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치과 진료실에서는 보통 환자의 주소(C.C.)가 특정 부위에 대한 증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구강위생 실천과 관련하여, ‘오른쪽 어금니 치간 칫솔 사용이 어렵더라’ 내지는 ‘알려준 양치질 방법을 적용하기 너무 귀찮더라’와 같은 내용을 그대로 기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자가관리 습관에 대한 조언을 반복해서 제공하다 보니 자연스레 말이 많아지고, 친근한 단어를 고르거나 적절한 억양을 사용하는 능력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각종 임기응변을 포함한 말솜씨가 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강화된 말솜씨에도 불구하고, 환자와의 대화가 벅찰 때도 많습니다. 진료실의 오랜 내원객이 친근하게 늘어놓는 방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필요한 내용을 연관하여 낚아채기에는 아직 제 역량이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가령, “병원에 들어가 있느라 약속 날짜를 한 번 바꿨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왜 병원에 갔던 것인지, 특정 질환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져 구강위생 관리의 실천이 어려워진 것은 아닌지를 살피는 사고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입니다. 환자가 언급한 내용의 이면까지를 충분히 인지하는, 주소(C.C.) 인지 감수성을 기르는 데에 차트 리뷰가 중
많은 사진가들이 자신이 기록하고 싶은 피조물들을 현실 생활로 부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는 누구나 최대한 많이 담으려 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그것을 왜 담았는지 그 의미조차 잊어버리고 구경거리들만 남기곤 한다. 이차원 공간에 담아 놓은 구경거리들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다면, 그것들은 나에게 과거의 나로부터 미래의 참나를 향한 통로가 될 수 있다. ‘도대체 나는 왜 사진 작업을 하는가?’ 이것은 수없이 많이 생각해 보았으나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던 화두였다. 나는 치의학 분야의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로서, 지난 수십 년간 국내외 다양한 학술모임에서 결손된 조직들의 치유 반응 기전, 수복재료 및 치료방법들을 발표하며 임상에 임해 왔다. 그러다 보니 내가 촬영한 사진 작품들을 통해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도 치유해주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내가 참가해 보았던 사진치유 워크숍들은 거의 모두 촬영의 결과물보다는 사진을 촬영하는 행위로 치료를 하고 있어 원래 내 기대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러던 중 최근에 갑자기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해온 사진 작업들에 의해서 남들이 치유되기 이전에, 사진 작업을 하면서 나 자신이 치유되
대전예술의전당 후원회를 창립하면서 졸저 ‘I. O. U.’를 냈다(2004). 대전광역시치과의사회장 때 영시(英詩)와 수필을 엮은 ‘첫사랑’(1993)으로 시작하여, ‘오늘부터 봄’은 대전치과신협 초대이사장(1996), ‘거품의 미학’은 협회 대의원총회 의장(1999)에 취임할 때 출판하였다. 자신의 포부와 정견을 홍보하려는 선거 입후보자의 통과의례, ‘출판기념회’와 비슷한 맥락이다. 다른 점이라면 필자는 출판시점이 취임 후 3개월쯤이고, 최종 발송까지 모든 비용은 자비였으니, 선거운동이나 정치자금 모금과는 거리가 멀었다. 경제적인 부담은 컸지만, 회무를 추진할 때에 회원들이 베풀어준 이해와 협조를 되돌아보면, 결과적으로는 엄청난 은혜를 입었다. ‘차용증서(I Owe You)’라는 책 이름은, 캐리 & 론의 노랫말을 빌려 불가의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을 풀어낸 수필 제목이었다. 장형은 부모(長兄父母)요 부모만 한 자식 없다는 말은, 인물비교가 아니라, 가없는 헌신의 내리사랑 얘기다. 공기와 물처럼 내 전부가 그 안에 잠겨있어, 떠나가신 뒤에야 비로소 사랑을 깨닫는 것이다. 그리하여 부모님 은혜는 살아생전에 갚을 길이 없고,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만기
