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덕담을 해주었습니다. 당신은 좋은 일 많이 하니 천국행 티켓을 예약해서 좋겠다고. 나쁜 의도가 아니라 선한의지로 칭찬해주신 좋은 말이었는데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반감 같은 게 치솟았습니다. 제가 진료 가는 게 천당 가기 위해 하는 일 아닙니다. 그냥 거기에 힘든 사람이 있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러 가는 것이지 어떤 의도가 있는 게 아닙니다. 더군다나 진료를 미끼로 선교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랍니다. 사실 단독 개원의가 병원을 며칠씩 비우기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추석 긴 연휴를 쉰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 문을 닫게 되면 그 달 직원들 급여 주기도 빠듯하고 환자들도 떨어져 나가 향후 수입에도 큰 지장이 생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진료 도구를 챙겨 비행기를 타는 이유는 나보다 훨씬 절박한 사람들이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치통이라는 게 겪어본 분은 아시겠지만 참기가 참 힘든 고통입니다. 평생에 치과의사 한번 대하기 힘든 사람들은 그 아픈 마취주사를 신음 소리 한번 안 내고 참아 냅니다. 그리고 그 아픔에 눈물만 주루룩 흘러 내 보냅니다. 그 눈물을 보며 진료 팀도 다 같이 안쓰러워 함께 뭉클합니다. 이윽고 아픈 이가 빠져 나가면 또 고마
지난 달 푸미폰 전 태국 국왕의 장례식 직후에 파타야에 갔더니, 마치 집안 친척이나 할아버지 얘기인 듯 장례식 다녀온 얘기를 하는 태국인이 많았다. 방콕까지 직접 다녀온 사람도 있고 파타야 곳곳 영정을 모셔놓은 분향소에 다녀온 사람도 있었는데, 전부터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예사롭지 않은 열기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푸미폰 왕은 1946년 즉위한 이래 70여 년 간 재위하며 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산간 오지의 농민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심던 아편을 커피로 바꿔 재배하도록 독려하고 그 판로도 마련하여 지금도 타이항공에서는 승객들에게 그 커피를 제공한다고 하며, 오염된 저수지의 정화 정수 장치를 개발해 새우와 물고기 등을 양식하게 하여 식량 자급자족을 하도록 도왔고, 가뭄을 해결하고자 왕 스스로가 인공강우 전문가가 되었을 정도로 농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데 평생을 바쳤다. 오랜 재위기간 중 로얄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개발도상국의 단계적 발전 계획들 수천 개를 펼치는 동안 스무 번에 가까운 쿠데타가 일어났지만 왕권은 점점 강화 되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서로 첨예하게 입장을 달리하는 사람들이라 해도 푸미폰 왕에게만은 일치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 까지 의학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이로 인해 인간은 질병으로 부터 많은 부분 자유로워졌으며 평균연령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의학의 발전 속도보다 미래의 의학은 몇 십배, 몇 백배 더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누구나 예상하고 있습니다. 총 3회에 걸친 칼럼을 통해 앞으로 펼쳐질 미래 의학의 모습을 예측해 보고 우리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진시황 하면 떠오르는 것이 중국 천하통일, 만리장성과 더불어 불로초 입니다.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한 후 이 무한한 권력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열망으로 많은 신하를 시켜 전 세계를 뒤져서라도 불로초를 찾아오게 했죠. 이러한 무병장수와 영생에 대한 욕망은 진시황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가 갈구하는 인간의 본성이며, 이러한 열망은 의학 발전의 근간을 이루었습니다. 질병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던 시기에 인류는 절대자인 신에게 기도나 제사를 드리기도 했지만, 의학의 아버지라 칭송되는 히포크라테스를 비롯한 많은 의사와 과학자에 의해 질병의 원인을 알아내게 되었고, 질병 치료에 대한 연구를 계속한 덕에 현대의 의학이 탄생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통일이여 어서오라, 통일이여 오라.” 마지막 불러본 게 수십년이 되었을 텐데도 토시 하나 틀리지 않게 외우고 있는 노래입니다. 정치적인 이유에서인지 어떠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요즘에는 잘 들을 수 없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두괄식으로 시작하자면 우리의 소원은 아닐지 몰라도 저의 소원은 통일입니다. 