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학》이란 작품을 남긴 폴레몬보다 반세기쯤 뒤에 살았던 의학자 갈레노스(Galen; 129-216년경)는 영혼의 힘이 신체에 결부되었다고 믿었다. 관상학에 대한 그의 관심은 새로운 소피스트들의 활동의 중심지였던 스뮈르나(smurna)에서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체류했던 동안에 고무되었다. 이곳의 지도자 역할을 하던 사람이 웅변가이자 관상학자로 알려진 폴레몬이었다. 갈레노스는 폴레몬에게서 수사학을 배웠으며, 나중에 수사학 이론을 의사 훈련의 중요한 부분으로 간주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의사였던 갈레노스의 의학에 관련된 많은 저작들은 심리적인 것과 도덕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의 의학 저술들의 주된 관심은 의학 문제들과 더불어 인간의 성격과 신체 외관의 관계에 대한 해명이었다. 갈레노스의 관상학 지침서인 작품의 제목은 ‘영혼의 능력은 신체에 따른다는 책’(Biblion hoti tais tou somatos krasesin hai psuches dunameis hepontai)이다. 그는 ‘신과 같은 히포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한다(Prognost. de Decubitu, ed. Kuhn; 4.797-798). “관상학의 지식 없이 의술 활동을 하는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은 지난 1월 12일 의료법 제33조 제8항(이하 1인1개소법) 위반과 사무장병원 운영 혐의로 기소된 충주 소재 모 치과병원 대표원장과 병원이사장 그리고 명의대여 치과의사 및 행정업무를 담당한 직원 등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형에 처했다. 이번 판결은 치과계가 1인1개소법 합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부가 1인1개소법을 위반했다고 판결·처벌한 최신 판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판결을 이끌어 내는 데 지역 치과의사회인 충주시치과의사회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치과의사회가 개원가 자정작용을 위해 노력해온 과정에서 얻은 큰 결실로 치과계가 의료법을 위반하는 치과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선례로 삼을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이 1인1개소법을 위반했다고 판결된 사례인 만큼 요양급여비용 환수 또한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요양급여비용 환수의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이 1인1개소법을 위반한 OO치과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두 차례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측인 OO치과의 손을 들어줘 논란이 일고 있
2018년 새해 시작과 함께 “최저임금에 맞춰 주려면 얼마를 줘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보통 짧게 답해 주는 것을 좋아하기에 “각 치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157만 원 정도 됩니다” 대답하면 “실급여로 157만원을 줘야 하는 거예요?” 다시 질문을 하고 “공제 후 실급여로는 145만 원 정도입니다” 모범답변을 하게 된다. 이 때 상당수의 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4대보험 다 내주는데… 그럼 얼마 줘야 해요?” 최저임금제는 고용주가 근로자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이다. 1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기에 모든 치과에 해당된다. 1988년부터 실시되었지만, 사실 치과의사들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필자도 마찬가지여서 작년에 2018년부터 최저임금이 많이 오른다는 소식을 접한 후에야 비로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새삼스럽게 필자의 치과 직원과 전주시치과의사회 직원의 급여체계를 살펴보다가 자못 놀랐다. 통상의 방식대로 2018년 급여를 설계한다면 최저임금법을 위반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신규직원을 채용하는 치과에서 급여로 얼마를 책정해야 할 지 고민스럽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
1990년대 ‘좀비(Zombie)’라는 노래로 큰 인기를 누렸던 아일랜드 출신 록 밴드의 싱어가 아직 젊은 중년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 당시 프로와 아마추어들 구분 없이, 여성 보컬이라면 누구나 이 가수 돌로레스 오리어던(Dolores O’Riordan)의 창법을 ‘흉내’냈고, 이들의 히트곡 ‘좀비(Zombie)’는 프로나 아마추어 밴드의 단골 카피(copy) 공연곡 이었다. 노래의 음역대가 높고 연주자체가 어렵거나 곡이 난해한 건 아니지만 제대로 분위기를 내는 밴드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만큼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의 싱어 ‘돌로레스 오리어던(Dolores O’Riordan)’의 보이스 컬러는 ‘넘사벽’에 가까웠다. 마치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스테어 웨이 투 헤븐(‘Stairway To Heaven(Live))’의 로버트 플랜트(Robert Plant)처럼. 이 특이한 듯 매력적인 목소리. 반주 없이 불러도 충분한 소울감과 바운스가 느껴질 것 같은 목소리를 가진 한 사람도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한때 너바마(Nirvana)의 음반 ‘네버마인드(Nevermind)’를 열심히 들었다. 이를 뛰어넘을 음반이 나올
