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에 우연히 필리핀 의료봉사팀에 합류하게 되면서 대한여자치과의사회(이하 대여치)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당시 20대의 새내기 치과의사였던 나는 국내외 이동 진료소에서 소소하게 의료 봉사를 했던 약간의 경험을 가지고 겁 없이 따라나섰는데, 많은 선배 여성 치과의사들이 명절 연휴에 가정을 뒤로 한 채(무려 설 연휴 기간이었다.) 진료 봉사에 열정을 표하던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때 받았던 깊은 인상을 글로 표현하여 대여치 이사회 때 객원 멤버(?)로서 발표도 하고 치의신보와 대여치 소식지에 글을 실기도 하면서 대여치 활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의료 봉사를 통해 인연을 맺은 만큼, 나에게 있어 대여치는 항상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일을 하는 곳’이었다. 당연히 해외 의료 봉사에도 매년 따라나서곤 했는데, 3년 전에 개원하게 되면서 한동안 참석하지 못하다가 이번 2019년도 캄보디아 파일린 해외 봉사에 다시 함께하게 되었다. 시간적, 심적인 여유가 그다지 없는 상황인 만큼, ‘어영부영하지 말고 의미 있는 일을 하나라도 더 하고 오자.’는 다짐 덕분이었을까, 특별히 ‘힘들다, 피곤하다’는 느낌도 거의 받지 못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지난 11월 15일 치협 대회의실에서는 치과의사들의 진로 다각화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정책연구원에서 발주한 연구용역의 책임 연구진이 외국 연수 중인 까닭에 권태훈 치협 공공군무이사가 주제발표를 대신했다. 또한 패널로서 각계의 주요 치과의사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발표해주셨는데, 이날 행사에 대한 여러 사람의 생각을 종합해보려 한다. 우선 치과의사의 가장 기본적인 본분은 치과의료를 기반으로 국민의 건강수준을 높이도록 돕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간 보건사회연구원 등의 국책연구기관이 보건의료자원의 공급 및 배출에 관해 정기적으로 진행한 연구결과는 치과의사를 비롯한 일부 의료인력의 과다배출을 수차례 전망하고 있다. 인력의 과잉공급에 의한 시장의 혼탁화는 지나친 상업화 등의 부작용을 가져왔고, 이는 ‘불법 사무장 및 네트워크 치과’와 같은 ‘사생아’를 낳아 1인 1개소법 논란과 같은 소모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과다 배출되고 있는 의료인력들이 치과의료에만 집중하여 레드오션화 하면서 발생한 결과이다. 학부 4년간 혹은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 지식을 쌓은 사람들이 의학에 자신의 전공을 접목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발전토록 한다는 이상적인 목표부터 한미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알고자 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을 미지(未知)라고 합니다. 죽음에 대한 것도 미지의 영역입니다. 언제, 어떻게 올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두려움, 외경심은 미지의 영역에서 생깁니다. 종교도 그렇습니다. 깨달음, 믿음으로 알 수 있다고 해도 인간에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지는 ‘아직은 알지 못함’이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알 수 있고 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알아낼 수도 있습니다. 바다 깊은 곳과 우주 등은 미지의 세계였지만 이제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동경, 연구, 사색, 등이 가능하게 해준 것입니다. 알 수 있는데도 극복 하지 못하면 무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바로 알고 나면 벗어날 수 있는 것이 무지(無知)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무지에서는 벗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미지를 인정하고 무지를 극복해야 합니다. 어떤 것이 미지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요새 연명의료중단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지만, 치과와 특별히 상관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존엄사, 안락사 논쟁이 있는 건 알겠지만 치과는 원체 죽는 문제랑 상당히 거리가 있잖아요? 치과의사로서 이런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익명 예, 질문 주신 것처럼 치과 자체가 연명의료중단이나 안락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진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구
