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다운 요리를 처음 해본 것은 공중보건의 시절이었습니다. 쉽게 먹지 못하는 종류의 음식들을 해먹고 싶었던 것이 첫째 이유였고, 당시 케이블에서 방영하던 영국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의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았던 것이 둘째 이유였습니다. 파스타, 샌드위치, 샐러드 같은 양식을 더 많이 했다는 증거가 싸이월드에 남아있습니다. 한식은 망한 적이 많은데 특히 기억나는 것이 충무김밥입니다. 아... 갑자기 충무김밥이 너무 먹고 싶네요. 2020년은 타의의 집콕 시대로 요리에 많이 도전하셨을꺼라 생각합니다. 10년 전에는 인터넷에서 레서피를 찾아보기만 했었는데, 지금은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면서 쉽게 배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또한 소셜미디어의 활성화가 무언가 자신의 일상을 올리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에게 요리를 시작하는 계기를 주지 않았을까 합니다. 제 요리 솜씨는 어디 뽐낼만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즐겨해왔던 사람으로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요리와 친해지는 첫번째 방법으로 설겆이를 생각하고 요리를 시작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설겆이를 해주실 분이 있다거나 정리를 할 필요가 없다면 고려대상이 아니겠지만, 요리의 끝은 먹는 것이 아니라 설겆이이기 때문입
치과 양도양수와 관련된 분쟁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치과 가치평가의 기준이 새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치과 가치평가는 왜 필요하며, 합리적인 가치평가의 기준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칼럼을 10회에 걸쳐 게재한다.<편집자 주> 좋은 리더는 경영의 세가지 언어(자연어, 기계어, 회계어)를 잘 다룰 수 있고, 특히 회계언어를 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병원의 리더인 원장 역시 회계언어를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병원가치평가는 회계적 관점의 재무제표를 통해 이루어진다. 병원의 재무제표는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로 이루어져 있다. 자산내역(자산=부채+자본)에 대한 부분을 우리는 재무상태표라고 하고, 1년간의 현금흐름(수익-비용=이익)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는 부분을 손익계산서라고 한다. 병원가치평가는 재무상태표의 자산가치와 손익계산서의 수익가치를 산정한 후 두 금액의 합계액으로 평가한다. 자산가치는 재고자산, 유형자산, 무형자산 등을 합한 금액에서 부채를 차감한 금액으로 평가하는데 특히 유형자산, 무형자산 평가가 중요하다. 유형자산이란 형태가 있는 자산을 말하는데, 병원에서는 의료기기(Unit chair, C/T, Panorama, Implant en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성호 이익(李瀷) 선생은 성호사설에서 “유구독서(有求讀書), 즉 구하는 바가 있어 글을 읽는 것은 아무리 읽어도 소득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폐해에 대해 선생은 “읽기를 멈추기만 하면 앞이 캄캄해진다. 마치 소경이 희고 검은 것을 말하면서도 그 희고 검은 것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 말하는 바가 귀로 들어와서 입으로 나오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라고 비유했습니다. 시험공부와 같은, 특정한 목적을 통과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나 일부 내용을 선별해서 암기하는 독서 등이 유구독서에 해당합니다. 어쩜 우리는 뭔가 얻기 위한 강박증이 있는 그런 독서를 배워서 지금까지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당장 쓸모없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면 읽은 시간을 후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유구독서의 시간마저도 다른 자극적인 매체에 뺏기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익 선생이 말한 유구독서조차도 사실은 버겁습니다. 존 로크(J
필자는 요즘도 사랑니를 발치했던 환자가 약속시간에 안 오면 아파서 병원에 못 오나, 출혈이 심해져서 응급실에 간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많은 환자들이 아프면 병원에 와야 하는데 아파서 못 왔다고 한다. 오래 전 일이지만 필자의 아버지도 치과의사셨는데 발치 후 밤새도록 요강 한가득 피를 흘렸다고 치과에 요강을 들고 오셨던 환자도 있었고, 한 밤중에 왕진을 가셨던 일도 있었다고 하셨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쉽지 않았던 것 같다. TV에서 사랑니 발치를 하루에 40개씩 하고, 설명이 어렵지 사랑니 발치는 쉽다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사랑니 발치를 전문으로 개원한 후배에게 진짜 그렇게 많이 할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지난 10월 말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한 연자가 사랑니 발치 등 소수술만 하는데 보험 청구만 7~8천만 원을 했다고 한다. 거짓말 일리도 없고 놀랐다. 필자도 “달인이 될 수 있는 발치기법”이란 책도 썼었고, 무엇보다 거의 50년 동안 잘한다고 생각해왔는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았다. 1/5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마취하고, 기다리고, 기다리는 동안 발치동의서 받고, 발치하고, 처방내고, 한 번 더 발치 후 주의사항
