 회원님들께도 치의신보의 가치와 존재 의미를 알아주십사 하는 목적으로 이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공보(公報)’의 뜻을 [표준 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아래와 같은 뜻풀이가 되어 있습니다. 1. 국가 기관에서 국민에게 각종 활동 사항에 대하여 널리 알림. 공보 활동.
지난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은 첫 공식업무로서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미국이 복귀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다. 6년전인 2015년 국제사회가 프랑스 파리에 모여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로 약속하였으나, 미국은 4년뒤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파리협정에서 탈퇴한 바 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코로나19 부실대응 및 편향성을 문제삼아 세계보건기구(WHO)를 탈퇴하기로 했던 통보도 철회하였다. 이들 조치는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취했던 정책을 뒤엎는 과감한 결단으로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전지구적 환경 및 보건문제에 대한 미국의 이니셔티브를 일제히 기대하고 환영하였다. 사실 WHO가 중국 우한 발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을 발표한 지 이제 만 2년을 바라보지만, 세계는 아직도 팬데믹의 터널 속에 있다. 보건 당국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백신이 개발 보급중이지만, 이와 술래잡기라도 하듯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종을 만들어가며 위세를 떨치고 있다. 결정적 대응수단이라 할 치료제는 아직 요원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박쥐나 낙타에서 인간에게 전파되었다고는 하나, 확실한 근거는 없다. 어떻게 보면 인간이 그간 저질러
요즘 대선이 가까워 지면서 방송, 지면이 온통 정치얘기로 넘쳐난다. 코로나로 지난 2년간 떠들썩 했던 와중에도, 우리국민의 정치에 대한 열기는 건강에 대한 우려마저 가볍게 무시하는 수준이었다. 다행히 현재는 백신도 많이 맞았고, 코로나 바이러스 조차 병원성이 약화되어 걱정이 반감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소위 “국뽕”주의자들의 얘기일지 모르지만 한국인은 정말 대단하고, 훌륭하고 똑똑하다고… 한국 고대사에 작은 취미를 갖고 있는 필자가 보기에도 분명 우리민족은 고려말 당시 세계 최강 몽골군에 기록적인 30년 저항하고 패배한 이전까지는 군사적으로 문화적 세계적으로도 현재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대단했던 국가였다. 문약해진 조선시대와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으로 아예 국력의 바닥을 찍은 이후 그 어려운 여건에서도 불굴의 의지로서 잠재력을 발휘하여 수십년 만에 세계에서도 인정받을 만한 산업적, 문화적 성취를 이루어냈으며, 그 결과 이제 조금은 우리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갖을 수 있는 정도는 된 듯하다. 필자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수년 전부터 만나는 일본 교수들로부터 자기도 한국인의 DNA가 상당히 있을 것이고, 천황도 한국계라는 말을 들은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요새 ESG라는 단어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옵니다. 기업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듣자 하니, ESG는 사회가 요구하는 경영의 방식이라고 하고, 사회가 점점 이런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합니다. 치과의사는 많은 경우 자기 병·의원을 경영하고 있을 텐데, 그렇다면 치과의사도 ESG에 신경을 써야 하는 걸까 하는
대한치과의사협회 창립 100주년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대한치의학회(이하 치의학회) 만이라도 역사에 걸맞게 설명할 수 있는 조직체계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필자가 치의학회 회장이 되었을 때 중요한 해결과제 중의 하나가 치과 임플란트 관련 학회의 단일화이었다. 회원들이 보기에도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유사한 명칭의 학회가 편을 갈라 서로 다투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3년 동안 3개 학회 관련자들과 회의도 무수히 하고, 2010년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당시 이수구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및 치의학계의 원로들을 모시고 “임플란트 학술단체 공동학술대회”도 성황리에 개최하며 통합의 디딤돌이 되기를 원하였지만 결국 임기 내에 통합이 무산되었다. 이후 다음 회장이 2개 관련 학회를 화끈하게 인정하여 임플란트 계통에 3개의 인증학회가 생기게 되었다. 치의학회에는 옛날부터 세부학회의 개념이 없이 학회 활동이 겹치는 관련 학회들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통과된 것 같기도 하다. 필자는 처음부터 기존의 학회를 포함하여 학회의 재분류가 필요하다고 보았고, 새로 인증되는 학회부터라도 시작해야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때 대한의학회(이하 의학회)의 학회 분류방식을 참조하였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의사생활을 시작하는 제자들에게 히포크라테스가 했던 조언이다. 원래 문맥은 “인생은 짧고, 예술(의술)은 길며, 기회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경험은 위태로우며, 판단은 어렵다”이다. 히포크라테스가 환자들의 다양한 질병과 싸우면서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의술의 길은 먼데, 인생은 짧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인간의 신체는 너무나 신비롭고 복잡해서 그 것을 다 배우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고, 그 기술(art)을 익히는 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좀 배웠다고 자만하지 말고 환자들을 대할 때 늘 겸손하라는 덕담이었다. 하지만 이 말은 예술의 영역에서 더 자주 쓰이게 되었다. 이 화가에게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예전 학창 시절에 유명했던 참고서 “완전정복” 시리즈의 표지 그림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1801>을 그린 화가이다. 루브르에 가면 <나폴레옹의 대관식,1806>이라는 그림이 있다. 같은 화가 작품이다. 가로로 9m, 세로로 6m가 훨씬 넘어서 그 곳에 전시된 그림들 중에 두 번째로 크다. 가장 큰 그림은 가장 작지만 가장 유명한 그림과 서로 마주보며 같은 방에 전시되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