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의 한 조용한 마을에서 개원하여, 10여년간 마을 어르신들의 구강건강을 나름 최선을 다해 관리하던 치과의사였습니다. 하지만 광주가 고향인 저는 광주로 올라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 드디어 어느날 좋은 기회가 되어 광주의 새로 조성되는 아파트단지에 이전개원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환자를 두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환자를 관리한다는 것은 모험이었습니다. 특히 대도시는 아시다시피, 경쟁이 장난이 아니어서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사람이 모이는 곳, 즉 동호회 등을 가입하여 사람들과의 새롭고 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즉시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탁구…. “탁…타닥…탁,탁,탁…” 3층으로 들어서자, 바쁘게 타닥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립니다. 요즈음은 탁구치는 사람을 거의 못봤는데, 이곳 탁구장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습니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탁구장이 거의 보이지 않아, ‘요즘은 탁구는 별로 안치는 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잘못 생각한 것 같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치과의사들도 최근에는 골프에서 배드민턴, 탁구, 수영, 테니스 등의 다양한 운동으로 취미가 많이 바뀌어간다고
SRT를 타고 내려가는 오늘의 나의 목적지는 광주송정역이다. 주변 지인들 부모님들의 부고 소식에 장례식장에 가는 날이 많아지면서 문득 나의 부모님의 연세가 생각되었다. 팔순을 바라보시는 부모님! 급한 마음이 생겼고, 언제 내 곁을 떠나실 지 모르는 부모님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었다. 그래서 한가지 다짐한 건 아무리 바쁘더라도 가급적 한 달에 한번씩은 얼굴 뵈러 가자는 것이었다. 가끔 오프를 내어 아침에 가서 얼굴 뵈면서 점심을 같이 먹고 저녁에 올라오는 하루 일정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이젠 많이 익숙해졌고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배우기 시작한 게 카메라이다.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현재 가장 젊으신 부모님의 얼굴을 담아놔야지’ 하는 생각에. 두 분이 사시는 동네는 장성. KTX가 장성역에 정차할 때는 참 좋았는데. 아쉽긴 하지만 요즘은 SRT 수서역에서 출발하여 광주송정역으로 간다. 택시를 타고 점심 먹을 장소로 가서 함께 즐겁게 식사한다. 그리고 주변 커피숍에서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는 캬라멜 마키아토를 시켜 드린다. 그러면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세월과 삶이 담긴 부모님의 얼굴. 54년을 함께 살아오신 세월로 인해 서로를 향해 한없는 신
