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첫 토요일, 윤동주 문학관의 뒤뜰에서는 ‘전국 청소년 윤동주 시화공모전’ 작품 전시회가 한창이었다. 수많은 별들을 깨알같이 점 찍고는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정성스런 글씨를 또박또박 적어 내렸을 작은 손가락을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널어놓은 이불 빨래 옆에 수줍게 서 있는 어린 소년을 재미있게 그려낸 ‘오줌싸개 지도’, 커다란 우물을 액자 가득 담아낸 ‘자화상’… 그림만 보고도 금방 알아볼 수 있는, 심지어 문학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몇 구절 정도는 쉬이 흥얼거릴 수 있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의 시. 그의 시는 백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여전히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있고, 그의 인생은 책으로 영화로 장르를 넘나들며 재탄생하곤 했다. 그리고 개관한지 7년이 넘은 이 곳, 윤동주 문학관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그의 시는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불리는 미당 서정주 선생의 정제된 표현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그의 저항정신은 이육사 시인이나 만해 한용운 선생에 비할 수는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길지 않은 인생과 많지 않은 작품들 사이에는 일관적으로 관통하는
치과계의 전통적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정치인이나 경제인이나 교육자를 포함한 어떤 직업군도 존경받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의사는 ‘인술’로 사람의 목숨을 건지고 건강을 돌봄으로 존경을 받았지만, 이제는 ‘칼든 OO놈’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치과의사로 살아가면서 보람을 느끼고 자부심을 가질 때도 있지만, ‘자동차 경정비와 치과에 가기가 두렵다’는 말을 들을 때면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경쟁이 심해지고,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과 경쟁에서 쳐지면 죽을 것이라는 압박감은 ‘인술’이 아닌 ‘이윤의 극대화’로 몰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부실한 치과교정 진료’, ‘부작용 발생으로 인한 환급과 손해 배상’, ‘이벤트 내용과 다른 과장 광고’등 이른바 먹튀 치과의 폐해를 봐도 그렇다. 또 일부 치과의사들의 윤리의식 실종 사례 중에는 동료 치과의사가 한 진료행위를 환자 앞에서 심심치 않게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은 상당히 실력 있는 치과의사라는 자부심이 동료 치과의사들을 매도하는데 쓰여지는 것이다. 심할 경우 환자를 진료하면서 전에 진료했던 치과의사의 실력을 비하하거나 돌팔이로까지 매도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
세부 공항에 도착하여 배로 세 시간을 가야하고 배에서 내려 버스로 한 시간을 가야하는 카모테스 섬에서 연속하여 3년을 진료하니 이 지역 주민들의 구강위생 상태에 많은 선이 이루어졌습니다. 처음 진료 시에는 앞니가 조금만 썩어도 빼달라고 했던 분들이 이제는 다 썩어서 흔적만 남은 앞니를 치료해 달라 할 때에는 어이없었지만 그만큼 의식 상태가 변한 듯 하여 내심 흐뭇하였습니다. 다 같이 까만 앞니를 가지고 있었을 때는 누구나 창피하지 않았지만 치료를 받아 예쁘게 된 친구의 앞니를 보고 이제 이를 잘 닦아야하겠다는 생각이 스스로 들었을까요. 우리는 카모테스 섬에서 3년의 진료를 마치고 작년부터는 마닐라 인근 산 마태오 시의 도시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진료를 시작하였습니다. “치료하실 때 이들을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으로 대하지 마시고 평범한 우리 주변의 이웃으로 정겹게 맞이해주세요”라는 박 신부님의 당부와 함께 우리는 한분 한분을 소중한 인연으로 생각하면서 진료를 시작하였습니다. 간단한 충치치료 하나를 하려 해도 5명의 식구가 이틀을 꼬박 굶어야 그 치료비를 낼 수 있기에 치료를 포기하여 엉망이 되어버린 이들의 치아를 보면서 우리는 정성을 다하였습니다. 모두가 한마
대학병원 정교수, 차장검사 출신 로스쿨 교수 등 우리사회에서 나름 상류계층이라 불리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들은 학벌, 권력, 재산 등이 무엇보다 중요시하고, 그들만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정의롭지 못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들이 최고 학벌을 획득해 그들이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대물림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며, 자녀들도 그런 부모의 뜻을 따르기 위해 노력한다. 화제가 된 드라마 ‘SKY 캐슬’ 이야기다. 계층사회, 학벌주의나 교육제도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드라마나 영화는 종종 있었지만 ‘SKY 캐슬’ 내용은 구현하는, 비현실 같은 현실은 훨씬 적나라하고 충격적이다. 일명 상류계층에서 폐쇄적으로 이루어지는 일로 그려지고는 있지만 정도의 차이만 다를 뿐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깊게 병들어 있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 낸다. 사교육비가 수억인지 수천 혹은 수백 단위인지, 입시에 올인하는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에 차이가 있겠지만 온 가족이 수험생의 입학시험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고 그것에 가용한 모든 자원을 투자도 하며 가족 구성원의 행복을 유예하는 상황 앞에 자유로