인턴 생활 10개월째에 접어들었습니다. 정들만 하면 과를 옮겨가고 적응될 만하면 업무가 변경되는, 고달픈 나그네의 생활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치전원을 졸업해 이미 서른을 넘긴 제 체력은 이제 거의 바닥이 났습니다. 일과 후 회복을 위한 시간이 짧기도 하지만, 제 정신력이 그보다 짧다는 사실이 서럽기만 합니다. 우수한 인턴이라 기록되고자 했던 꿈도 멀어져만 갑니다. 여러 과를 거듭할수록 그간의 지식이 통합되어야 할 텐데, 파편으로 남아 혼란만 가중시킵니다. 식곤증에 멍때리다가 실수하기를 일삼고, 출퇴근 지문인식을 제대로 하지 않아 관리부로부터는 감봉 경고를 받았습니다. 마치 원내생으로 돌아간 것만 같습니다. 불만이 쌓여갑니다. 예방치과 수련을 위해 인턴 과정이 꼭 필요한 것일까 하는 본질적인 고민을 떠올리다가, 마이너스 통장과 각종 명세서를 번갈아 쳐다보며 이내 원초적인 욕구에 휩싸입니다. 오랜 터전인 서울을 떠나 타향에서 살아가는 어려움도 복합적으로 증폭됩니다. 설움을 잊기 위해 한 번씩 서울로 돌아가 동네 친구들을 만납니다. 직업은 서로 다르지만 놀랍게도 모두가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매일같이 더 나아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그
소리굽쇠에 대한 동영상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고 가만히 대 보세요. 안되면 큐알코드 어플을 다운 받으세요. 리듬만 맞추면 아무리 단단해 보이는 것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리듬 1. 일정한 박자나 규칙에 의한 음의 장단, 강약 따위의 흐름. 2. 일정한 간격을 두고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현상. 치과의사 면허증을 손에 쥔 지 30년! 많은 환자와 인연을 맺었고 그 인연 중에는 좋은 인연도 좋지 않았던 인연들도 있었다.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진료 과정과 진료를 마치고 환자분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였을 때 갈등이 폭발 한다. “자녀들이 어려운 살림에 조금씩 모아 틀니를 했는데 김치도 씹기 힘들다. 당신이 틀니 잘못 만들었으니 돈을 내주든지? 다시 틀니를 만들어 주든지.” 개업 초기에는 불만을 인정하면 나의 무능을 인정하는 것 같아 환자분의 모든 말에 나의 주장만 늘어놓았다. 시간이 흐르면 환자분께서는 치과에 오는 것도 귀찮고 틀니에 적응이 되시는지 오시는 횟수가 줄어든다. 틀니가 불편한 것이 모두 나의 잘못이라는 생각에 임상 공부를 열심히 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임상 실력 못지않게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인간관계와 심리 관련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은행나무다. 내 나이가 1억 8000만 년이나 된다. 그러니까 모든 나무의 형님이 되는 꼴이다. 나는 살아 있는 화석이다. 중생대 쥐라기 때부터 살았으니 말이다. 나는 홀로는 못산다. 사람들과 같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향교 뒤뜰이나, 사찰 앞마당이나, 도심의 가로수나, 동구밖 정자 옆에 거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난 부부로 함께 산다. 암나무와 수나무로 부부이다. 난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한다.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과 상쾌함을 주고 집안의 빈대도 없애준다. 또 심장이 나쁘거나 피가 잘 안 도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가지고 있는 징코민이라는 약으로 사람의 생명을 구해 주기도 한다. 나의 열매인 은행은 굶주린 백성들을 긍휼하는 구황작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뭇 선남선녀들의 낭만과 데이트 장소가 되기도 한다. 덕수궁 돌담길, 삼청동길, 정동길, 신사동 가로수길, 영주 부석사, 홍천 은행나무 숲,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길, 전주 향교 은행나무,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등 명소가 전국 곳곳에 있어 사람들에게 마음의 안식과 몸의 치유를 주고 있다. 