내가 은퇴 전 잠시 근무했던 S 의료원 가까운 곳에 “망우휴식공원(忘憂休息公園)”이 있다. 처음에‘휴식’이란 단어가 좀 의아스럽게 생각이 들었다. 공원이면 으례히 산책하고 휴식하는 곳인데 굳이‘휴식’이란 단어를 왜 넣었을까 궁금하였다. 알고 보니 우리 주위에 흔히 있는 일반 공원이 아니라 사자(死者)들의 영원한 휴식을 위해 만든 공간, 즉 공동묘지인 것이다. 행정당국이‘공동묘지’란 혐오단어(嫌惡單語)를 미화하여 붙여 넣은 것이다. 아마 유일하게 서울시내에 남아있는 공동묘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약 50년 전에는 성북구에 미아리와 용산구에 이태원에도 공동묘지가 있었는데 벌써 오래 전에 그곳은 모두 사라져 지금은 대단위 주택단지로 변해있어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과거에 그곳이 공동묘지 자리였었는지도 모르고 있다. 기록에‘망우리공동묘지’는 1933년에 서울시가 당시에는 도심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야산에 설치한 것이였는데 80여년이 지난 오늘에는 도시 한 가운데(중랑구 망우동 산 51-1)에 남아있게 된 것이다. 다시 망우리 지명(地名) 유래도 찾아봤더니 조선 태조 이성계와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알았다. 1394년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지를 정하고 난 후, 무학대
10월 2일 ‘프라하의 연인’과 별이 박힌 밤을 보다 민족의 명절 추석과 함께 전 국민이 처음으로 맛본 최장 열흘의 황금 같은 연휴를 맞아 우리 가족 5명은 9박10일의 동유럽 여행을 가기로 했다. 새벽부터 서둘러 출발해 공항에 5시간 전에 도착하니 마침 인천공항에서 국악 공연을 열어서 진도아리랑이나 경기민요 등을 듣고 프랑크푸르트까지 10시간 40분 비행을 했다. 좁은 자리에서 아내는 잘 자는데 나는 영화 보는 것이 편해서 4편의 영화를 보고 나니 도착했다. 곧바로 3시간을 차로 이동해 잘레에 도착해 쉬고 난 뒤 아침 일찍 호텔에서 나와 딸과 동네를 보니 시골인데도 너무 아기자기하고 잘 꾸며진 선진국 독일의 아침 풍경이 인상 깊었다. 아침 식사 후 3시간 정도 움직여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으로 유명해진 체코의 수도 프라하로 향했다. 가는 길에 있는 보헤미안 지방은 인도 북서부에서 300년 전에 옮겨와 사는 집시가 산다. 남자들은 일을 안 하고 학교를 보내지 않고 일부다처제가 허용된다고 한다. 집시들은 손재주가 좋고 말을 잘 탔지만 유럽에서는 이들이 죄의식이 없이 소매치기를 많이 한다고 가이드가 주의를 준다. 프라하에 도착해 구시가지로 먼저 갔다. 그곳에서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은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연꽃으로 장엄한 세계)의 교주로서 진리 그 자체를 인격화한 불신이다. 이는 ‘두루 비친다’는 뜻으로 미혹한 중생을 깨닫게 하는 진리의 빛인 것이다. 진리의 세계, 즉 부처님의 말씀만 있는 세계이다.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 장경각 앞에 앉아 있는 불상도 비로자나불이다. 그래서 화엄종의 주불로 비로자나불을 모셨다. 의상대사가 화엄십찰을 전 국토에 세워 화엄불국토를 만들기 위한 통일신라의 주 이념을 담은 불상이기도 했다. 소백산 봉우리 명칭이 연화봉, 비로봉이고 그 자락에 영주 부석사가 있다. 비로자나불은 경상도 지역 사찰에 많다. 철원 도피안사, 경주 불국사, 광주 증심사, 해남 은적사 등에 비로자나불이 있다. 비로자나불이 모셔져 있는 법당을 대적광전(大寂光殿)이라고 한다. ‘적(寂)’은 크나큰 선정이요, ‘광(光)’은 크나큰 지혜의 빛을 의미한다. 고요하게 앉아서 미혹함을 깨닫게 해주는 불빛은 부처님의 가르침이요, 부처님의 사자후인 것이다. 진리의 궁전 속에 함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깊은 선정과 지혜의 빛으로 깨어나야 한다는 것을 대적광전 편액이 암시하고 있다. 그래서 보통 대적광전에
