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인구가 늘고 전쟁과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질병은 다른 곳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수많은 재난이 있었지만, 그중 인류를 가장 큰 공포에 몰아넣었고 사망자의 수가 제일 많았던 것이 14세기 중엽에 유럽에서 유행한 대역병이다. 18세기에 와서야 흑사병으로 명명된 페스트는 아마도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비단길을 따라 군대와 무역 상인들이 이동하면서 중앙아시아의 타슈켄트 지역을 건너 흑해, 크림반도를 거쳐 이탈리아에 도달한 후 프랑스, 영국, 북유럽, 러시아까지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1347년부터 약 3년간 유럽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2,500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흑사병에 대한 공포는 치사율이 거의 100%에 가까워 환자가 참혹하게 죽어가는 모습에서뿐만 아니라 흑사병 자체에 대한 무지로 인해 더욱 증가하였다. 사람들은 흑사병의 원인을 알기 위해 고심했었지만, 당시의 의학 수준으로 그것은 불가능했다. 대재앙을 맞은 유럽 각지에서는 이 질병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해석과 대책이 마련되었다. 파리 대학 의학부는 그것이 천재 이변 때문이라고 발표했고, 일반인들은 ‘악마의 소행’이라고 생각했다. 페스트가 인간의 죄에 대한 신의 벌이라고
유튜브에서 우리가 원하는 축구영상을 몇 차례 구독하다보면 이와 유사한 채널이 자동으로 제시된다. 쇼핑몰 사이트에서 원하는 제품을 선택하면 알고리즘을 통해 다른 사람의 유사한 선택을 보여준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의 결과이다. 각자의 패턴은 타인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지금 진단은 정확한가? 우리가 하고 있는 진단에는 기준과 분류가 있다. 이것은 의학을 통한 인류의 연구와 수많은 치료 경험의 산물이다. 의학의 발전을 통해 진단은 더욱 날카로워지며 더 나은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병의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진단과 치료계획은 매출과 직결된다. 꼭 필요한 진료가 이뤄지지 못할 수 있고 경과관찰만을 요하는 상태에서 무리한 진료가 시행될 수도 있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지 않다는 이유로 교과서와 학계에서 제시하는 진단 기준이 다른 이유로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환자의 입장에서 진단은 치료 필요성의 판결이다. 1부터 100이라는 수치가 있을 때 판결 기준은 기존의 데이터를 통해 시간이 갈수록 더욱 정확히 수렴해 가고 있다(마치 고혈압의 기준 수치와 같이). 이러한 기준은 기존의 데이터에 근간해야 하며 그 데이터는 정확해야 한다. 따라서 올바른 진단
이번 학기 필자가 담당한 교과목은 본과 2학년 대상 공중구강보건학 실습 과목이다. 이 과목을 설계하면서 설정한 수업 목적은 다음과 같다. 개인의 구강건강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경제, 문화, 제도 등 거시적 영향요인을 살펴보고, 지역사회 목표 인구집단의 구강건강 증진을 위한 전략과 실행방안을 실천한다. 우리나라 구강보건 및 치과의료 관련 제도 및 현황을 이해하고 국민구강건강증진을 위한 구강보건의료 인력의 역할을 모색한다. 이러한 거창한 수업목적을 학생들이 한 학기에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교수로서 학생들에게는 바라는 바는 미래의 치과의료의 공급자 및 수혜자로서 진료실 밖 사회와 관련 제도에 관심을 갖고, 바람직한 치과의사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해보는 것이다. 예년과 같았으면, 초등학교 구강보건교육, 노인요양원 노인구강건강관리와 교육, 보건소 구강보건사업 견학을 위한 준비와 관련 조별 토론으로 진행됐겠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외부기관 학습활동과 대면실습이 불가한 상황에서 한 학기 수업 계획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수업 방식은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한 팀기반학습(Team Based Learning, TBL) 방식을 차용하였으며, 이
요즘 많은 선생님께서 통합치의학 학위를 따기 위해 노력하고 계십니다. 저도 다양한 이유로 통합치의학 학위를 따기 위해 1년간 열심히 수업을 듣고 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리 PPT를 보며 공부를 하고 있으니 같이 있던 친구가 묻습니다. “은욱아, 너는 공보의 끝나고 다시 대학병원으로 가도 되잖아? 왜 굳이 인턴레지를 안 하고 통합치의학을 준비하는 거야?” 학부 분위기가 굉장히 자유분방한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입학했던 치의학대학원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입학 첫날부터 양복을 입은 선배들이 와서, 인터넷 기사에서나 볼 수가 있던 그런 부조리들을 나열했습니다. 복장 제한부터 다양한 저급한 규칙들. 하지만 그건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학교에 다니면 다닐수록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저희를 찾아왔습니다. 수업 시간에 진열장에 있던 틀니를 잠깐 만졌다며 수백 장의 빡지(A4 용지에 무의미한 내용을 빡빡히 적어서 제출하는 벌칙 중 하나)를 다음날까지 제출하게 하거나, 어시스트를 잘 못했다고 블레이드나 엘리베이터를 학생들에게 욕설과 함께 집어 던지는 행위들, 레지던트들의 많은 부조리에 지쳤습니다. 처음에는 일부 레지던트들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상