이렇게 난 나의 낙엽까지도 사람들을 위해 봉사를 하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를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2025년 6월 5일부터 6일까지 평양 조선무역센터에서 ‘제1회 평양국제치과종합학술대회 및 치과기자재전시회(2025 PIDEX)’가 개최된다. 첫날에는 류경치과병원 치과 리민철 과장의 ‘임플란트 수술(상악동 정복 길라잡이)’ 강의가, 둘째 날에는 평양의학대학 치과 원해룡 과장의 ‘임플란트 보철법’ 강의가 이루어진다. 이번 2025 PIDEX에는 북한 치과의사 200여 명과 러시아, 중국, 몽골, 미얀마 등 5개국 외국 치과의사가 참가하여 임플란트 시술과 보철에 관한 최신 지견을 접하는 것은 물론 보건성치과종합병원 미용외과에서 개발한 CAD/CAM/CAS를 이용한 보철물 설계의 직접 시범시술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 가상의 신문기사는 필자가 5년여 북한사업을 하면서 꿈꿔왔던 남북 치과 교류의 희망사업을 예시하여 가상으로 기사를 만들어 본 것인데 독자분들이 허무맹랑한 가정으로 받아들이실 지는 모를 일이다. 2025 PIDEX에서 북한 치과의사 연자들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케이스와 논문을 바탕으로 내국인과 외국인 치과의사들에게 최신 임플란트 강의 및 실연(Live Surgery)이 펼쳐지기를 고대하며 글을 시작해본다. 만약 남북관계가 해빙무드로 진입해 조만간 남한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가철성 의치에 사용하는 의치 이장재 중 단기 사용 재료에 대한 표준은 국제표준 ISO 10139-1:2018 Dentistry - Soft lining materials for removable dentures - Part 1: Materials for short-term use (한국산업표준 KS P ISO 10139-1 치과 - 가철성 의치용 연질 이장재 - 제1부: 단기 사용 재료)이며 중요 내용을 정리한다. 이 표준은 ISO/TC 106/SC 2/WG 10(국제표준화기구/치과전문위원회/제2소위원회 보철재료/제10작업반 연질 이장재)에서 심의하며, 임상에서 주로 조직 조절재 및 임시 이장재로 사용한다. 일부 재료는 기능 인상 채득에 적합한 경우도 있다. 단기사용 이장재는 1시간에서 최대 30일까지 사용되는 것을 말한다. 단기사용 의치이장재가 7일 이내에 사용되는 경우에는 조직조절제(tissue condit
2006년도에 치의학대학원에 신입생으로 입학하였을 때, 치의학대학원의 비전(vision)들이 기억납니다. 2가지가 있었는데 1, 2학년 때는 ‘글로벌 리더를 양성한다’였고, 3, 4학년 즈음에는 ‘Guarantee excellence in dentistry’였습니다. 당시 2006년 즈음 전후로 리더십이란 용어가 유행이었습니다. 리더십 캠프라든가 리더를 육성한다는 용어가 많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리더’라든가 ‘리더십’이란 용어를 본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저의 주관적인 느낌이 아닐까 해서 구글 트렌드 검색을 해보았습니다(네이버 트렌드 검색은 2016년부터만 가능해서 하지 않았습니다). <그림>처럼 2004년도가 100이라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자기계발서가 2000년대에 유행이었다가 2010년 이후부터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청춘들의 삶이 점점 더 어렵고 각박해지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리더나 리더십이란 용어 대신에 차지한 용어는 건물주, YOLO, 유튜버, 공무원, 워라밸 등인 것 같습니다. 성공이나 리더가 되는 것보다 당장 개인적 행복과 삶의 질을 추
본지는 치과 의료사고 예방 및 의료분쟁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치과 감정사례를 매달 한 차례씩 연재합니다<편집자 주>. 사건개요 소아 충치치료 후 타 아동병원에서 입의 연조직염 및 농양 진단 하 입원치료 후 퇴원한 건으로, 충치치료 과정에서 의료기구나 기타 요인에 의한 감염을 주장하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의료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하였음. 치료과정 환아(남/3세)는 충치 검진 위해 피신청인 의원 내원하여 약 3주간 #55, 74 치아 레진충전, #75 치아 SS 크라운 장착 받음. 2주 뒤 재내원하여 #84 치아 레진충전, #85 치아 SS 크라운 장착 및 과산화수소(H2O2) 드레싱, 불소도포 받음. 2일 뒤 입술 농양 및 식욕부진을 주소로 타 아동병원 내원하여 입의 연조직염 및 농양 진단 하 입원치료 후 퇴원함. <환아 입술의 경과 사진> 분쟁 쟁점 환아측) 악결과는 충치치료 과정에서 해당 의료기구나 혹은 기타 요인에 의해 감염되어 발생한 것이고, 충치치료 당일 저녁 입술이 부풀어 오르면서 농이 찬 증상을 인지하여 다음날 피신청인 의원에 전화를 하고 사진까지 보냈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진다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