'가치 있는 목표를 향한 움직임은 개시하는 순간 당신의 성공은 시작 된다.’ -찰스 칼슨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신경 쓰지 마라. 더 나은 당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매일 당신의 기록을 깨뜨려라.’ -윌리엄 보엣커 ‘가장 훌륭한 일은 모험과 도전정신으로 이뤄진다.’ -윌리엄 맥나이트 ‘시작은 그 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플라톤 ‘꿈을 꿀 수 있다면 그 꿈을 실현 할 수도 있다.’-월트디즈니 ‘꿈을 품고 뭔가 할 수 있다면 그것을 시작하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 속에 당신의 정체성과 능력과 기적이 모두 숨어있다.’ -괴테 ‘흐름에 따라가지 말라. 흐름이 되라.’ -엘리프 샤팍 ‘세상에는 뛰어난 이념이란 없다. 성실한 결과만 있을 뿐이다.’ -마윈 매일 반복되는 삶 속에서 조금의 변화는 아주 큰 도전일 수 있다. 무엇이든 시작이 참 어렵다. 혹시나 하는, 이것저것 걱정하는, 너무 잘하려는 욕심이 앞서서일까,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것들이 나를 망설이게 하는 것 같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가장 현명한 자세는 적극적으로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내가 속한 곳에서 주인의식을 갖고 임하자’는 나의 신조에 맞게 나는 내가 소속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던 인턴 시절이었다. 공휴일에 당직을 서다가 동료가 잠시 자리를 비워 혼자 외래를 지키고 있었는데 웬 낯선 사람이 외래로 들어왔다. 공휴일이라 올 사람이 없었기에 어리둥절하던 와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은 갑자기 임시공휴일이 지정되는 바람에 약속이 변경된 줄 모르고 찾아온 환자였다. 환자 약속관리는 보통 데스크의 보조 인력들이 전담하던 일이라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아보겠다고 여기저기 전화를 했지만 별 수 없었고, 그 날 진료가 불가능 하다는 사실을 전하자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환자는 반말로 짜증 섞인 불만을 나에게 쏟아내었다. 적당히 죄송하다고 하고 좋게 마무리 되었으면 좋았으련만, 내 잘못이 아님에도 당직을 서고 있다는 죄로 욕을 먹고 있어야 하는 게 억울해서 욱 하는 마음에 한마디라도 한다는 게 “왜 자꾸 반말로 그러세요”라고 말을 끊었다. 순간 그 사람은 겸연쩍어 하며 존댓말로 대화를 마무리하고 돌아갔지만, 그게 마무리 된 것이 아니라는 걸 다음 날에 알 수 있었다. 다음날은 종일 수술방에서 수술 어시스트를 하고 있었는데 오후 수술이 끝날 때 쯤 수술방으로 전화가 왔다. 어제의 그 환자가 찾아와 내 사과를 받기 전까지는
나는 치전원출신이라 치전원 입학 전에 4년간 일반 학부과정을 다녔었는데 내가 나온 학교는 대전의 한 공대였다. 원래 한참 꾸미고 다닐 나이인데다 당시 학교의 분위기상 자유롭고 독특한 복장을 한 학생들이 많았는데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 당시 나의 외모에 대해 회고해보자면, 일단 머리는 어깨 밑까지 내려오게 장발로 길렀었고(참고로 필자는 남자임) 기본 노란색 염색에 당시 영화 ‘동감’의 유지태가 유행시킨 카키색 염색도 곧잘 하고 다녔었다. 그리고 목걸이는 물론이거니와 반지도 손가락 마다 다 끼우고 다녔고, 귀를 뚫기는 아플 거 같아 ‘귀찌’라고 하는 귀에 찝는 귀걸이도 한 귀에 2~3개씩 양쪽 귀 모두 끼우고 다녔었다. 또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지만 마치 소의 코뚜레처럼 코찌를 코에도 끼우고 다녔다. 이렇듯 화려하게 치장하고 다니던 나에게 이 모든 패션이 잘못 되었단 걸 깨닫게 해준 사건이 있었다. 공대의 특성상 남녀비율로 봤을 때 여학생의 수가 남학생에 비해 많이 적었는데 내가 나온 학교도 솔로인 남학생들이 학교 도처에 널리고 널렸었다.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던 어느 봄날 오후, 그 날도 귀걸이, 코걸이, 목걸이 등 몸에 붙일 수 있는 쇠붙이란 쇠붙이