코로나19가 발생된 지 8개월이 넘었다. 치과의사로서 내 위치에서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봤다. 국내·외에서 관련 논문이 다수 발표되고 있지만, 내가 조심하여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 외에 특별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치과질환은 약만 먹거나, 말만으로 치료되지 않아서 대부분이 치과의사가 직접 치료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과의사가 코로나19에 가장 위험한 직업群이기도 하다. 이 와중에 얼마 전 TV에서 “초등학생 비대면 구강관리서비스”가 방영되었다. 반가웠다. 보자마자 예방치의학이 생각났다. 전문의가 되었음에도 임상적으로 특별한 활동을 못하고 있는데 돌파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서울시치과의사회(서울지부)에서 계획한 것으로 알고, “이런 것도 생각했구나.”하고 맘속으로 서울지부를 칭찬했다. 그런데 그 후 치과 전문지를 보니 서울시가 계획했고, 서울지부에서 즉각 반박하고,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미 시작되었다.”라는 말은 원격진료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떤 일도 100% 완벽한 것은 없다. 장단점이 다 있다. 논란의 이유는 이해관계에 따라 자기의 생각만을 주장하기 때문이라고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회의 여러 분야가 비대면으로 변화해 나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이 요양기관을 직접 방문하여 실시해오던 건강보험 현지조사 또한 예외일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코로나-19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금년 2월부터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이 요양기관에 대한 현지조사를 자제하면서 중단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복지부와 심평원의 입장에서는 현지조사를 마냥 연기하거나 중단할 수 없는 입장이다. 요양기관이 부당 청구한 내용에 대해 소멸시효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9월부터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이 현지조사를 비대면 서류제출형 현지조사로 전환하여 진행하고 있어서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비대면 서류제출형 현지조사란 복지부와 심평원의 현지조사관이 요양기관을 방문하여 진행해오던 현지조사를 대체하여 시행하는 현지조사 방법이다. 심평원이 요양기관에 「요양기관 현지조사 사전통지서」와 「조사명령서」를 공문으로 보내면서 「요양기관 관계서류 제출요구서」를 첨부하여 보낸다. 「요양기관 관계서류 제출요구서」에는 대상기관, 서류제출 대상기간, 제출하여야할 서류의 목록, 제출기한 등이 기재되어 있다. 비대면 현지조사가 서류제출이기 때문에 원장에게 보고하지 않고서 직원이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두 살 터울의 친형을 따라 동네 킥복싱 도장을 찾아갔던 것이 내 복싱의 시작이었다. 학업에 치여 꾸준히 배우지는 못했지만, 누구나 다니는 태권도와 검도를 조금 배웠던 것을 제외하고, 격투 스포츠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스무 살이 되어 서울 소재 대학교로 진학하였는데, 처음엔 킥복싱을 배우려 했지만 마땅한 킥복싱 도장이 없어서 학교 근처 복싱 체육관을 다니게 되었다. 그 체육관에는 지금도 방학마다 찾아가서 운동을 배운다. 복싱을 한다고 하면 100명 중 100명이 물어보는 질문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복싱 처음 가면 줄넘기만 하지 않아요?’이고, 두 번째는 ‘스파링 위험하지 않아요?’이다. 아쉽게도 두 질문 다 틀렸다. 선수가 아니고 취미로 복싱을 하는 사람이라면, 줄넘기는 보통 몸을 풀 겸 3분씩 3라운드쯤 한다. 스파링은 적절한 보호구(마우스피스, 풀페이스(Full-face) 헤드기어, 16oz 글러브)와 숙련된 감독자가 있다면 정말 위험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마우스피스의 경우 지금까지는 기성품을 사용하였는데, 치과대학에 진학한 지금은 치과병원에서 정교하게 제작하는 선수용 마우스피스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 복싱이 처
