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8일자 小考를 끝으로 연재를 일단락 짓게 되었습니다. 의욕과 분별력의 지루한 힘겨루기가 9개월째로 접어들자 그만 체력이 바닥이 나고 만 것 같다고 말씀드리면 구차하나마 변명이 될까요. 소중한 지면을 허락해 주신 치의신보와 읽어주시고 격려해 주신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머지않아 흰 눈 녹은 가지가지마다 다시 하얀 뭉게구름 같은 白木蓮이 피겠지요. 연두 빛 새 잎이 채 나오기도 전에 피어나는 하얀 그 꽃봉오리들은 어쩌면 봄의 여신이 보내는 상냥한 편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봄소식은 언제나처럼 따사롭고 환히 빛나리라 믿습니다…. 오지연 치과의원 원장 서울치대 치의학대학원 동창회 부회장
‘성격이 그 사람의 운명(daimōn)’이라고 말한 사람은 헤라클라이토스이다. 신을 의미하는 ‘다이몬’은 ‘한 개인에게 몫을 부여하는 자’를 의미한다. 한 개인의 운명은 자신에게 부여된 다이몬에 의해서 결정되며,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는다. 이와는 달리 헤라클레이토스는 한 개인의 운명 혹은 다이몬은 그 자신의 성품과 습관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성격이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 여행하는 일은 여간 힘들지 않다. 하물며 그런 사람과 인생을 함께 한다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돈을 벌거나, 명예를 얻거나, 정치적으로 출세한 사람들이 그 지위에 따라 성격이 변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드라마에 등장한 인물의 성격을 두고 그 성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논쟁하기도 하고, 어떤 성격은 그 일에 혹은 그 자리에 어울리거나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직계 제자로 스승의 학문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학자는 레스보스 섬 출신의 테오프라스토스(Theophastos)였다. 그는 ‘학문에 미친 사람’(scholastikos)으로 불렸다. 원래 이름은 튀르타모스였다고 하는데, ‘말투에 실린 신적인 여운 때문에’(dia to tēs phraseōs thespe
협회장 선거무효소송에서 김철수 협회장이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치과계가 협회장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 치협은 회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경화 치협 상근보험부회장을 협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출했다. 마경화 협회장 직무대행은 임시 이사회에서 “굉장히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앉았다. 모든 이사 한 분 한 분이 협회장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회무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선출 첫 일성처럼 마경화 협회장 직무대행의 어깨가 매우 무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치과계 정국을 수습하고 곧 다가 올 협회장 선거도 혼란없이 잘 치러야 한다는 역사적 중책을 떠안았기 때문이다. 마경화 협회장 직무대행은 치협 보험담당 부회장을 다년간 역임하면서 보험 파이를 늘리기 위해 헌신한 인물로, 치과계 동향과 정책에 가장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구원투수 역할을 무난하게 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과계의 혼란과 회무 공백을 최소화 하는 일이다. 구강전담부서 설치, 전문의제도 안정화, 한국치과의료융합산업연구원 설립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치과계 안정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또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된 선거의 문제점을 치밀하게 연구
12월 중순 양산의 날씨는 아주 추웠다. 해가 쨍쨍하게 떠있는 점심시간에 두꺼운 외투를 입고 밖을 나왔는데도 말이 덜덜 떨리면서 나올 정도였다. 양산에 온지 이제 2년이 다되어 가지만, 양산이 이렇게 추운 곳이었나 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래서 잘 이용하지 않던 녹차 티백을 텀블러에 넣어두고 마시면서 추위를 녹이고, 지나가다가 어디 난로라도 있으면 잠깐 곁에 서서 난로를 쬐었다. 가끔 나도 잊고 살지만, 나는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출신이다.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은 양산보다 한참 북쪽에 있는 강릉시에 위치하고 있다. 강릉시청 홈페이지를 들어가 강릉 기후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았다. “강릉시는 남북으로 길게 놓여있는 백두대간의 동편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해안에서 6km 떨어져 있어 해양성 기후 특성을 나타낸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으로 강릉시는 같은 위도선상의 타 지방에 비해 겨울철은 온난하고, 여름철은 비교적 시원한 편이다.” 나는 학창시절 다른 과목에 비해 국어를 잘 못하는 편이었는데, 그 당시 이 문구를 읽었다면 강릉의 추위에 대하여 과소평가를 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만 읽고 ‘음 강릉은 겨울에 온난한 곳이구나’라고 하면 곤란하다. 글을 쓰고