대한민국의 알수 없는 미래에 통일이 탈출구가 될 것이라는 짧은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원은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그보다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7년 9월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정세는 언제 무슨 일이 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6자 회담은 10년전 6차 회담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뺀 6개국의 수장이 김정은, 트럼프, 시진핑, 푸틴, 아베라는 점만 생각해도 참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습니다. 정치에는 그닥 관심도 없고, 흥미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지정학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아니면 국제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말이라고 할 지라도 “통일”이
삶을 통해 추구하는 바가 사람마다 다르다. 무엇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이 고유한 모습을 띠게 마련이다. 옛 그리스 사람들은 ‘필로’(philo), 즉 ‘사랑, 친구’라는 말이 붙은 말로 사람들의 가치관을 표현하였다. ‘돈과 부(富)를 사랑하는 사람’(philochrēmatos)이 있는가 하면 ‘권력을 사랑하는 사람’(philarchos)도 있었다. ‘명예를 사랑하는 사람’(philotimos), ‘도시 공동체를 사랑하는 애국자’(philopolis), ‘음악과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philomousos)도 있었다. 물론 ‘술 좋아하기’(philoposia)도 빼놓을 수 없었다.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philosophos=철학자)와 ‘배움을 사랑하는 사람’(philomatēs)에 대한 표현도 문화적 황금기를 이룬 그리스 고전기(기원전 5세기)에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언젠가는 죽어야 하는 인간이 삶을 허투루 살지 않기 위해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가장 행복한 삶을 살며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무엇을 사랑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바뀔 수 있다.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던져보았을 질문이다. 이 질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치과의사시험위원회가 주최하고 치과의사국가시험연구소와 한국치의학교육평가원이 후원한 ‘2017 치과의사국가시험 설명회’가 지난 9일 서울대치과병원 8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치과의사 국가시험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면허 발급을 위한 시험으로 치과의사로서 임상을 수행할 수 있는 일정 정도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것을 검증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시험문제의 내용 및 유형에 따라 치과대학 교육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제도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설명회는 양질의 치과의사 배출을 위해 치과의사 국가시험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인지 논의하는 시의적절한 자리였다고 평가할 만하다. 특히 치과의사 국시는 오는 2021년부터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실기시험이 도입되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4일 의료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치과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실시를 위한 법적 기반은 완료된 상황이다. 개정된 의료법 시행규칙은 2021년 3월 1일부터 시행되며, 2022년 치과대학 및 치의학전문대학원 졸업예정자 등이 응시하는 제74회 치과의사 국가시험부터 적용된다. 예정대로라면 실기시험은 2021년 하반기 10
얼마 전 “혐오, 차별, 가난은 우리를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라는 주제로 열리는 서울대학교 인권포럼에서 ‘사회역학자 김승섭 교수가 말하는 한국사회 건강불평등’ 강연이 있다는 안내메일을 받았다. 안내문에는 참석자 중 네 명에게 김승섭 교수가 쓴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선물한다는 말도 있었다. 솔깃했다. 이미 신문을 통해 이 책에 대한 소식을 접해서, 책 제목과 ‘사회역학’이라는 용어가 머리에 박혀 있던 차였다. 그러나 다른 일정 때문에 포럼에 참석할 수는 없어, 그냥 책을 사서 읽기로 했다. 우리는 어떻게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으로 먼저 의료기술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기술의 발전만으로는 충분한 해법이 나올 수 없다고 사회역학(Social Epidemiology)을 연구하는 김승섭 교수는 말한다. 지난 100년간 의료기술의 발전이 눈부신 성과를 만들어낸 것은 사실이지만, 의료기술의 발전만으로는 충분한 해법이 나올 수 없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사회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며, ‘이 주제에 대한 고민은 오래되었지만,
