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즐겨 가는 홍대 앞 짬뽕집이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빠듯하게 15명 들어갈까 말까 하는 작은 짬뽕집이였는데,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늘자 근처의 큰 건물로 이전을 했다. 소형 맛집이 테이블을 늘려 이전을 하면 오히려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데 이 짬뽕집은 여전히 문전성시다. 일요일 오픈이 12시인데, 11시에 가도 이미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이 20여명은 된다. 나는 줄을 서서 음식을 사 먹을 정도의 미식 애호가는 절대 아니지만, 이 짬뽕집은 번잡한 맛집 특유의 피곤함이 없어서 즐겨 간다. 아무리 맛있는 식당이라도 지나치게 손님이 많고 편안하지 않으면 두 번 가지는 않는 편인데, 이 짬뽕집은 뭔가 특별했다. 나는 그 짬뽕집을 이 삼주에 한 번씩 꾸준히 방문한 결과 어느 날 갑자기 그 비결(?)을 깨닫게 되었다. 그 짬뽕집에는 직원에게 질문을 하는 손님이 없다. 다른 혼잡한 레스토랑에서 흔히 오가는, ‘이거 저희가 시킨 음식이 아닌데요.’, ‘저희가 먼저 주문했는데요.’, ‘OOO가 어떤 음식이에요?’, ‘숟가락 하나만 더 주세요.’ 밑반찬 좀 더 주세요.’, ‘손님 이거 시키신 거 맞으시죠?’ ‘저 자리에 앉으면 안 되나요
닭의 해가 가고 ‘무술년’ 개의 해가 왔다. 지난했던 2017년의 그림자를 뒤로 하고 떠오른 새 해가 새롭게 희망을 품고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하지만 올해도 치과계의 운명을 좌우할 사안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잠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우선 1인 1개소 법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임박했다. 헌법재판관 및 소장의 공백으로 그동안 적체됐던 사건 심리가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치과계는 물론 사회 전반의 관심이 헌재로 쏠리고 있다. 우리 사회의 의료 정의가 달려 있다는 점에서 이 법의 존립 자체는 이미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명제다. 구강보건 전담부서 설치도 올해는 결실을 봐야 할 치과계 숙원 중 하나다. 지난 2007년 구강보건 전담부서가 폐지된 후 사실상 국가 차원의 구강보건정책이 정체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 치과 산업의 대내외적인 위상을 고려해 봐도 정부 내 전담부서조차 없는 초라한 현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중·장기적인 치의학 및 치과산업 발전의 초석이 될 한국치과의료융합산업연구원 설립 역시 가시적 성과를 위해 매진해
망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병원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읽는다고 하던데, 개원초기에 연배가 있는 선배님들을 뵈면 다들 너무 대단하시고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지기 까지 했었습니다. 치과의사도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인지라 선배님들이 하는 말씀 중에 그 사람이 말하는 말투나 행동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서 훤히 알겠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마치 점쟁이가 사람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처럼이요. 개원을 하고 10년이 지나보니 그 말 뜻의 언저리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것 같고, 실제 환자를 보면서도 이 사람은 이렇게 말하겠구나, 이런 타입이구나 하는 정도는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원강사, 백화점 근무, 항공사에 근무하는 등 서비스 업종에 근무하는 분들께는 묘한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평상시에 다른 사람을 위해서 서비스를 행하고 그에 따라 손님의 평가를 받아 혼이 나거나 싫은 소리를 듣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인지, 갑자기 버럭 화를 내는 경우나 직급에 따른(예를 들면 원장님한테는 고분고분하지만, 데스크나 직원한테는 함부로 대
▶2016년에 FDI 체게로 통합 개정됨 ▶발음, 인쇄, 통신, 기록 등의 용이성 고려함 ▶국제표기법 사용으로 국민 구강보건 향상에 노력 필요 국제표준화기구/치과전문위원회(ISO/TC 106)에서 치과의 용어(Terminology)에 대한 국제표준을 제·개정하는 분과(Sub-Commitee; SC)는 SC 3이며 해당 분과 중 치과 코드 및 약어의 조화 (Harmonization of Dental Codes and Abbreviations)를 담당하는 작업반(Working Group; WG)는 WG 1이다. ISO의 공식언어는 영어와 프랑스어 이다. 특히 SC 3에서는 프랑스 표준국(AFNOR)에서 직원을 지속적으로 WG에 참여시키고 있으며,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해당 WG을 주도하고 있다. WG 1의 의장 격인 컨비너(Convenor)는 프랑스의 Benoit Soucy가 맡고 있으며, 간사(Secretary) 또한 프랑스의 Mme Anne Girard가 수임하고 있다. 본 연재에서는 ISO 3950:2016 Dentistry - Designation system for teeth and areas of the oral cavity(치과 - 치아 및 구강영역
