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경우에 심한 단계의 치매는 묘사하기 여러 가지로 곤란하여, 중기 무렵이 그 한계라고 한다. T.S.엘리엇이 일찌감치 간파했듯 너무나 사실적인 것에는 견디기 힘들어 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일까. 나중엔 막대한 인적 물적 자원이 필요해 지고, 개인생활 뿐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운영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에, 가급적 그 발병과 진행을 늦추어야 고령사회의 고단함을 줄일 수 있다고 역설하는 신경과의사와 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제약회사들이 관련되어 치매관련 위험을 부풀리는 느낌이라고 누군가가 말하자, 그는 그럴 가능성도 배제하진 않았지만, 수 만년의 진화과정을 통해 인류가 깨달은 진리가 있다면, 위험 가능성이 클수록 원래보다 과장되게 지각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점이라고 했다. 누군가에게 일어 날 수 있는 일이라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다음으로 할 일은 해결 혹은 예방법 강구가 되겠다. 지금 아무리 젊은 당신이라 해도 이 해결노력에 동참하는 일부가 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문제의 일부가 되어버릴 지도 모르니까. 타이밍을 놓치지만 않는다면 중증의 치매로 급속히 진행되지 않도록 약물 치료 등이 가능하다는
“제논은 엘레아의 참주인 네아르코스를 축출하고자 했으나 체포되었다. 그리고 그는 네아르코스에게 심문을 받을 때 자신의 혀를 물어 끊어 그에게 뱉었고, 그러고는 맷돌에 던져져 으깨어져 가루가 되었다.” 수다(Souda) 또는 수이다스(Souidas)라고 하는 10세기 말 비잔틴에서 편찬된 일종의 그리스 백과사전의「제논」항목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습니다. 그 제논입니다. 거북이와 토끼 또는 아킬레스를 경주시키고, 거북이가 조금이라도 앞서 출발한다면 결코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앞지를 수 없다고 했다던 그 제논이 맞습니다. 이 사람만이 아닙니다. 제논이 살던 도시 이름을 딴 철학학파인 엘레아학파에는 멜리소스라는 인물도 있었는데, 제논과 달리 사모스 사람이었던 그는 아테네의 페리클레스가 함대를 이끌고 사모스를 쳐들어갔을 때, 장군의 직을 맡아 페리클레스의 함대를 무찔렀다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그리고 그는 제논 못지않게 우리가 보는 상식적 세계를 부정하며 “그러므로 이처럼 있는 것은 영원하며 무한하고 하나이며 전체가 같다. 그리고 그것은 소멸하지도 더 크게 되지도 재배열되지도 고통스러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을 것이다.”(아리스토텔레스,「자연학」3권 18절 중)라고 말
치협은 지난 11일 신임 보건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장 면담 자리에서 치과계 유관단체를 포함해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도 함께 하는 협의체를 구성, 보조인력난을 심도 있게 논의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 같은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이유는 개원가는 보조인력난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대책은 찾아보기 어렵고,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실행하는 데는 치협의 힘만으론 벅차기 때문이다. 특히 치과에서는 보조인력을 구하기 어려운데, 재취업을 고민하는 보조인력은 취업할 치과가 없는 모순된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주체가 된 논의기구를 신설해 해결책을 찾다 보면 보조인력난을 해결하고 동시에 일자리창출이라는 정부 시책에도 부응할 수 있다. 지난 8월 있었던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보건의료분야 노사정 공동선언’ 행사에서는 양대 노총, 교육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200여개 병원들이 참여한 바 있다. 이 행사가 의미를 갖는 것은 공동선언이 이행될 수 있도록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산하에 보건의료 특별위원회를 구성함으로써 공동선언이 이행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간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기에 일차 의료기관이 제외돼 아쉬
매년 겨울이 시작되면 너는 스마트폰의 날씨 앱(application)을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겨울 날씨는 변심한 애인의 마음처럼 변화무쌍하다. 기온이 영하 7℃ 이하로 내려가면 너는 퇴근 전에 7개의 세면대 중에서 안전하다 싶은 몇 개를 골라 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도록 수도꼭지 손잡이를 미세하게 조절하느라 무척이나 애를 먹는다. ‘또로로록’ ‘또로록’ ‘또록’ ‘똑, 똑, 똑……’ 물이 방울져 세면대 바닥에 일정한 간격으로 굴러떨어질 때까지 수도꼭지 손잡이를 들었다 내리기를 무한 반복하는 것이다. 벌써 퇴근준비를 마치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직원들은 네가 나오기만을 아까부터 간절히 기대하고, 기다리고, 또 기도하고 있다. 너는 그런 직원들의 마음에 온통 신경이 쓰인다. 직원들의 눈치를 살피면 살필수록, 너는 세면대 앞을 쉬이 떠나지 못한다. 세면대 바닥 제일 깊은 곳에 동그란 휠 모양의 물막이 장치를 세로로 세워 놓고 물이 잘 흘러내려 가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도 너는 여전히 그 자리를 떠나지를 못한다. ‘혹시라도 물이 고여 넘치진 않을까’라며 수차례 머릿속으로 물이 내려가 하수관을 빠져나가는 시뮬레이션을 반복해본다. 이때쯤이면 광야에서 한 외치는 소리가