치과계에서, 아니 보건의료계 전체를 통틀어 아주 보기 드문 사상 초유의 사태가 최근 바로 우리 눈앞에서 일어났다. 지난해 3월에 치른 첫 직선제 협회장 선거가 법원에서 최종 무효 판결이 난 것이다. 매우 안타까운, 치과계로선 매우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작년 당시 선거는 문제가 처음부터 드러났다. 첫 직선제여서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무려 1000여 명의 선거권자가 투표를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문제는 심각했으나 후보들 간의 대승적인 합의로 당시 첫 직선제는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그런데 후보 간의 봉합에도 불구하고 일부 회원들이 이 문제에 불복하여 법원에 선거무효 소송을 냈던 것이다. 꼭 여기까지 왔어야 했을까…? 소송을 제기한 회원들을 탓할 수는 없다. 투표가 보다 완벽했으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더욱이 이번 첫 직선제 선거가 초박빙의 표차로 당락이 결정된 터라 누구라도 소송을 걸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결과는 소송단의 승리다. 며칠전 김철수 집행부가 법원의 결정이 나자마자 상당히 발 빠르게 여론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따른 김철수 협회장의 결단도 빨랐던 것 같다. ‘항소 포기’, 그리고 ‘재선거 한다’라는
치협이 80년 역사상 처음으로 회장단 선거무효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김철수 협회장은 지난 2월 1일 서울동부지법의 선거무효 선고 직후 긴급 임시이사회를 열고 임원들의 의견을 즉각 수렴했다. 또 판결문을 입수해 세밀히 분석하는 한편 개원가 회원, 지부장협의회, 감사단, 의장단, 유관단체는 물론, 소송단의 물밑 정서까지 확인하는 다양한 경로를 거쳐 회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그리고 5일 오전 ‘30대 회장단 선거무효소송 관련 긴급 기자회견’ 통해 최종 항소 포기를 선언했다. ‘전임 집행부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한 선거 관리가 선거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판결문의 결론에 반론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최종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선거무효의 책임은 전임 선거관리책임자들이 져야 하는 것임에도 항소를 하게 된다면 최대 피해자인 자신이 이를 방어해야 한다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며 항소 포기 이유를 밝혔다. 조만간 항소 포기서를 법원에 제출하면 김철수 협회장과 세 명의 선출직 부회장에 대해서는 바로 직무정지가 이뤄지게 된다. 치협은 그 즉시 직무대행자를 선임해 새로운 집행부가 선출될 때까지 회무 공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정관에 따라 30대 회장단이 자격을 상실
이례 없던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 붙었다 조금 녹았다를 반복하고 있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옛 말이 되어 버리고 영하 십몇도나 내려가는 이런 날씨에 어떻게 살아가나 싶기도 했지만 그 또한 몇 차례 반복되다 보니 조금은 익숙해지기도 한다. 하루 하루 지내다 보니 어느덧 달력이 한 장 넘어가 있다. 어느 틈에 1월이 흘러가 버렸을까? 새 해가 시작되었으니 이런저런 다짐을 하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한 달 훌쩍 넘어갔다. 2018년을 처음 맞이하며 세웠던 계획은 어디까지 이루었을까? 2018년 치과계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전문과목의 치과전문의가 늘어났고 치과보험급여의 확대가 예상되는 등 큰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 변화가 치과의료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현실 속에서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치과의사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치과’하면 ‘치아’만을 생각하던 시대와 달리 현재 치과의사는 ‘치아를 가진 사람’을 치료하는 진료를 하고 있다. 소아와 성인에게 발생하는 치아우식증, 치주질환, 부정교합, 악안면기형, 턱관절장애, 저작근장애, 구강점막질환, 타액선질환, 치과수면장애 등 구강안면부 전반에서 발