얼마 전 기사에서 읽은 내용이다. 중학교에 다니는 여동생이 오빠가 나오기 전에 밥을 먼저 먹었더니 할머니가 여동생을 나무랐고, 그것에 항의하여 할머니에게 화를 낸 여동생은 부모님께 혼났고, 손찌검을 한 아버지를 중학교 여학생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의 출동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은 버릇을 고쳐야 한다며 아이를 방치했고, 스트레스로 학교를 결석했다는 이야기였다. 얼마 전 보았던 영화 ‘벌새’가 떠오르는 사건인데, 영화의 배경이 성수대교가 붕괴한 1994년의 일이니 4반세기 전이나 현재나 가족 간의 성평등과 관련한 인식이 그렇게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는 한 방증일 수도 있겠다. 그 기사를 읽고 어렸을 적 시골 외할머니 댁에서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시골 외할머니 댁에 가면 남자들이 밥을 먹은 다음 여자들이 모두 모여 밥을 먹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배도 고픈데 먼저 먹을 수 있고, 맛있는 반찬은 남자들만 먹는 게 단순하게 부러웠다. 예전에는 그랬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면 만화 검정고무신에 나오는 이야기 아니냐고 하면서 엄청 웃는다. 내가 92학번이니 실제로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이다. 지금도 많은 할머니, 엄마와 여성들이 그 시대를 살고 있다. 남성
김혜성 이사장(서울치대 졸업, 동대학원 박사) 사과나무의료재단의 이사장이자, 재단 산하 의생명연구소의 미생물 연구자이다. 구강미생물에서 시작해 장내 미생물, 발효 음식의 미생물까지 폭넓게 공부하며 몇 권의 책을 냈고 논문을 발표했다. 『미생물과의 공존』 『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이야기』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등 3권이 과학기술부 선정 우수과학도서를 수상했다. 담배를 피우면 머리가 핑 돕니다.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드는 거겠죠. 실제 흡연 후에 손가락의 혈류를 재어 보았더니, 약 30% 가량 감소했다고 합니다.(Petschke, Engelhardt et al. 2006) 또 흡연자들과 비흡연자들의 최대 산소호흡량(VO2max)을 비교해 보아도 흡연자들의 호흡량이 무려 40% 가량 떨어지고, 간접흡연자들도 거의 비슷한 정도로 최대 산소호흡량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de Borba, Jost et al. 2014)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메신저인 피와 산소의 흐름이 감소한다는 것만으로도 흡연이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가 분명해집니다. 그런 걱정들이 담뱃갑 표면의 징그러운 구강암 사진으로 표현되었겠지요. 몸에서 흡연이 이뤄지는 직접적 공간인 구
온통 세상이 코로나 이야기이다.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으로 보아 어쩔 수 없지만 여러 기관에서 열리는 토론회(대부분 비대면으로 개최된다)의 주제도 교육학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 경제학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 사회학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회 문제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노말(뉴노말)을 이야기하고 걱정하고 흥분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새로운 워딩을 이야기하지만 그 내용은 구체화 되어 있지 않고 이 문제가 지나가고 나면 우리는 어떤 실제 모습을 하고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생물학 분야와 제약 분야에 최고의 과학과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되길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지만 아직 이 분야에서의 우리나라 기술력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가기관과 산업계의 연구력이 코로나 이슈에 집중되는 현상을 볼 수 있지만 이 상황이 지나가고 또 다른 새로운 이슈가 나타나면 우리는 어떤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 1년 전만 하더라도 미세먼지 문제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였고 국가기관과 산업계의 연구력이 미세먼지 문제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 학회에서 개최하는 비대면 웹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오프라인 서점을 직접 찾아서 종이책을 펼쳐보고 확인하는 것을 즐깁니다. 하지만 절판되어 버린 책은 그곳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절판된 도서는 인터넷 중고서점이나 발품을 팔아서 옛날 책방을 돌아다녀야 합니다. 새로 나온 책도 읽기 벅찬데 굳이 왜 그걸 찾아다닐까요? 저도 몇 번 절판된 도서를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특히 번역된 서적인 경우에는 새로 나온 책보다 절판된 책의 번역이 훨씬 뛰어나다고 평가되면 그 책의 인기가 올라가고 중고서적의 거래가격도 올라갑니다. 새로 출간하라는 요청이 출판사 게시판에도 심심치 않게 올라갑니다. 유명 작가의 책을 읽다 보면 옛날에 감명을 받았던 책에 관한 내용이 몇 줄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에 감동을 받아 그 책을 찾아보면 이상하게도 절판된 것이 많았습니다. 희귀한 책의 내용이라서 작가가 더 아끼는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책들을 메모에 남겨놓고