필자가 훈련소에 있었을 때이다. 때는 바야흐로 마지막 4주차였다. 종교 행사로 기독교를 갔는데 마침 옆자리에 딱 봐도 금방 들어온 신입 훈련병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앉았다. 바싹 깎은 머리에,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슬픈 얼굴. 그에 반해 우리들은 곧 나간다는 환호에 차 있었다. 마침 목사님도 바로 앞에 앉은 우리와 옆 연대 사이의 큰 차이를 봤는지 말을 거셨다. “여기 계신 공보의 선생님들, 곧 나가시죠? 바로 옆에는 새로 들어오신 훈련병들이시군요. 바로 들어오신 분들과 곧 나가는 분들이 한자리에 앉으셨군요.” 목사님의 말씀에 다른 연대들이 수군거리더니 우렁차게 “GOP! GOP!”를 외쳤다. 훈련소에서 곧 나가는 연대가 있으면 이를 시기하는 다른 연대들이 ‘GOP에 배정이나 받으라’고 놀리는 신호였다. 하지만 목사님이 쐐기를 박는 발언을 하셨다. “GOP요? 공보의 선생님들도 GOP를 가시나요? 그렇죠? 네, 공보의 선생님들은 GOP를 가지 않습니다.” 이 말에 다른 연대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고 나는 박탈감을 느끼는 그들을 볼 수 있었다. 현재 훈련소를 나온 지 5개월 된 치과 공보의인 필자는 목사님의 말과 달리 GOP에 근무하는 공보의다. 필자의 보건
한참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 빠져있던 때가 있었다. 이름처럼 우아한 여자 우아진(배우 김희선 분)과 그녀처럼 되고자 안간힘을 쓰는 간병인 박복자(배우 김선아 분), 두 여성의 이야기. 아름답고 능력 있으며, 스스로의 가치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래서 늘 여유있게 상대를 대하는 우아진은 여자가 봐도 멋있는, 그야말로 ‘품위있는 여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처럼’이라며 우아진을 삶의 목표로 삼고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박복자가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누구나 ‘우아진’이고자 하지만, 누구나 그녀처럼 살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 삶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재력과 학력과 능력의 삼박자를 고루 갖춰야만 하기 때문이다. 아니, 그렇게 갖춰야만 품위가 있는 것이라고 나는 믿어왔다. 이 드라마를 대하면서 나는 품위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사람이 갖춰야 하는 위엄과 기품, 그리고 고상함이란 대체 무엇일까? 박복자가 그러했듯 내가 모델로 삼을 수 있는 품위란 대체 어떤 것일까. 나는 내 주변에 품위있는 여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 아니 나조차 품위와는 거리가 멀다 생각했다. 적어도 마티스와 칸딘스키를 논할 수 있고, 옷차림이 그럴싸하며,
2017년 2월 2일. 둘째 딸아이의 7번째 생일! 좋아하는 갈비를 사주기 위해 퇴근을 서둘렀다.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뭔가 느낌이… 딸들이 내 눈치를 살핀다. 뒤이어 퇴근한 남편도 심상치 않다. 큰 아이가 입을 열었다. “엄마, 로비에 강아지 봤어? 엄청 귀엽다. 내가 소시지도 사줬는데 진짜 잘 먹더라.” 아이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하교 길에 강아지가 자기를 쫓아왔고, 동네 아이들 말로는 며칠 전부터 아파트 이곳저곳을 다니는 주인 없는 강아지란다. 마음 약한 큰 아이와 친구들은 상자와 담요로 집을 만들고, 용돈을 모아 소시지를 사 먹였다. 그리고, 털이 수북하게 길어서 ‘털털이’라고 부르기로 했고, “털털아~”하고 부르면 꼬리를 살랑거린단다. 털털이에게 마음을 빼앗긴 아이들 모두가 털털이 주인이 되길 원했지만 엄마들의 철벽방어로 모두 실패했다는… 털털이에 대한 긴 이야기를 끝내고, 털털이가 너무 가엽다고 울먹거리는 아이들. 일단 그 녀석을 만나야 했다. 큰 아이가 “털털아~”하고 큰 소리로 부르니 어디선가 나타난 녀석이 꼬리를 흔들며 손을 핥았다. 신기하고 귀여웠다. 길거리 생활을 얼마나 했는지 고약한 냄새와 함께 온몸은 털에 뒤덮여 있고 발톱도 엉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