나는 여행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 아직 많은 나라를 가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대한 가능하다면 많은 곳에 가서 보고 느끼고 싶다. 내가 가진 꿈 중에 하나가 세계일주이기도 하다. 나처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각기 자신들만의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또는 철학이 있기 마련이다. 어떤 이들은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광활한 자연환경을, 또 어떤이들은 역사적인 기념물과 오래된 건축물을, 혹은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낭만적인 장소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반면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사람이다. 물론 함께 여행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것은 그 나라의 사람들이다. 문화, 국민성, 언어, 심지어는 음식에도 그 나라의 사람들의 흔적이 묻어있다. 개개인의 특성이야 한국인끼리도 굉장히 다르지만, 그래도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끼리만 공유하는 어떤 특정한 정서나 가치관을 항상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친구’가 되자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그 상당부분은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러한 다름을 관찰하는 데에서 큰 재미를 느낀다. 여행을 다니면 다녀
필자는 중학시절 한문시간에 한자의 오묘한 뜻과 의미가 담겨 있는 글에 관심을 갖다 보니, 우리말을 이해하는데 반드시 한자를 배워야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말의 60~70%가 한자를 알아야 국어를 잘 할수 있고 국어를 잘 하면 영어를 잘 할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다. 그렇다고 영어회화에 능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장의 이해는 쉬웠다. 요지는 그렇다.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다보니 과거 선현들의 삶과 부모님 세대에 대한 인생길이 나도 뒤늦게 좇아간다는 사실이다.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미래에 대해 준비할 때 순탄한 인생길을 갈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평소에 좋아하는 한자의 사자성어가 있는데 바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우리의 생활에 자주 쓰이는 과유불급에 대해 살펴보면 논어의 선진편에 나오는 말로 <子貢問師與商也孰賢. 子曰, 師也過, 商也不及. 曰, 然則師愈與. 子曰, 過猶不及>이란 대목이 나온다. 이 말뜻을 해석해보면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제자중에 자장과 자하가 있는데 어느 쪽이 더 어질고 낫습니까?” 라고 물었다. 그러자 스승인 공자가 대답하기를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라고 했다. 그러자 자공이 다시
지난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대한장애인치과학회를 다녀왔다. 사실 소아치과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봉사활동을 열심히 다니지도 않았던 내가 장애인치과를 하겠다고 생각한지 얼마쯤 되었을까? 아마 이 이야기는 6~7년 전으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을 쯤부터 2012년까지 서울근교를 벗어나지 않고 계속 지내다 이제 좀 이곳이 나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또 제주라는 또 다시 낯선 곳으로 떠나게 되었다. 내심 서울에 자리가 있어서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정말 많이 했었지만, 사실 세상만사 마음대로 되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은 걸 알기도 하고, 마침 선배가 여러 번 권하며 불러주는 학교에 자리가 있어서 몇 번 고민을 하다가 결국 소풍 같은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사실 좁다면 좁은 넓다면 넓은 제주에 친구 하나, 선배 하나 단 둘만 아는 사람이 있는 낯선 제주라 처음엔 외롭고 어렵기도 했다. 예전에는 이렇게 왔다가 2년 안에 육지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태반이라고 들었는데 그래도 그 기간은 무사히 잘 넘겨서 소풍이라고 하기엔 조금 길었던 6년을 보냈다. 제주라는 곳이 지역적인 특색을 많이
서울치대 23회 졸업생이 금년 졸업 50주년을 맞이했다. 1970년 소공동 캠퍼스가 연건동으로 신축 이전했으니 1969년 소공동 캠퍼스를 떠난 우리들은 마지막 졸업생들이다. 참으로 많은 세월이 흘렀다. 옛날을 돌이키며 소공동 그 길을 다시 걸어본다. 학교 건물이 있던 자리는 한국은행 뒤뜰이 되어 잔디만 푸르름을 더할 뿐 침묵만 흐른다. 그 길에 오가는 사람은 많지 않고 지나는 차량만 넘쳐 소란스러울 뿐이다. 오랜 숙원으로 만들었던 학교 표지석 마저 한국은행 측 요청으로 철거해 학교에 보관중이라니 더욱 씁쓸하다. 꼭 다시 이곳에 옮겨져야 할 텐데 걱정이다. 캠퍼스를 오르내리던 비탈길 옆 소공다방이 있던 자리는 비탈진 벽만 남아있어 오르내리던 그 길을 어렴풋이나마 가늠케 해주어 반가웠다. 졸업당시 백 달러가 안 되는 국민 소득 이었으니 학창 시절에 경제적 여건은 열악했다. 지금처럼 풍족한 대학 생활은 엄두도 못 내었다. 원서 한권 제대로 사기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낭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작은 나눔이 우리들의 낭만이었다. 캠퍼스 마당이라야 부잣집 정원만도 못한 공간이었다. 달랑 농구대 두 대가 놓여 있는 공간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땀을 흘렸다.
