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세대는 '전쟁'을 겪었고 이번 세대는 '역병'을 겪고 있다. 모든 것이 혼란의 와중에 있다. 미국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전시 상황으로 규정하며 민간 기업에 마스크와 의료보호 장구를 생산하도록 요청하였다. 애플이 의료인용 안면보호대를 제작하고, 테슬라가 인공호흡기 제작에 참여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는가? 가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접하는 낯선 뉴스들이다. 위기의 상황에서는 누구나 가정을 먼저 지켜야 하는데, 얼마 전 의사 면허를 받고 공보의로 간 아들은 응급실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담당한다고 하여, '방호복을 입고 벗는 중에 어딘가 바이러스가 묻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떠나질 않는다. 부모 심정은 전쟁터에 총을 멘 장병이나 바이러스 검사를 위해 방호복을 입은 의사나 같다. 사지에 보낸 심정으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들의 어깨를 쓰다듬고 얼굴을 바라다본다. 의과대학에 근무하다 보니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위해 밤새 당직을 서는 교수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별도로 설치한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입고 검사를 하는 과정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 텐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처럼 자연스럽고 피곤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본다. 공보의
요즘 매일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다. 우리 병원 옆에 헬스장과 골프 연습장은 계속 휴업하고 있다. 우리도 쉬고는 싶지만 여러 여건상 쉽지가 않다. 코로나로 인하여 정부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2m 이상의 간격을 유지하라고 당부한다. 마스크 끼고, 페이스 쉴드도 쓰고, 환자들 체온을 재고, 코로나는 운명에 맡기고 조심스럽게 진료를 하고 있다. 하물며 코로나 환자들을 직접 담당하시는 의료진들은 얼마나 수고하실까. 이분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필자의 가훈인 ‘전화위복’에 의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유대인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의 “자극과 반응에는 공간(gap)이 있다”는 말이 기억된다. 자극은 같아도 반응은 누군가한테 다르다. 우리 국민 모두가 ‘대한민국의 위대함’으로 이성적으로 잘 대처하기를 기대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나 자신의 공부, 우리 가족과의 소통, 환경오염의 완화, 철저한 개인위생으로 독감의 감소 등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속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가 너무나 급속하게 변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인간이 빠르게 성장하
봄은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아침 새소리에 잠을 깼다. 그리고 눈부신 햇살... 봄이 오긴 했지만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활동이 제약받고, 학생 없는 교실에서 혼자 이야기해야 하는 온라인수업으로 삶 자체가 무엇인가에 억눌리고 자유롭지 않은 시간이었다. 아침의 햇살과 새소리 그리고 바람에 실려 오는 따뜻한 기운이 무거운 사슬을 끊고 밖으로 나가라는 봄 빛깔의 유혹을 한다. 15년을 사용하던 카메라의 무게를 늙은 손목이 감당하지 못해 가벼운 기종으로 바꾸고도 서랍에 잠만 자던 카메라를 꺼내 한강으로 향했다. 집에서 한강으로 이어진 아파트 사이로 길게 이어진 공원에서 봄꽃 구경이라도 할 겸... 기대와 들뜬 마음으로 가벼운 걸음을 걷던 중 걸려온 전화 한 통... 그리고 전화기 건너 흐느끼는 큰언니의 울음소리 “숙아 빨리 와라...” 그리고 연상된 단어 아버지... 쿵... 모든 게 사라진다. 봄기운도 풍광도... 회색의 공간에 오로지 혼자 남겨진다. 평소 다급하거나 위중한 일에 무척 냉정한 편이라 주변인에게 오해를 사는 사람이지만 지금은 100M를 완주한 사람의 가슴처럼 벌떡거림을 진정하며 “제발...”이라는 단어만 되뇐다. 아버지... 22살
세계 7대 불가사의의 순위는 사람에 따라 바뀌어도, 으뜸가는 불가사의는 역시 인간 자체일 것이다. 인간을 정의하려는 노력이 인문학(文史哲)이며 그 중심에 역사가 있다. 역사를 읽는 현실적 단위인 국가 흥망을 보면, 멸망 원인은 내우외환(內憂外患), 즉 내우가 앞선다. 가정에서 국가까지 경계해야 할 대상은 항상 ‘내부의 적’인 것이다. 협회장 재선거 과정을 겪으면서 다시 한번 뼈저리게 깨달은 교훈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처럼 수익구조가 없는 전문인 단체는 소송 같은 파상적인 소모전 공격에 대책이 없다. ‘미 투’의 물결로부터 “독버섯은 침묵과 방관을 먹고 자란다.”는 교훈을 보지 않았는가? 구성원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는 무관심을 기화(奇貨)로, 목소리 큰 자가 휘젓고 다니는 일방통행을 방치하면, 반드시 비싼 대가를 치른다. ‘닥치고 소송’의 재발 방지에 전 회원이 뜻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선거를 물고 늘어져도 문제지만, 공동체를 유지하려는 협회의 작은 통제력마저 훼손하여 이익을 취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요양기관이나 영리병원 등 대세의 흐름을 앞두고 심각한 재앙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사무장치과 체인이 ‘연쇄소송’을 ‘학습 모델’로 삼아, 치