근래 유행하고 있는 SNS에 확산되고 있는 한 문장이다. 겉으로 보면 무슨 이야기 인지 의아해 할 수 있지만 그 속사정을 알고나면 탁 하는 박수소리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한 사람이 본인의 SNS 계정에 사진을 올리고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자칭 후배라고 칭하는 다른 여자는 이 사진에 “언니 너무 예뻐요. 우리 도대체 언제 만나요? 언니 너무 보고싶은데”라는 댓글을 남기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어머, 예쁘기는. 그대로야 얘. 사진보니 네가 더 좋아 보이더라. 우리 정말 언제 만나니?”라는 답글이 달린다. 몇 번의 댓글 랠리가 계속되고 그 결과가 바로, 시작했던 첫 문장 “언니는 예쁘지 않고, 언제나 그렇듯 둘은 만나지 않았다” 인 것이다. 보이지 않는 인맥으로 과시되는 인간관계, 좋아요 수로 평가되는 사회생활, 나를 드러내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동반되는 번거로운 수고들에 감싸지고 있는 요즘이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맛을 느끼기 보단 사진을 찍어야하고, 경치 좋은 곳은 프로필 사진의 배경이 될 뿐 본래 가진 아름다움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저 한 문장에 씁쓸한 마음이 들어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오롯이 진심
이곳 압구정동에서만 37년째 개원을 하고 있다 보니 지역 주민들이나 인근 학교와 자연스레 유대 관계가 깊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관내 기관장이나 교장, 교감 선생님들과도 많은 접촉이 있게 되고 이런 인연으로 종종 문제 학생들을 상담하거나 후원하면서 치과 치료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마다 청소년들의 흡연 문제가 늘 걸림돌이 되곤 했습니다. 또 주로 교정 치료를 하다 보니 어린이, 학생 등 젊은이들이 치료하러 많이 오는데 특히 여학생 이나 젊은 여성들의 흡연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꽤나 걱정하고 있었을 때 마침 인근에 계시는 금연 운동의 대모라고 할 수 있는 차혜영 치과 원장님의 권유와 금연운동을 크게 펼치고 계시는 나성식 금연운동본부 부회장님의 권유로 비교적 일찍이 금연 치료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환자를 대상으로 금연 치료를 시작하려니까 상당히 막막하였지만 가까운 곳에 위치한 나전치과(나성식 원장)에 직원들과 같이 견학을 가서 실제 임상 현장을 살펴보니 금연 치료가 생각만큼 어렵거나 번거롭지는 않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견학을 통해서 Co 측정기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거금을 들여서 (120만원 정도) 이를 구입하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는 詩 구절 그대로, 퇴근 무렵이 되자 함박눈이 쏟아졌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사서 집으로 간다. 다육이 화분 마냥 운전석 옆에 꽂혀 있는 커피 잔에서 피어 오른 향이 좁은 차 안을 금세 판타지의 세계로 만든다. 원두커피 봉지를 넣어 일단 책들에게 킬리만자로에 온 듯 황홀함을 선사한 뒤 그 가방을 꽃 핀 화분처럼 벨트 채워 조수석에 앉히고 봉천동 고개를 넘는다던 황동규 시인 따라 하기다. 고마운 분이다. 한없는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마다 오랫동안 전해오던 사소함으로 어릴 적부터 요즘까지 쭉 곁을 지켜준 그 빛나는 詩들… 거북이 걸음인 차창 밖으로 백화점의 찬란한 전등장식이 보인다. 동굴에 살던 石器時代부터 우리는 불빛을 좋아했다고 한다. 밤이면 이리나 늑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았던 기억과, 그 불 옆엔 종종 스스로와 듣는 이 모두에게 두려움과 걱정을 잠시 잊게 해 주는 이야기꾼이 있곤 해서일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 교수 J.R.R.톨킨 역시 매일 밤 난롯가에서 자신의 세 아이들에게 땅 속 공동(중간계)에 사는 호빗이란 반인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수많은 친구들을
트릭아트란 이름 그대로 환영과 미술을 접목하여 미술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 예술의 분야이다. 트릭아트는 따라서 사람들이 미술전을 쉽게 접하게 하기 위해 많이 쓰이는 분야이다. 하지만 그런 트릭아트에서도 Leandro Erlich라는 굉장히 철학적인 색채를 가진 거장이 있다. 이 전시회는 여러 섹션으로 구분되어서 작품들을 소개하는데, 그 작품들의 주제는 모두 비슷하다. 전시회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우리가 보는 것은 순수한 진실이 아니라 왜곡되거나 일부의 진실일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트릭아트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주제다. 하지만 전시회를 볼 때 별 생각이 없었던 내가 갑자기 크게 흥미를 가지게 된 작품이 있었는데 이는 ‘classroom’ 이라는 작품이다. 그 작품의 설명은 참고하지 않은 채로 바로 교실로 들어갔는데 그 교실이라고 하는 공간에 들어간 순간 교실안의 전신거울에 비친 나를 보고 ‘유령 같다’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또한 버려진 교실 공간에서의 분위기, 교실 구성 등의 자연스러운 연출로 내 스스로가 ‘유령 같다’라는 느낌이 들게 하게끔 굉장히 사실적으로 구성이 되어있었다. 꿈보다 해몽이라 했던가. 이 ‘classroom’ 작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