바야흐로 100세 시대에 접어들며 인간의 평균 수명 연장은 현대 사회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60세가 되면 마을에서 장수를 축하하는 잔치를 벌였던 옛날과 달리, 지금은 60세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는 젊음을 보여준다. 의학의 발달과 식습관의 변화는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고 사회활동기간을 늘려 놓았기에 많은 사람들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하며 그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병원에 방문한다. 치과는 음식을 섭취하고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료기관이다. 따라서 치과의사는 많은 환자들의 구강건강을 살피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치아와 치주조직, 구강점막, 타액, 턱관절 등 구강안면부에 발생하는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한다. 환자의 생명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치과에 방문하는 환자들의 증상도 점점 다양해진다. 충치나 치주질환 뿐만 아니라 턱관절장애, 구강점막질환, 구강건조증, 입냄새 등의 증상으로 내원하는 경우도 많다. 다른 진료과에 비해 검사 및 치료시 환자와 의사 사이의 거리가 가깝고, 입 안을 필수적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치과의사가 환자의 흡연 여부를 파악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문진표의 흡연 여부에
예상을 뛰어 넘는 많은 관람객으로 한겨울의 전쟁 기념관에는 활기가 가득했다. TV쇼의 위력이란 실로 대단해서, 평소 아이들 때문에 억지로 끌려온 지루함을 온몸으로 표현하곤 했을 아저씨들은 온데간데없고 이어폰을 낀 채 전시된 모든 것들을 맹렬한 기세로 들여다보느라 여념이 없는 예비역(?)들의 열기로 장내는 심지어 더울 지경이었다. 인파에 밀려 비실비실 구석으로만 돌다보니 ‘보라매의 전설’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전쟁 당시 우리 공군의 상황을 설명한 코너 앞에 서게 됐는데 무심코 내용을 읽다가 그만 망연자실하게 되고 말았다. 개전당시 우리 공군에는 조종사가 단 57명뿐이었고 전투기는 한 대도 없었다. 그래서 육군 병기창에서 시험제작한 15kg 폭탄 247발과 경찰에서 인수한 수류탄 500여발은 보유 항공기의 전부였던 (무장이 없는) 12대의 연락기와 10대의 연습기 뒷자리에서 관측사가 창문을 통해 손으로 직접 떨어뜨려야 했다. 목표물에 가깝도록 조종사가 매우 낮은 고도로 비행해야만 했고, 당연히 적의 고사포에 격추될 위험이 컸다는 대목에선 결국 눈물이 났다. 미군이 지원하기로 한 F-51전폭기 10대를 인수하러 개전 바로 다음날인 6월 26일 일본으로 건너간 10여명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페이닥터로 처음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 보험 매출이 치과 전체 매출의 20%를 넘으면 안 된다는 선배님들의 말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제가 페이닥터로 일하던 치과에서는 보험청구를 일부러 제대로 안 하기도 했었고, 저 역시도 보험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웬만한 치과에서는 매출의 40% 이상을 보험이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보험 진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이유도 있을 것이고, 예전에는 비급여였던 것들이 보험으로 들어오면서 치과 전체의 보험진료비는 최근 5년 사이에 2배 이상으로 증가 하였습니다. 이렇게 보험 진료비가 증가하면서 전반적으로 보험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관심 없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제는 보험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계시는 원장님과 아예 보험에 대해 모르는 원장님 이렇게 두 부류만 있는 것 같습니다. 건강보험은 진료에 기반하기는 하지만, 누군가 만들어 놓은 제도이자 정책입니다. 그래서 그 제도에 대해 알지 못하면 정당하게 진료한 비용을 받지 못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임의비급여 등 부당행위로 인한 불이익을 당하게 될 수도