뉴욕타임즈의 3월 15일 기사에 바이러스에 걸리기 쉬운 직업군 중 최상위를 치과의사라고 꼽았다. 환자와 가장 가까이 위치하고 있고 치료과정에서 생성되는 비말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현실은 어떨까? 2주일 전, 독일치과의사회 소속으로 EU에 파견된 담당자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이탈리아의 폭발적인 바이러스 감염자 증가가 독일을 비롯한 주변국으로 퍼져가는 시점이었다. 메일의 내용은 “독일 정부에서 치과의사들의 진료는 응급환자로 제한했고, 이런 진료 제한 조치는 대다수의 치과진료가 의료보험으로 보장되어 있는 독일의 의료체계에서 치과의사들에게 심각한 수입감소를 가져왔다. 한국에서는 치과진료가 어느 수준까지 허용되며, 어떤 소득감소의 보상을 실행하고 있는지 공유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그때서야 코로나19에 대처한 우리의 의료 상황이 다른 나라들과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병원을 닫거나 진료의 규제가 한 번도 없었고, 다만 환자들 스스로가 감염이두려워 약속을 취소하거나 뒤로 미루는 상황이지만,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정부에서, 혹은 치과의사들 스스로 감염이 두려워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3월말 FDI 연중 화상회의에서 Zenk위원장이 전하는
지난 연재까지 AI란 무엇인지 그리고 의학계와 치의학계에서의 적용 사례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마지막으로 AI의 미래에 관해 살펴볼까 한다. AI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조심스럽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AI는 무척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약 100만 개의 이미지를 1000개로 분류하는 대규모 이미지 분류 대회인 이미지넷 분류 대회에서 2010년 첫 해에 우승한 알고리즘의 Top-5 오류율[1]은 약 28%였으나, 2012년 딥러닝 알고리즘이 도입된 이후에는 그 능력이 사람을 뛰어넘어 5년 만에 2.3%까지 감소하였다.([1] 알고리즘이 제안한 5개의 이미지 분류가 모두 틀렸을 확률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딥러닝 알고리즘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양질의 데이터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는 지도학습을 기반으로 하는 딥러닝 알고리즘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학습시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답을 함께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미지, 음성신호 등의 다양한 데이터의 정답을 입력하는 라벨링(labeling)이라는 작업이 많이 필요하게 되면서 이를 수행하는 데이터 어노테이터(data a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인해 모든 대학교에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었던 저는 벚꽃이 만개한 캠퍼스를 걸으며 행복한 대학 생활을 꿈꾸며 수험생활을 견뎠습니다. 제대로 된 개강을 하지 못해 제가 꿈꿨던 로망을 다 이루진 못했지만 많은 선배님들과 식사를 하면서 학교생활에 대해 전해 들으며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치의예과에 진학하며 같은 생각을 가진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니 마음만은 벌써 치과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의사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어 전국 초· 중·고등학교의 개학이 연기되었다는 기사를 보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후배들이 걱정되었습니다. 재난 상황 속에서도 공부를 해야 하지만 평소 자주 가던 도서관이나 독서실이 문을 닫으며 학습 장소마저 잃게 된 지금의 수험생에게 제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전 글에서 소개했던 소록도 병원에서의 봉사활동을 통해 치과의사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의사가 아닌 치과의사를 꿈꾸었기 때문에 대학 합격의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국제표준화기구/치과전문위원회(ISO/TC 106)에서 치과 기구(dental instrument)에 대한 국제표준을 제ㆍ개정하는 소위원회(Sub-Committee, SC)는 SC 4이며 해당 소위원회 중 치근관 기구(Endodontic instruments)를 담당하는 작업반(Working Group, WG)은 WG 9이다. 본 연재에서는 치근관 치료 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2019년에 제3판으로 개정되어 발행된 치근관 기구에 대한 국제표준 내용을 검토한다. 치근관 기구에 대한 국제표준은 2019년 8월에 3판으로 발행된 ISO 3630-1:2019 Dentistry - Endodontic instruments - Part 1: General requirements(치과 - 치근관 기구 - 제1부: 일반 요구사항)로 2008년 2판이 개정된 것이다. 2판에서 사용한 ‘root canal instrume