■ 고해상도 파일은 아래 PDF 첨부파일 클릭하세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권기탁 전주 푸른치과의원 원장
호텔에 가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방에 가면 이불이 깨끗하게 잘 개어져 있고, 모든 요소들이 보기 좋게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집은 안 그런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자취를 해보신 선생님들께서 과거 기억을 떠올려보시면 일반적으로 혼자 사는 젊은 시절에 이불을 매일 깨끗하게 정리하지 않은 적이 많았음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님의 강연에서 이불을 정리하는 이유에 대한 부분이 나옵니다. 집에서 엄마와 아이가 실랑이가 벌어지는 상황으로 ‘밤에 와서 잠들고 나면 다시 어질러지는데 왜 아침마다 정리를 해야 되냐’고 아이가 말합니다. 일견 맞는 말입니다. 사실 저도 그런 이유로 이불 정리를 안 할 때가 많습니다. 이 강의에서 최인철 교수님은 이것은 ‘어차피 어질러진 상태로 돌아가게 되니깐 중간에 뭔가 정리를 해놓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는 논리라고 하면서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많은 것들에 ‘부질이 없으니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다’라는 삶의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뭔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기분을 전환시키기 위해서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행위, 정리정돈하는 행위 등도 모두
김혜성 이사장(서울치대 졸업, 동대학원 박사) 사과나무의료재단의 이사장이자, 재단 산하 의생명연구소의 미생물 연구자이다. 구강미생물에서 시작해 장내 미생물, 발효 음식의 미생물까지 폭넓게 공부하며 몇 권의 책을 냈고 논문을 발표했다. 『미생물과의 공존』 『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이야기』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등 3권이 과학기술부 선정 우수과학도서를 수상했다. 얼마 전, 치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구강미생물, 그중에서도 세균들이 공동체를 이뤄 생존력을 높인 바이오필름에 대한 온라인 강의를 했었는데, 한 학생이 질문을 보냈습니다. 내과 쪽에서는 세균이나 바이오필름을 주로 약으로 다루는 것 같은데, 치과 쪽에서는 스케일링과 같은 기계적 제거가 더 강조되는 듯한데, 그 차이가 뭐냐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전 이렇게 답했습니다. 바이오필름 제거의 gold standard는 기계적 제거하고요. 상처나 감염이 생겼을 때 가장 중요하고도 먼저 해야 할 일은 깨끗이 씻어내는 기계적 행위라고요. 치과의 스케일링과 치면세마, 피부의 상처 세척, 더러운 하수구를 솔 같은 기구로 닦아내는 것, 모두는 기계적으로 바이오필름을 제거하는 행위일 겁니다. 다만, 대장 속 세균들이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위나라에 악양이라는 인재가 있었는데 왕은 악양에게 골칫거리 이웃 나라인 중산국을 토벌할 것을 명령하였다. 그러자 신하들이 반대하기를 중산국에 악양의 아들이 벼슬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악양이 쉽게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악양은 거침없이 적군을 격파하였고 수도를 포위하였다. 그러자 아들인 악서가 나와 한 달만 시간을 달라고 빌었다. 악양은 한 달 동안 공격을 멈췄다. 한 달이 되자 다시 아들이 한 달을 더 기다려달라고 했다. 악양은 또다시 한 달을 기다렸다. 그러자 내외부적으로 수많은 반대의 목소리가 생겼다. 다시 한 달이 지나자 또 아들은 한 달을 기다려 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에도 악양이 허락하자 장수들조차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악양은 다시 한 달이 지나서 아들이 또 한 달을 기다려달라니 크게 꾸짖으며 너부터 죽이겠다고 외쳤다. 이 말을 듣고 중산국은 스스로 성문을 열어 항복했고 위군은 무혈입성했다. 악양은 그제서야 장수들에게 희생 없이 승리하기 위해 세 달을 기다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개선해서 귀국하자 위왕은 큰 잔치를 베풀었다 술에 취하고 계속해서 칭찬을 들은 악양은 자못 거만해져서 큰소리로 자신의 공을 떠들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