‘내가 날씨 따라 변할 사람 같소?’ 연극 제목이다. 자연의 변화와 직업과 같은 사회제도가 인간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한국인이 성격이 급하다면 뚜렷한 계절의 변화와 심대한 온도의 차이가 그 원인이 될 수 있을까? 히포크라테스는 기후와 풍토, 계절의 변화에 따라서 사람의 체질이나 체형, 나아가 도덕적 품성과 성격까지도 영향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의 건강과 도덕적 성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적 요소로서 계절의 균형(summetria)과 변화(metabole)의 개념을 들었다. 히포크라테스는 계절의 변화가 잦을 때, 정액이 응고하는 경우 더 큰 변질(phthorai)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거칠음, 사나움, 용맹함 같은 성격도 자연환경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더운 지역에 사는 인종보다 더 용감하다는 것이다. “항상 같은 기후에서는 게으름이 생겨나고, 변화 많은 기후에서는 몸과 마음이 시련을 견뎌낸다.”(《공기, 물, 장소에 관하여; De aere, aquis, locis)》 히포크라테스는 인체를 구성하는 체액(humor)이 기후와 풍토의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히포크라테스에 따르면 혈액,
새 해가 밝았지만 치과계가 마주하는 대한민국의 의료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사회 변화에 따라 정책 속도에 따라 대응해야 할 현안과 난제들이 시시각각 치과계를 압박하고 나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박한 현실을 넘어 미래 세대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가야 하는 사명감 또한 오롯이 우리 치과계의 몫이다. 치협이 지난 15일 ‘미래치의학 발전을 위한 추진단’의 첫 회의를 가졌다. 추진단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치과의료 분야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한국 치의학의 지평을 세계로 넓혀 나가기 위한 작업들을 해 나갈 예정이다. 우선 미래 치의학 발전을 위한 정책과 학술사업을 전개하고, 국내 교수 및 연구진의 연구 활동도 지원할 계획이다. 미래 치의학 분야에서 오랜 기간 연구를 진행한 교수진을 중심으로 협회장 직속의 자문기구도 구성키로 했다. 올해 추진할 사업의 로드맵도 모습을 드러냈다. 오는 2월 8일 치협 회관에서 ‘대한민국 미래혁신 치과의료 현황과 전망 토론회’를 개최하고, 6월에는 ‘미래혁신 치과의료 발전전략 국회토론회(가칭)’를 열어 치과의료의 발전이 견인할 수 있는 국가 성장 동력의 가능성과 향후 전망을 공유한다. 특히
복지부는 최근 정부내 구강보건 전담부서의 설치 추진이 무산된 데 대한 이유를 밝혔다. 이번 설치 추진은 정시직제가 아닌 수시직제의 성격으로 이루어졌으며 기재부 예산상의 문제로 대통령 공약과 관련이 있는 치매정책과와 자살예방과만이 통과되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구강보건 전담부서의 설치는 타당성이 있고 보건복지부 장관의 언급이 있었을 뿐 아니라 수시가 아니라 정기직제의 성격에 맞기 때문에 절차에 따라 정기적인 기구 및 인력 소요 심사를 통해 다음 연도 정기직제로 다시 추진할 예정임을 밝혔다. 하지만 필자는 당초 행안부와의 협의과정에서 구강보건 부서가 아직도 전담부서로서의 필요성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가 어렵다. 지금까지 치과계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 때 22년 만에 겨우 부활되었던 전담부서까지 다시 폐지되어 지금에 이르렀음을 생각해보자. 그 동안 치과계가 구강보건 전담부서의 설치에 관하여 우선적으로 내세워 왔던 주장은 후진국조차 자기 나라 국민의 구강보건 향상을 위해 우리보다 훨씬 이전부터 정부부처 내에 구강보건 전담부서를 둔 것과 비교하면 구강보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인식이 매우 낙후됐다
프랑스 여행 첫날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놓쳤다. 공항에서 울며 고민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새로운 비행기표를 구매해야 할지. 어느 것이 옳은 선택이었을까? 밀란 쿤데라는 인간의 삶이란 오직 한번 뿐이며,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딱 한번만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어떤 것이 좋은 결정이고 어떤 것이 나쁜 결정인지 결코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여러가지 결정을 비교할 수 있도록 두 번째, 세 번째, 혹은 네 번째 인생이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공항 사건을 포함한 지난 여행에서 일어난 일들도 오직 한번 뿐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좋고 나쁜 결정이었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일까. 내 여행은 가벼웠다. 주머니 사정도 그랬고 계획도 그랬다. 비행기를 놓치고는,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공항에서 당일 출발하는 파리행 비행기표를 사느라 비행기에 앉아 보기도 전 여행 예산의 반을 이미 탕진해버렸다. 게다가, 설상가상 여행 4일째 가방을 도난당하는 사건으로 주머니가 2/3쯤 가벼워진 상태였다. 비행기표 가격은 추석 직전이라 어마어마하게 사악했다. 11시간 비행 내내 잠이 한 숨도 오지 않았는데, 잠이 오지 않는 이유는 가벼워진 주머니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