60년대 말 예과 때,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과 페스트를 읽었다. 그 당시는 실존주의 철학이나 실존주의 문학이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던 때였다. 싫든 좋든 인류 앞에 닥친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그 상황에 갇혀버린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와 새로운 윤리의 모색을 시도한 사람들의 문학이 협의의 ‘실존주의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된 상황에서, 카뮈의 ‘페스트’가 떠올라 다시 읽어보기로 하였다. 카뮈는 본문 시작 전에, “한 가지의 감옥살이를 다른 한 가지의 감옥살이에 빗대어 대신 표현해 보는 것은, 어느 것이건 실제로 존재하는 그 무엇을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에 빗대어 표현해 본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합당한 일이다.”라는 다니엘 디포의 글을 인용하고 있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194X년 프랑스령 알제리의 오랑시에서 발생한 페스트로 봉쇄된, 오랑시에 갇힌 시민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실제로 인구 20만인 오랑시에서 페스트가 발생한 것은 아니니, ‘페스트’ 전체의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에 빗대어 대신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페스트에 빗대어진 ‘실제로 존재하는 그 무엇’은 무엇일까. 1941년부터 1947년에 걸쳐 7년 만
이제는 유투브의 시대입니다. 책과 신문 등 지금까지 문자 위주의 정보가 주를 이루었던 시대가 지나가고 영상이 정보의 중심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책은 독자의 상상력을 이끌어 창의력과 사고력을 향상시키지만 영상은 구체적이며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들이 존재하는 사건들도 단편적으로 압축하고 단순화하여 때로 잘못된 길로 시청자를 이끌어 가기도 합니다. 이러한 영상들을 비판적 사고 없이 바라본다면 편향되고 왜곡된 시각을 가진 존재가 되어 버릴 가능성이 매우 큰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본질을 파악하는 역량은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능력에 의존합니다. ‘검색보다 사색’이란 말처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그 정보를 판단하는 능력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말에 ‘보다’는 영어와 한자에는 각기 다른 여러 단어가 존재합니다. SEE는 구체적인 목적이나 의도가 없이 그저 눈에 들어오는 상태를 말합니다. 한자로는 “見”입니다. 길을 걸어가며 간판을 보거나(간판이 보이거나) 지나가는 사람을 보는 것은 신체적 감각기관인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정보인 SEE, 見 입니다. 멈춰 서서 그 간판을 유심히 바라보거나 그 사람을 쳐다보는 것은
대한민국은 코로나19로 조금 지쳐있으며, 치과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혹독한 겨울도, 봄을 막을 수는 없듯이 언젠가는 메르스나, 사스 이야기를 하듯 코로나19의 이야기를 회고하는 날이 분명히 올 것입니다. 출근길 도로에 피어 있는 꽃은 하루가 다르게 풍성해지고 있고 봄이 왔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렇게 느껴지는 따뜻한 봄바람의 기운은 치과계에서도 느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직선제, 두 번 만에 선출직 여성 부회장 탄생하다! 지난 3월 10일 1차, 12일 2차 투표가 진행되었던 제31대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단 선거에 이상훈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이전 치과의사협회장 선거는 대의원에 의한 간선제였습니다. 변화는 2014년 간선제에서 선거인단으로 바뀌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다만 선거인단제는 회원 중 추첨으로 선택된 치과의사만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었으므로 진정한 의미의 직선제는 아니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2017년 최초의 직선제로 이어졌고, 선거권을 가진 모든 회원이 직접 투표하는 치과계 최초의 직선제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직선제가 되면서 가장 크게 변한 것 중 하나는 여성 부회장 후보의 등장입니다. 직선제가 되면서 투표권을 가진 여성 치과의사가 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