하루 일과를 마치고 아들 셋까지 재운 뒤, 워킹맘인 나는 책상에 앉는다. 보다가 잠들게 뻔하지만 그래도 보겠다고 책을 펼치는데... 순간 뇌리에 꽂힌 이 말... ‘손실장, 이번에 내가 손실장 자르려고 했어~!’ 오늘 오전에 원장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일한지 두 달 만에 내 목이 날라갈 뻔 했다. 사연을 말하자면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우리 원장님은 대학병원에서 작년에 정년 퇴직하신 후 처음으로 개원이란 걸 하셨다. 나는 경력도 짧고, 나이는 많고, 아들이 셋인데 막내는 돌쟁이라는 악조건 속에 집 근처 오분 거리에 치과가 오픈한다는 구인글을 보고 면접을 보러갔다. 나의 악조건에도 1차 면접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원장님이 검색해보면 나오는 유명한 분이시며, 후원회 활동도 활발하게 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집에 와서 생각했다. ‘그렇게 유명하시고 훌륭하신 분이...왜 강남이 아닌 의정부에 치과를 차렸을까? 나의 악조건도 마다하지 않고 이따 원장님과 2차 면접을 보자고 하셨는데, 혹시 후원회명목으로 사기(?)는 아니겠지...설마...’ 나는 2차 면접에 원장님을 직접 뵌 후에야 사기가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원장님 얼굴을 면접으로 직접보기는
제가 치의신보에 글을 쓰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얼마 전까지 저는 치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던 식품영양학과 학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가 이렇게 치의신보에 글을 쓰게된 이유는, 지난 몇 달간 ‘함께아시아’라는 치과진료 봉사단체에서 자원봉사자로서 활동하며 직접 보고 느낀 외국인 근로자와 난민의 현실을 미숙한 글솜씨로나마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느낀 ‘봉사’라는 가치를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저의 글로 인해 누군가가 봉사에 참여하게 된다면 그보다 보람찬게 없을 것 같습니다. 먼저 제 소개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저는 올해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최예슬입니다. 치전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자 치과를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보던 중, 1365라는 봉사활동 사이트에서 함께아시아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선생님들께서는 함께아시아라는 단체에 대해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함께아시아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근로자와 난민을 위해 무료로 치과진료를 제공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2010년에 화계사라는 국제선원에서 장소를 빌리며 시작되어 지금은
코로나19로 일상의 모습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감염과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부터 자발적인 마스크 착용, 의료진과 숨은 조력자들, 모든 사회체제까지 감염으로부터 예방과 치료, 완치를 위해 끊임없이 힘쓰는 사회현상을 두고 코로나 전 후로 문화의 변혁을 구분 짓고 있을 정도다. 하루라도 빨리 백신 맞고 온 국민이 코로나19에서 해방되어 예전으로 돌아가고픈 바램이다. 이런 무거운 현실 속에서 마스크 착용하는 현실을 빗대어 떠올려진 모습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조금 싱겁게 느껴지더라도 양해를 구하면서 시론을 펼쳐볼까 한다. 거리는 온통 마스크 물결이다.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약국이나 대형마트 앞에 늘어선 긴 행렬이 경험하지 못한 낯선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고 마스크착용이 이젠 일상이 되어 예전보다는 그리 불편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서로서로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과 예절 그리고 배려가 몸에 배여 외출할 때는 제일 먼저 마스크부터 찾게 된다. 바이러스감염 예방을 위한 마스크지만 달리 보면 검고 흰 마스크를 비롯해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모습이 왠지 모두 하회탈을 쓰고 지나는 것같이 여겨질 때가 있