얼마나 됐을까? 한 2년쯤 된 것 같다. 어느 날 시가 눈에 들어왔다. 그 간결함이 좋았다. 스크롤의 압박이 없었다. 단숨에 읽히고 무엇인가 가슴에 남기도 했다.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청량감을 주기도 했다. 시는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고 치유의 언어가 되기도 한다. 나에게 시는 작은 공감의 언어였다. 가끔 시집을 사서 읽기도 했다. 누군가 오래된 헌책방에서 가성비 최고가 시집이라고 했는데 그 말은 참이다. 마음을 무찔러 들어오는 시어를 만나는 작은 즐거움이 있었다. 점차 나만의 언어로 시를 쓰고 싶어졌다. 그냥 형식없이, 마음에 느껴지는 대로 적었다. 일기도 아니고, 수필도 아니고, 독후감도 아니고, 시만이 지닌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 시를 지었을 때의 상황, 느낌, 생각 등이 시어에 녹아있다. 그럼에도 다양한 생각과 느낌을 가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 제 삼자가 보았을 때는 또 다른 느낌과 생각을 가지게 한다. 아마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는 나 자신도 다르게 느끼고 다른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점이 좋다. 시에 그림이 같이 곁들여지면 좋겠지만 아직 그림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시도 처음 싱글크라운 프렙할 때의 서투름이 두루 배어 있다. 그래도 기회가 된다
한 노숙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치아가 한 개도 없었지만 웃는 모습이 정다운 사람이었습니다. 기증받은 빵 가운데 부드러운 부분만 골라 가져다주면 어찌나 고마워했는지 모릅니다. 낮에는 노숙인 상담소 근처를 서성였는데, 믹스 커피 한잔을 타다 건네면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좋아하던 사람입니다. 그는 갓 대학생이 된 햇병아리 상담원의 인사를 처음으로 밝게 받아준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와의 첫인사에 무슨 말을 했었나 정확히 떠올릴 수는 없지만, 그의 환한 미소가 잊히지 않습니다. 유난히도 춥던 어느 겨울날, 그는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상담원의 걱정에 감기가 걸렸다고 답하곤 힘없이 몸을 뉘었습니다. 그것이 그와의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그는 음수대 근처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고, 행려자로 분류되어 일정 행정 절차를 거친 뒤 무연고 화장 처리되었습니다. 거리에서 경험한 첫 죽음은, 큰 죄책감과 트라우마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괴로워할 새도 없이 또 다른 죽음들이 들이닥쳤습니다. 괴로움은 화로 변했습니다. 신은 이미 화풀이의 대상으로 전락해서, 그에게 기도할 때면 육두문자가 섞이곤 했습니다. 하루하루 성장하여 6개월쯤 지나면 성인군자가 되어 이곳을 떠날 줄 알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 ‘꽃’은 이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DENTIST는 근대 치의학의 아버지라고 칭송되는 피에르 포샤르(Pierre Fauchard, 1678~1761)에 의해 1728년에 출판된 ‘Le Chirurgien Dentiste’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포샤르가 ‘DENTIST’라는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일(job)에 지나지 않았다. 포샤르가 ‘DENTIST’라고 불러주었을 때, 그는 우리에게로 와서 직업(profession)이 되었다. 포샤르는 치과계에 이름, 직업, 윤리와 학문을 선사하였으니 치과의사로서 포샤르의 이름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의사의 출발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로부터 시작되고, 간호사는 나이팅게일의 희생정신을 되새기면서 첫 걸음을 내딛는다. 그런데 치과의사의 시작은 어떠한가?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본과 3학년 때 가운을 매개로 하여 저마다의 다짐을 하며, 예비 치과의사 선서식을 하는 학교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치과의사의 출발선에는 히포크라테스와 나이팅게일과 같
