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이 칼럼에서는 5회에 걸쳐서 서양철학의 맨 앞에 위치하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자연철학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그 첫 번째 이야기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글이 담겨 있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선집’이란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 책은 ‘단편선집’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들을 가려 뽑은 책입니다. 이 책의 원전은 19세기 독일의 문헌학자 헤르만 딜즈(Hermann Diels)가 1903년에 낸 책을 다시 그의 제자 발터 크란츠(Walter Kranz)가 1952년에 보완해 낸 ‘소크라테스 이전 사상가들의 단편(Die Fragmente der Vorsokratikers)’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중요한 단편들을 추려서 번역한 책이 바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 단편선집’입니다. 이 책은 제가 연구원으로 있는 정암학당에서 저를 포함한 8명의 연구자들이 1997년에 의기투합하여 번역을 시작해서 2005년에 출간하였습니다. 처음에 이 책이 나왔을 때, 서점가의 반응은 그저 그랬습니다. 1년에 1쇄를 찍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어느 때부터인가 판매에 속도가 붙더니 어느
쓸데 없을 수도 있는 상상 혹은 공상 우리는 3차원의 공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만약에 X, Y, Z 축에 시간이라는 축이 추가되면 어떨까요. 4차원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을 뛰어넘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공간을 뛰어넘을 수도 없습니다. 타임머신도 없지만 순간이동을 할 수도 없는 것이지요. 물리적인 순간이동은 불가능하지만, 인터넷 등 기술의 발전으로 어느 정도의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는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순간이동은 아직 공상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 입니다. 흔히 1차원의 세계에서 2차원의 세계에 대해서 상상할 수 없고, 2차원의 세계에서 3차원에 대해서 알기 힘들다고 합니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3차원의 세계에서 4차원의 세계가 어떻게 생겨있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물리학적으로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1차원은 점이라는 존재가 직선이라는 제한을 가지고 있는 세계이며, 2차원은 선이라는 존재가 면이라는 제한이 있는 세계가 아닐까 합니다. 마찬가지로 3차원에서는 공간의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4차원에서는 시간의 제약을 받게 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이왕 온 김에 5차원까지 가봅시다
작년 봄,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을 벌였던 포시즌스 호텔이 원장실 창 밖 동아일보 사옥과 파이낸스센터 사이로 그 날렵한 옆모습을 뽐내고 있다. 당시는 물론이고 요즘도 바라볼 때 마다 등이 선뜻해 지는 상념이 찾아온다. 그래 봤자 공중에 딥마인드, 빅데이터 클라우드, 딥러닝 소프트웨어 그리고 구글 같은 단어들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랄까? 그저 막연한 근심걱정 쪽에 가깝지만. 나름 머리를 쓰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서인지 인공지능이라면 좀 예민해 진다. 뭐, 이 9단이 듣는다면 껄껄 웃을 얘기일지 몰라도. 그가 알파고의 활약에 실로 눈부신 스파링상대가 되어 준 덕분에 자율주행 자동차나 로봇 수술, 원격 진료 등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일로 여겨지게 되었다.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이 축적해 놓은 어마어마한 국민의 건강관련 데이터까지 (정치권이나 관료의 은밀한 개입 정도가 변수일 수 있지만)분석, 활용되어 종내 어떤 형태로든 의료산업의 큰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체계가 확실히 잡혀있는 분야일수록 그 완전성이 오히려 굴레가 되어 변화로 가는 발목을 잡곤 한다는 대목에서 만큼은 그렇다면 우리 의료는 여전히 매우 불완전한 시스템이니까…라며 짐짓 우기고 싶