때는 바야흐로 2018년 황금 개띠의 시작을 울리는 종이 울린 지 3일이 지난 어느 날. 나는 뚠뚠한(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몸을 이끌고 모 헬스클럽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이유는 다이어트!! 지난 7개월 사이 5kg이라는 가히 놀라운 증가율을 보인 나의 몸은 이미 옷이 미어터질 듯 육감적(좋은말로ㅋㅋ)으로 변화하였으며, 늘 딱 달라붙는 옷들만을 선호했던 나는 애정하는 옷들이 옷장 옷걸이에 인질로 붙잡혀 있어도 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옷들이 안 맞아 보기는 처음이라 놀랍기도 놀랍지만, 몸에 라인을 중요시하던 나에게 꼭 끼어 터질듯한 옷을 입고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실로…. 이러한 일들은 다이어트에 대한 결의를 굳게 다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다이어트 빨리 끝내서 봄엔 저 옷들 이쁘게 다 입어주리라. 40년을 넘게 살면서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었다고 자부하는 내가 이깟 다이어트가 문제로 소냐. 다 물렀거라. 다이어트의 신이 납셨다를 외치며 들어선 헬스클럽. 우와 여기저기 회원들이 달리고, 들고, 흔들고, 신세상이였다. 오늘 난 ‘스피닝’이라는 듣도 보도 못했던 신종 다이어트 운동을 시작하는 날이다. 나의
연일 계속되는 뿌연 하늘이 모처럼 파란 얼굴을 드리운 토요일, 모교의 개교 40주년 행사에 참석하게 되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장님과 대학 총장님을 비롯한 내외 귀빈들과 교수님, 선후배 동문들의 많은 참여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지난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흥수 신임 학장님에 대한 축하와, 정기총회에서 17대 총동창회장에 선출된 문 철 회장님에 대한 이임식이 진행됐다. 이어 본교 치과대학의 발전과 치의학 교육 진흥에 공헌하신 분들에게 ‘자랑스런 봉아인 상’이 수여되었으며 장학금 및 후원금 전달식이 진행되었다. 이 밖에도 난타와 퓨전 국악 공연, 가수 해바라기의 공연 등 다채로운 축하 기념행사로 기쁨의 자리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다. 비록 행사장 내에서 안내하는 작은 일을 맡았지만 뜻 깊은 모교 행사에 함께한 것은 뿌듯함과 함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어떤 일도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항상 뒤에서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2~3시간 남짓한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몇 개월간 준비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작은 것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조직위원들의 열정을 보며, 그동안 이러한 행사에 참여조차 하지 않은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수련의를
아침 FM 93.1 에서 쉐네베르그 소년합창단의 경쾌하고 산뜻한 ‘비틀즈 메들리’를 들었다. 비틀즈 Beatles 간단한 코드 진행에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 드러머인 링고스타까지 작곡과 화음, 직접 노래까지 ‘옐로우 서브마린(Yellow Submarine)’ 링고스타가 쓴 곡인걸 알고 짐짓 놀랬던 기억이 난다. 대단한 밴드 쉽고 단순한 코드와 멜로디의 곡 구성(but 깊이가 있다 - 연주해보면 그 느낌 내기 만만치 않다.) 적당한 곡의 길이, 강약(바운스), 긍정적이고 밝은 메지세지와 분위기의 곡들. 남녀노소 다 좋아할 만 하고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좋다.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게 곡을 만들어서 일까? 곡 자체도 좋지만 곡의 특성에 맞게 톤, 분위기, 느낌, 목소리, 합창, 화음, 가사, 영감.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곡이 거의 다 좋다. 리메이크 하기도 좋다. 질 리지 않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틀즈의 곡은 쉽게 다가갈 수 있어서 좋다. Let it be Don’t let me down I will Girl All you need is love 멤버 모두 작곡 능력을 갖추었고 더불어 노래(화음)도 잘한다. 밴드가 한 두 사람 잘 한다고 좋은 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