지금까지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세계사를 바꾼 전쟁, 질병, 과학발전 등과 같은 뚜렷한 터닝포인트들이 있어 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의 시대인, 중세 유럽의 문예부흥운동 르네상스는 ‘신본주의(신을 중심으로 하는 세상)’에서 ‘인본주의(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세상)’로 세상의 중심을 바꾸어 놓았다. 이로써 르네상스는 인간의 개성과 창조성이 철저히 무시된 중세 유럽의 ‘암흑시대’를 걷어 내고, 인간의 정신을 발전시키는 큰 계기가 되었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어 유럽과 전세계를 집어삼킨 산업 혁명은 공업화를 통해 경제생활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정치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산업 혁명으로 부를 모은 시민 계급이 힘을 얻고 귀족과 지주가 지배하는 기존 사회체제를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콜레라, 장티푸스, 스페인독감과 같은 전염병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바꿔온 하나의 중요한 요소이다. 올해 초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가 팬데믹 상황에 빠지면서 일상의 모든 것이 변해 가고 있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는 할 수 없는 일들로 바뀌어 버렸
2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2학기가 되며 새로운 과목들을 배우고 새로운 시각을 넓혀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대면강의가 불가능 하지만 여기에 맞춰 여러 온라인 강의와 컨텐츠를 통한 배움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비대면으로 강의가 서로의 의사소통의 제한 등으로 인한 여러 부작용이 있으나 또 나름 강의의 내용을 복습하고 다시 생각해보기에는 더 좋은 것 같습니다. 2학기 강의 중 저희 학교에서는 장애인치과학이라는 강의가 있습니다. 의료인으로서 장애인에 관하여 배우고 이들의 치과치료에 대하여 배우는 강의 입니다. 이 강의를 들으며 치과에서의 장애인의 진료와 접근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됩니다. 과연 치과는 장애인에게 다가서기 어렵지 않은 곳인가에 대한 생각입니다. 사회는 미투운동이나 여러 사회운동들을 통하여 차별 없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유리벽을 점점 깨나가는 여성고위직 공무원이나 군인들도 나오고 있고, 그동안 불편함에 대하여 쉬쉬하였던 것에 대하여 성 감수성이 올라가며 목소리를 내며 서로 조심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사회, 그리고 그 기관에 접근성이 올라가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인 관련 분야에서는 이제는 모든 건물과 모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요즘 들어 ‘영끌’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를 줄인 이 말은 원래 영업사원들이 각종 수당이라든지 복지혜택들을 다 합쳐서 끌어모으면 자신이 버는 돈이 얼마다 이런 의미로 썼습니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뭘 할 수 있는 것에서의 최대치를 끌어모으는 것을 말합니다. 영끌로 차를 샀다, 집을 샀다고 하듯 대부분 돈을 끌어모은다는 뜻으로 얘기합니다. 우리의 육체 속에 깃들어 생명을 부여하고 마음을 움직인다고 여겨지는 ‘영혼’이 이제는 여지없이 돈을 모으는 것에 동원되는 현실입니다. ‘영혼이 지쳤다’라는 표현도 그래서 최근에 더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쳐가는 영혼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하면서 살았습니다. 바로 여행과 독서입니다.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모험, 익숙한 곳을 찾아가는 힐링이 있는 여행은 지친 영혼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거의 독보적인 위치였습니다.
하루에 한 번 이상 방문하는 편의점에서 필요한 물건을 하나만 집어 들고 나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필요한 물건은 하나인데도 자연스럽게 2+1상품에 눈을 옮기고 결국 3개를 집어 들게 만드는 편의점의 경영설계자에게 소비자들은 지배를 당하게 된다. 머릿속에서 개당 단가를 암산하게 만드는 ‘편의점 2+1행사’는 소비자의 심리적 오류를 유발시키는 상술의 교본이 되어, 이제는 의료계까지도 깊이 파고들었기에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상업화가 진행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가 않을 것이다. 의료소비자들은 이미 편의점의 2+1소비패턴을 학습받았고, 대중교통과 온라인에서의 자극적인 과대광고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다보니 의료소비가격 역시 편의점식 암산으로 결정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트랜드로 똬리를 틀어가는 듯 하다. 임플란트 2+1행사!! 교정 50%세일!! 방학을 맞이하여! 신학기를 맞이하여!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코로나시대에 동참하며! 수능 보느라 수고한 수험생들을 위하여! 임플란트 2+1행사, 비급여진료비용 50%할인을 수단 삼아 경쟁적으로 환자를 모객하는 이면에는 광고대행업자, 사무장 같은 비의료인들의 각축장이 되어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있는 듯 하다. 의료인의 인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