그다지 글재주가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치의신보의 시론이란 지면에 글을 실을 수 있게 되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며, 치의신보 관계자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몇 일전 초등학교 때부터의 절친과 갑자기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친구나 저나 애들 키우고 본인의 일을 하다 보면 여유롭게 만나 이야기할 시간이 그다지 없는 게 현실입니다. 40대 중반이 되어가니 친구의 주변에 하나 둘 어딘가 아픈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며, 마음이 참 무겁다고 합니다. 저 스스로도 어려서부터 개원 초반까지는 뭔가 열심히 하면서 시간을 보내느라 아플 시간도 없이 지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습니다. 바쁜 일상생활에서 삶이란 무엇인가 어떤 목적으로 살아가는 것일까라는 조금은 철학적인 질문도 스스로 해보며, 감동적인 책을 접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97세 연세로 철학과 교수님이신 김형석 선생님의 “백 년을 살아보니”란 책과,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고 계신 김혜남 선생님의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를 읽으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참 잘했다 싶은 일들을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일본에 유학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치과를 읽다> 저자 감수성이 극에 달했던 스무 살을 전후로 해서 누구나 책 한권의 사색에 빠져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저는 유독 ‘데미안’을 여러 번 읽었습니다. 그중 유난히 마음에 와 닿았던 문장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모습을 가지고 자기 자신 속에 도사리고 있는 무엇인가를 미워하고 있는 것이야. 우리 자신의 내면에 없는 것이 우리를 흥분시키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거든.” 정말 미워하는 사람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자주 발견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가 아닌가 싶네요. 미워하는 사람이 생겨도 결국에는 쉽게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인간은 결국 자신을 가장 사랑하니까. 책읽기는 작가의 시선과 가치관을 빌려서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입니다. 자신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사랑하고 있을까요? 책읽기를 통해서 자신의 깊은 내면의 세계에 빠져들어 갈 수 있습니다. 진정한 자신과 맞닥뜨려 본 사람만이 진정한 자기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저녁을/마당에서 먹는다./초저녁에도/환한 달빛./마당 위에는/멍석/멍석 위에는/환한 달빛./달빛을 깔고/저녁을 먹는다… 시인 오규원이 찬탄했던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부쩍 선선해진 날씨와 더불어 한번 뭉치자는 ‘번개’ 제안들이 들려온다. 다시 그리움의 시절인건가. 어려서부터 영특했던 소년 정약용은 장원급제 후 정조대왕의 규장각 초계문신이 되었다. 정조대왕은 신하들의 사직상소 초고를 미리 보여 달라고도 하고, 좀처럼 우아한 문장을 못 만들어 내는 신하의 경우엔 아예 대신 써주기 까지 했으며, “경의 생각이라고 하면서 이 인물들에 관해 이조판서와 상의하는 것이 어떠한가?”라는 인사문제의 막후 지시를 비밀 서찰로 내리기도 했던 개혁적이면서도 몹시 깐깐한(소위 에고가 강했던) 왕이었다. 그런 임금이 업무상 실수로 충청도로 유배된 신하를 열흘 만에 다시 불러올릴 만큼 총애했을 정도의 탁월함이란 과연 어떤 경지였을까. 본래 10년 예상으로 시작한 수원화성 공사를 단 34개월에 끝낸 것만 보아도 (유형거니 거중기니 하는 기구들을 직접 만들어 사용한 멋진 점들은 별도로 하더라도!)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음은 분명하다. 한편으론 마당에 가득한 매화며 금잔화, 살구나