띠리리링~~~~(전화벨 소리) 치의신보 기자에게서 걸려온 원고 청탁 전화였다. 헉! 이 늙은 퇴물 교수에게서 아직도 얻을 게 있고 쓰임새가 있나? 감동과 착잡함이 교차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반짝반짝하는 디지털 최신정보와 지견이 지천에 깔려 있는 지금 세상에 오래된 아날로그적인 오피니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생각과 계획이 감격이자 또한 놀람이었다. 벌써 대학에서 퇴임한 지 20년 가까이 되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아직도 교수 시절 때 잘난척했던 본성(?)을 말끔하게 빼내지 못한 채 어영부영 살아오고 있다. 대학에서 나와보니 비로소 대학이 무엇을 해야 할 곳인지를 이제야 어렴풋이 알게 되는 것 같다.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지... 지금 그 시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깐에는 고고한 지식이었다고 생각하고 설파했던 내용이 얼마나 설익고, 순화되지 못한 겉치레 지식에 불과했는지... 생각하면 부끄러움과 회한이 겹치는 시간이기도 하다. 『대학이 탈바꿈해야 한다.』 대학이 지나치게 권위주의적 의식에 사로잡혀 배타적이고 안하무인격인 태도를 보이게 되면 그 속에서 배출되는 인재들도 이기적이고 옹졸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떤 치과의사를
치과 양도양수와 관련된 분쟁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치과 가치평가의 기준이 새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치과 가치평가는 왜 필요하며, 합리적인 가치평가의 기준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칼럼을 10회에 걸쳐 게재한다.<편집자 주> 1697년 호주 대륙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기 전까지 유럽 사람들은 모두 백조는 흰색이라고 생각했다. 그때까지 발견된 백조가 모두 흰색이었기 때문이다. 검은 백조의 발견을 통해 이 용어는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만약 발생할 경우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오는 사건을 말할 때 사용되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지진에 대한 예방이 뛰어난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을 지을 때에도 과거의 통계에 따라 규모 8.5까지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원전을 만들어냈다. 규모 8.5이상의 지진은 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설계를 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검은백조'가 나타났다. 2011년에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하여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발했고 지금 그 피해는 측정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병원의 '검은백조'는 무엇이 있을까? 이러한 자연재해급의 피해는 아닐지라도 언제 어디서 '검은백조'가 나타날지 모른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치과의사는 의사와 비교하면 어딘가 위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사회에서 받는 시선도 그렇고요. 아무래도 의사는 뭔가 큰일을 하고 대단한 일을 하는데, 치과의사는 입 안에 갇혀서 작은 것밖에 못 보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이전부터 들어왔던 이야기이기도 한데, 그러다 보니 치과대학생들도 치과의사도 다들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익명 최근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은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이라는 상반된 과제를 안고 있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서,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지구환경보전을 위해 ‘지속 가능한 발전’이 기본원칙으로 채택되었다. 이 ‘미래 유지가능성’ 원칙은 미래 세대의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을 말하며, 2005년도에는 경제적 발전, 사회적 발전, 환경 보호, 문화 다양성의 영역으로 확대 적용되기 시작했다. 2015년에 72.5억 명의 세계인구가 2050년도에는 97.2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자, 인구 증가에 따른 천연자원의 고갈과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대다수의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래서 점점 더 많은 세계 여러 나라의 정부들, 경제 활동을 하는 기업들, 그리고 소비자들도 매일 매일의 생활 속에서 환경보호를 유념하고 실천하고 있다. 우리 치과계도 필요한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 있을까? 이미 치과의사들은 장비의 개발이나 개선을 통해 에너지 절감을 추구하고 있다. 전자챠트 사용으로 종이의 이용을 줄이고, 영상자료의 디지털화로 필름 인화와 보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