연간 매출 1조를 기록하는 스타벅스에는 고객 불만을 돌보는 ‘저스트 세이 예스(Just Say Yes)’ 서비스 법칙이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YES’처럼 들리지만 ‘합리적인 해결’에 중점을 둔 고객 불만 응대 서비스입니다. 예를 들어 ‘식어버린 라테 음료를 데워달라’는 요구는, ‘우유가 들어있는 음료를 다시 데우면 우유가 변질되어 위생상 문제가 발생해 다시 데워드릴 수 없다’는 합리적인 설명으로 응대합니다. 고객의 무리한 요구에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이유를 설명해 상황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효과가 있었을까요? 스타벅스는 고객만족점수가 월 평균 90점을 넘는 매장이 100군데 이상이고, 1년 동안 단 1건의 클레임을 받지 않는 매장도 수백 개입니다. 고객의 불만에 합리적인 설명으로 응대하는 것은 확실히 효과가 있습니다. 핵심은 내 입장에서만 합리적일 뿐 아니라 고객 입장에서도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디자인적 사고방식은 고객 입장을 놓치지 않습니다. 데스크에서 실랑이가 들립니다. “내가 낸 돈이 얼만데 그깟 몇천 원까지 받으려고 해?”. 가만 들어보니 환자본인부담금 수납 때문입니다. 건강보험적용이 안 되는 치료를 받고 많은 치료 비용을 부담하신 환자입
영국 BBC가 ‘아시아를 휩쓴 군대 로맨스’라고 보도했던 드라마<태양의 후예>의 원작이 재난현장에서 분투하는 의사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인류애를 그린 ‘국경없는 의사회’란 메디컬 드라마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주인공 유시진과 서대영은 (당연히)의사였고 군의관으로 나왔던 윤명주는 간호사였다. 진도 8.3의 강진이 발생한 우르크에 급파된 긴급구호 의료팀을 여의사 강모연이 아니라 신의 손을 가진 천재 외과의사 유시진이 이끄는 시놉시스로, 군인으론 생화학 무기를 둘러싸고 우르크 지역 갱단과 싸우는 유엔 평화 유지군이 나올 뿐이었다고 한다. 2011년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주제의식이 우수하고 소재도 특이했지만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이 아니어서(!) 오랫동안 드라마 화 되지 못하다가 멜로를 강화하고 주인공을 의사에서 대한민국 육군 특전사 장교로 변경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김은숙 작가가 가세하여 원작자인 김원석과 공동집필한 대본이 완성되었다. 자연스레 주제도 ‘국경 없던’ 인류애에서 국가론과 연관된 휴머니즘으로 변했다. 멜로를 가미하자는 건 뭐 그렇다 치더라도 주인공이 의사인 것보다 특전사 장교인 것이 시청자들에게 더 어
역사 공부를 왜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으로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1749-1832)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He who cannot draw on three thousand years is living hand-to-mouth. 직역하면 3천년의 시간을 끌어내지 못하는 사람은 그날 벌어 그날 먹고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즉 역사를 모르는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윈스턴 처칠의 말은 더 주옥같이 와 닿는다. “The farther backward you can look, The farther forward you will see.” 더 많은 과거를 회고할수록 더 많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위인들의 생각을 발판 삼아 지난 수백년동안 치의학이 그림에서 어떻게 묘사되었는지를 칼럼을 통해 소개하고 있는데, 조금이나마 치과의사학 공부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림은 그 시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시대의 역사를 말해준다. 과거의 그림을 현재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시절의 역사를 알고 그림을 본다면, 과거의 모습이 책보다 더 생동감 있고 머릿속 깊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영국 풍자화가 Henry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개원할 때 치과의 이름을 짓고 간판을 걸면 새로운 생명체처럼 치과가 태어납니다. 적어도 개원한 그 원장에게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의미있는 꽃이 막 피어난 것입니다. ‘나는 눈이 너무 작아서 먼지가 안 들어가~~’라고 자신의 콤플렉스를 언어로 유희하는 순간 콤플렉스는 뽑아내고 싶은 잡초에서 모두를 행복하게 할 유머의 꽃 봉오리로 변하게 됩니다. 직원의 숨겨진 능력을 원장이 칭찬이라는 마술을 통해서 찾아내면 직원의 잠재력이 만개하는 계기가 됩니다. balancing contact이라는 현상을 발견해서 차팅을 한다면 환자의 숨겨졌던 턱관절 통증의 원인이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오게 됩니다. palate를 tongue space라고 불러줄 수 있다면 입천장이 좁을 때 혀가 저위되고