12월은 의외로 결혼 시즌인가보다. 지난 주말에도 매서운 강추위에 두 곳의 결혼식에 다녀와서 결국 감기에 걸리고 말았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무엇인가 매듭을 짓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일이겠거니 짐작해본다. 그러나 2018년이 온다고 해서 지구가 새 것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고, 또 겪어 보신 분들은 모두 알고 계시듯 결혼이란 매듭이라기 보단 차라리 하나의 새로운 시작에 가깝다. 요컨대 꼭 이럴 것 까진 없지 않나 싶지만 남 일일 땐 다 알 것 같아도 막상 내게 닥치면 생각이 달라지는 모양이다. 그러기에 ‘내로남불’이라 했던가. 조카의 결혼선물로 앞치마 7개를 주었다는 글이 있었다. 미대를 나와 오래 동안 출판 관련 일을 하고 있던 여성이었는데, 물방울무늬와 꽃무늬, 줄무늬 등 앞치마 디자인으로 쓰이는 대부분을 망라(?)하여 일주일간 돌아가면서 사용하라며 주었다는 것이었다. 페미니즘 적 관점에서라면 살짝 논란을 부를 선물이고 글일 수도 있겠지만 직장과 가정을 힘겹게 양립시키며 살아 온 스스로의 所懷를 역시 비슷한 삶을 살아갈 조카딸에게 조용조용 들려주는 글이어서 꽤 뭉클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지 않을 수도 없고, 직장과 살림과 육아 중 어느 것을 외면 할
'人事가 萬事’라는 명언이 있다. 모든 일에 있어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임과 동시에 결국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함께 하는 사람들의 운용을 잘 하는 것이 만사형통이라는 의미이겠다. 사회에서는 능력 있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제공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하고,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도 필요하며, 능력중심의 적정한 보직분배를 적극 실시해야한다고 흔히 이야기들 한다. 그런데 우리 치과영역에서는 그런 이론대로 적용하기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치과대학을 다니면서 고학년이 되어 치과병원에서 실습을 돌기 시작했을 때 환자와 직원, 그리고 치과의사의 관계가 보일 때가 있었다. 보기에 흐믓한 좋은 관계들도 있었고 물론 그렇지 않고 불협화음이 생기는 상황도 간간히 보였다. 어떤 경우에는 병원에 오래 근무하고 있는 직원이 젊은 수련의와 다툴 때가, 또 어떨 때는 환자와 마찰이 생겨서 서로 인상을 붉히고 언성을 높이면서 싸우는 광경도 발생했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내가 졸업하고 치과의사가 되어서 진료를 시작하면 나의 위치에서 직원과 환자와 함께 어우러져 행복하게 지내는 그림을 그렸었다. 그 그
대학에 근무하다 보면 다양한 성격을 가진 학생들을 만나게 됩니다. 학생들은 타고난 품성에 자라온 환경의 영향이 합쳐져 각자에게 적절한 삶을 선택하게 될 텐데, 이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가 ‘나이(Age)’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이가 공부에 영향을 미치는가?’ 라는 질문을 한다고 가정하면, 대학에서 오랜 시간 학생들을 가르쳐 본 사람들의 공통된 결론은 아마도 ‘당연히 예스!’ 일 것입니다. 역시 ‘공부는 제 때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 사람이 평생 전공하고자 하는 분야에 언제 노출되는가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을 만큼 나이 요소는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의학이나 치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보면 전문대학원 체제라서 학부를 졸업한 후 다시 입학하는 경우가 많아 평균 연령이 높은 편입니다. 남자의 경우 군대를 마치고 오는 경우 더 늦어집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과대학이나 치과대학을 마치고 전공의 과정에 있거나 대학원 학위 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 후 바로 입학한 학생에 비하여 나이가 많고 결혼을 하여 아이를 키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결혼을 하여 자식을 낳아 본 사람은 책임감의 무게가 크다는
내년부터 급여화가 예정된 ‘광중합형 복합레진(만 12세 이하 영구치)’의 수가가 얼마로 정해질지에 치과계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2022년까지 레진 보험의 적용 연령 및 부위 등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치과 분야 보장성 확대 로드맵 수립과 관련해 치협 측에 관련 학회의 의견수렴(검토)을 요청하면서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학회 의견수렴 항목에는 광중합형 복합레진(만 12세 이하 영구치)과 치아교정치료(구순구개열 환자의 교정치료)의 ‘단계적인(2019년~ 2022년) 급여확대’에 대한 의견을 묻는 항목이 포함됐다. 노인틀니나 임플란트 보험화 등의 경험에 비춰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긴 하지만 정부가 적용 연령 및 부위 확대를 벌써부터 거론하기 시작했다는데 주목할 만하다. 치아교정치료의 경우 안면기형, 구순구개열 환자 등으로 한정돼 있지만 광중합형 복합레진의 경우 당장 개원가에 미칠 파급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광중합형 복합레진의 최초 보험수가가 얼마로 정해질 지에 치과계가 더욱 더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치협은 대한치과보존학회 측에 광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