미술전을 보러가는 것이 소소한 취미인 나는 여러 전시회를 알아보던 중 엑스레이 아트라고 하는 독특한 예술 사조의 전시회에 대한 소개글을 읽었다. 그 전시회의 소개글을 처음 읽었을 때 대부분의 현대 미술전이 그랬던 것처럼 발상의 참신함 이상을 느끼진 못했다. 그래서 별 기대 없이 재밌게 즐기다 오고 엑스레이 사진도 찍을 수 있으면(?) 찍고 와야겠다고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회에 갔지만 이번 전시회를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닉 베세이의 엑스레이 아트란 엑스레이로서 오브제를 촬영해 그 내면의 진리를 탐구하는 철학적 색채가 강한 현대미술의 신(新)사조이다. 이 전시회의 초반부에서, 그는 신발, 전화기 등 일상적인 사물들의 미학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엑스레이 아트로 드러냄으로써 엑스레이가 사물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수단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그는 외모나 이미지에 집착하는 현대의 사람들이 매우 천박하다고 말하며 사물의 본질을 드러내는 예술 작품을 창조한다. 오른쪽은 닉 베세이의 ‘selfie’라고 하는 작품이다. 한껏 꾸민채로 셀카를 찍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 ‘역설적이게도 셀카를 찍는 누구든
피타고라스라는 이름이 우리에게 알려진 가장 유명한 경로는 ‘피타고라스 정리’일 것입니다로 표현되는 피타고라스 정리는 직각 삼각형을 이루는 세 변의 길이가 갖는 비례관계를 나타내는 수식이죠. 직각을 끼고 있는 각 변을 각각 a, b라고 하고, 직각을 마주보는 빗변을 c라고 했을 때,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a와 b의 길이가 달라지면 자연히 c의 길이도 달라집니다. 거꾸로 c의 길이를 고정해 놓고 a의 길이를 늘린다면 b는 길이가 줄 것이고 그 반대로 하면 반대의 결과가 나올 겁니다. 그런데 수메르인들은 피타고라스보다 이미 천년 전에 이 세 변의 길이들 사이에 일정한 비례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증명의 형태는 아니었지만, 피타고라스 역시 이것을 증명했는지는 논란거리가 됩니다. 피타고라스가 발견했다고 알려진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서양의 온음계가 바로 그것이죠. 피타고라스 정리와 마찬가지로 이것도 피타고라스 당시에 이미 알려져 있던 것이라서 피타고라스의 발견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것 역시 피타고라스 정리와 마찬가지로 수적 비례관계입니다. 바이올린이나 기타의 줄을 팽팽하게 걸고 그냥 퉁겨서 낸 소리와 그 줄 길이의 2/3가 되는 지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화여자대학교의과대학부속 목동병원에서 구강악안면외과 수련 중인 전공의 2년차 김헌영입니다. 이번 여름 찌는 듯한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는데, 저에게는 이런 여름에도 지치지 않고 열심히 달릴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추억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도쿄에서 개최한 제27차 일본 악변형증학회였습니다. 일본 악변형증 학회는 대한악안면성형재건외과학회와 자매결연을 맺은 학회로, 저희 병원에서는 매년 악변형증학회에 전공의가 참석해왔으며, 올해에는 제가 참석하게 되어, 지난 6월 15일부터 16일까지 김선종 교수님과 함께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서 열리는 많은 학회들을 참석하는 것 또한 늘 새롭고 가슴 두근거리는 시간들이지만, 이번과 같이 해외 학회에 참석하는 것은 유명한 해외 연자들부터 같은 주제와 목표를 갖고 공부하고 연구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이 설레였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학회에서는 제출한 포스터 2편에 대한 발표가 있었기에 설렘도 있었지만, 걱정도 많이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자투리 시간을 내고, 졸린 눈 비비며 탑승한 새벽 비행기 내에서도 제가 발표할 포스터에 대해서 한 번 더 내용을 숙지하고, 예상되는 질문에 대해서 생각
이상하게도 저는 바다를 참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바다를 항해하는 요트에 대한 로망이 어렸을때 부터 있었던 것 같습니다. 치과대학 입학 후 나중에 개업해서 돈을 벌면 요트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해왔었습니다. 개업 10년차 가 된 2015년 절위한 인센티브로 그 동안 조금씩 따로 모아두었던 자금을 요트구입에 과감하게 썼습니다. 이탈리아의 요트 전문회사인 Azimut(세계 유명 인사들이 소유하고 있는 최고급 요트회사)의 특정요트(물론 제일 작은 걸로)가 전시된 김포 요트 전시장에서 요트를 보고 한눈에 반했습니다. 그래서 주말마다 이 전시장에 가서 꼼꼼히 체크하고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 몇 번이고 확인하였습니다. 정말 눈에 아른거려서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돈입니다. 이런 전시장에 전시된 요트들은 기본적인 브로커 비용과 부가세, 기존 전시 임대비용까지 모두 소비자가 부담하여야 합니다. 그 비용이 실제 이탈리아에서 사는 비용과는 꽤 차이가 많이 났습니다. 결국 이탈리아 Azimut 회사에 직접 전화해서 아시아 브로커와 연결하여 새 요트를 직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큰 덩치로 인해 자동차 구입과는 달리 엄청난 연결비용과 중간 부대비용이 발생되었고 배송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