고대 그리스에서 ‘파르마콘’(pharmakon)은 약을 뜻하는 동시에 독약을 뜻하기도 한다. 같은 것이 사용하기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약이 되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치료의 기술도 마찬가지로 양면성을 지닌다. 더 나아가 원리적으로 볼 때, 사람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사람을 해롭게도 할 수도 있다. 이런 이치에 따르면 질병도 막는 데 능한 이는 병을 생기게 하는 데도 능할 수 있다( 플라톤, <국가> 333e). 그래서 의사는 고래로 윤리성이란 짐을 운명처럼 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의료 윤리의 기준 확립이 의료계에서는 중요한 문제가 되어 왔다. 역사적으로 그런 기준을 최초로 분명하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제시한 것이 <히포크라테스 선서>이다. 이것의 작성 시기는 기원전 5세기 말이나 4세기 초로 추정된다. 오늘날 히포크라테스 선서식에서는 현대에 맞게 1948년 수정한 <제네바 선언>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니까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제네바 선언>의 원본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원본은 <제네바 선언>에 비해 짜임새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또한 오늘날 생명의료윤리의 핵심 원칙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치과를 읽다> 저자 책 읽는 속도는 개인별로 차이가 많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얘기할 만한 것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문학작품은 숨고르기를 하면서 천천히 읽는 것이 좋습니다. 함축적인 내용이 많이 숨겨져 있기 때문에 너무 빠르게 읽어 내려가면 그 의미를 놓치게 됩니다. 하지만 일반 교양서적들은 저자의 명확한 설명이 거의 드러나 있기 때문에 음미하면서 천천히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내용의 신비로움을 일부러 미리 드러내지 않으려는 문학작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목차와 머리말에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는 것이 대부분의 교양서인 인문, 사회, 과학 서적들의 특징입니다. 저도 머리말과 목차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면서 책을 썼던 것 같습니다. 특히 머리말은 책 내용을 포괄적으로 그리고 전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장 잘 요약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따라서 책을 구입해서 읽을지를 결정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이 머리말입니다. 머리말을 읽어보고 목차를 살펴보면 마치 책
야구가 약간 일찍 끝난 일요일 저녁에 이리저리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야생의 오소리를 찍으려고 가파른 산기슭에 촬영 팀 두 명이 카메라와 자신들의 몸을 숨길 은신처를 만드는 장면을 보았다. 관목수풀 뒤로 간신히 두 사람 앉을 만큼의 평평한 곳을 만들어 나란히 앉아서는 이따금씩 소곤거린다. 이러고 며칠을 기다려도 오소리가 안 나올 수도 있지요? 초보의 질문에 한동안 머뭇거리던 고참이 말한다. 그런 생각은 안 해. 틀림없이 나온다고 믿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거든. 오소리는 오게 되어있으니 난 기다리다 찍으면 되는 거다… 이런 자세가 아니면 다큐는 못 찍어. 단 5분도 견딜 수가 없어. 정말이야. 아주 큰 병에서 막 회복된 사람처럼 조심스러우면서도 연약하게 반짝이는 생기 같은 것이 잠깐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는데, 순간 언젠가 본 적이 있는 표정이라고 생각했다. 주위의 그 누구를 향한 것도 아닌 맑고 투명한 시선으로 자기가 갈 곳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저런 표정. 애들 학부형 모임에서 알게 되어 내게 치료도 받고 가깝게 지내던 분이 하루는 병원으로 찾아왔다.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내내 망설이다 결국 꺼낸 사연은 하긴 딱 이만큼의 사이에서 의논하기 좋을
이 둘은 궁합이 잘 맞는 연인관계나 다름없네. 서로를 너무 잘 알아 마치 ‘내가 이거하면 자기는 저 거해!’하는 형태지. 앞에 언급했듯이 이것만 갖고도 드로우와 페이드를 조절할 수 있네. 왼편으로 체중이동이 잘 안된 골퍼가 교과서에서 볼의 위치가 왼쪽 발 안쪽 끝에 놓아야 된다고 해서 고집스럽게 반드시 그리할 필요는 없네. 사고의 유연성을 가져야 되네. 라운딩 때마다 우리 신체 리듬이 똑같질 않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대처능력이 필요하다네. 그 능력이 스탠스이고 볼의 위치가 될 걸세. 매 번 똑같이 스윙을 하고 신체조건이 똑같다면 그건 로봇일세. 그런데 싱글들은 매 라운딩 때마다 똑같아 보인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그건 그들의 사고에 대한 유연성과 상황에 맞는 적응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일세. 첫 번째 두 번째 홀을 지나면 싱글들은 대부분 그날 본인의 샷에 대한 평가와 신체적인 상황을 어느 정도 정리한다네. 예를 들면 그날 볼이 조금씩 밀리는 샷이 나온다면 두 가지 채가 늦게 따라오든지 채를 너무 밀어서 생기는 현상이므로 스윙을 점검하고 스피드를 더해야 하겠지만. 그리하지 않고 스탠스만 살짝 좁혀주면 해결이 되는 경우가 있지. 너무 아침 일찍 라운딩을 하게 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