체력의 생성뿐만 아니라 심장을 단련하고 강화해주는 기순환법을 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안상규 의학박사(전 치협 보험이사)의 기순환 운동을 연재합니다. ●생체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체력이다. ●생체전기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체계가 단전(丹田)과 경락(經絡)체계이다. ●단전으로 기를 흡수하여 경락체계를 순환시키면 생체전기가 된다. ●뇌와 심장과 근육의 작동과 생명현상은 생체전기로 이루어진다. ●‘호호 기순환 운동’을 하면 생체전기의 생성이 극대화된다. 체력은 정신적이나 육체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일 뿐 아니라 생명력, 면역력, 적응력을 포함하는 것으로 질병과 장애를 견딜 수 있는 능력이다. 체력은 뇌와 심장과 근육의 작동 능력이며 생명을 지키고 생명 활동을 유지하는 힘으로 기운(氣運)이며, 생체에너지이며, 생체전기이다. 현대의학의 체력은 1953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Hans Adolf Krebs의 이론에 따라 생성되는 에너지이다. 포도당이 분해되며 산소와 결합하는 화학반응에 의한 열에너지의 생성 과정인 크레브스 회로(Krebs cycle)를 거쳐 생산되는 에너지이다. 하지만 영양분으로부터 생산되는 에너지는 생체전기가 아니며 열에너지로 주로 육신
이탈리아에는 ‘친구를 찾은 자는 보물을 찾은 것과 같다(Whoever finds a friend finds a treasure)’라는 속담이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친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잘 설명하는 문장이다. 이탈리아 문화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가족만큼 친구 또한 소중한 존재이다. 친구란 서로 간에 신뢰, 충성, 열정, 이해, 용서와 감사가 있어야 한다. 우선 만남으로 시작해서 앞에서 언급한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세월이 흐르다 보면 비로서야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진정한 친구는 몇 명인가요? 나에게는 36년 지기 친구와 자랑스러운 친구이자 동창이 있어 이곳에 잠시 소개할까 한다. 내 친구 기아와 인연을 거슬러 올라가면 82년 탄생한 해태 타이거즈부터 시작된다. 비록 중간에 친구의 이름이 변경되었지만 36년 동안 여전히 우리의 우정은 굳건하다. 해태 타이거즈부터 기아 타이거즈까지 우승은 내 인생의 굽이굽이마다 있었다. 83년 중3때 우승, 86년 고3때 우승, 89년 대학교 3학년 때 우승, 93년 인턴 때 우승, 96년 공보의 1년차 때 우승, 09년 개원의 9년차 때 우승 그리고 2017년 우승 등등. V11의 원동력은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치과를 읽다> 저자 “습관은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게 만든다.” - 도스토옙스키 좋은 습관을 몸에 배게 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노력하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쉬워지며, 쉬워지면 재미있습니다. 결국 재미있지 않으면 습관화되기 어려운 것이 사람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은 습관을 만드는데 바로 초기 단계인 노력하는 단계에서 쉽게 무너져 버립니다. 대부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을 습관적으로 읽습니다. 굳이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것도 아니고 한 책을 다 읽으면 자연스럽게 다음 책으로 이어집니다. 그런 습관은 사실 저절로 생긴 것은 아닙니다. 읽기 싫은 책을 읽어도 보고, 꾸준하게 읽어보려고 계획을 세우고, 실패하면 다시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서 다시 도전해보고를 반복해서 얻은 습관입니다. 저는 책 읽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이야기할 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읽고 싶었던 좀 어려운 책을 하나 골라서, 딱 한 달만 매일 20분씩 읽어보라”고. 아주 두
한국인 記者와 결혼하여 서울에 20여 년째 살고 있는 일본인 여성을 치료하고 있는 도중에 그녀의 시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며느리 입장이야 이심전심 알만 한 처지라 짐짓 무심한 척 글러브도 바꿔 껴 가며 딴전을 피워 편하게 통화하도록 해 주었다. 서둘러 통화를 끝낸 뒤 미안하다며 변명처럼 “아들과의 효도폰도 있는데 늘 말도 잘 안 통하는 제게 전화를 하셔요…”라기에, 효도폰은 ‘유사시’에 쓰라는 전화니까 그야 당연한 일이죠 라고 웃으며 말해 주었다. 일본 여인 특유의 놀라는 표정으로 눈이 동그래 진 환자가 남편과 하도 통화가 안 되어 어머니와의 핫라인인 그 효도폰 번호로 전화를 했다가 대판 싸운 일이 있었다며, 남편이 설명도 안 해 주고 불같이 화만 냈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고 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심지어 핫라인 효도폰 번호인 줄도 몰랐고, 내가 동기 골프 모임 회장이던 몇 년 전, 무슨 기념패를 만드는 의논 차 당시 총무이던 남자 동기에게 (바뀐 전화번호를 미처 몰라) 옛날에 입력해 놓았던 번호로 전화를 건 것뿐이었는데, 왜 이 번호로 전화했느냐, 지금 올림픽대로인데 갓길에 차 세우고 비상등 켜놓고 받고 있다, 이거 우리 엄마랑 만 통화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