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이 있다. 의사가 환자를 보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간호사가 “의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 부를 까요?” 라고 물었다. 쓰러진 의사는 말이 없다. 정말로 정작 의사 선생님이 아프고 쓰러지면 이런 꼴이 일어난다. 누가 치료를 할 것인가가 문제다. “중이 제 머리 못 깎 듯” 의사 자신이 치료를 못하니 말이다. 이 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의사가 아프면 환자들이 갈 곳이 없다. 의사가 아파 드러 누우면 환자는 어떻게 할까? 속절없이 고통을 참고 이겨야만 한다. 이런 경우 의사가 죄인이다. 그러니 의사 자신이 아프다고 드러 누울 수 없는 노릇이고 나 몰라라 할 처지도 아니다. 하여간에 의사가 아프면 골치 아프고,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힘든 일이다. 재미있는 것은 의사가 아파서 환자가 되었을 때 어떠할까 하는 것이다. 그러면 환자인 의사 자신 뿐 아니라 자기를 치료해 주는 의사에 대한 참된 모상과 진수를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환자의 입장에서 의사 자신을 투영해 볼 수도 있다. 우연히 눈의 망막이 터져 안과에 갔다. 한쪽 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고 처음 있는 일이다. 치과의사가 앞이 안 보인다면 환자를 어떻게 치료하겠는가? 딴 환자를 위해서
어느 날 문득 아버지에게 필요한 물건이 없느냐고 여쭈었더니, 새로운 안경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나는 내심 놀랐다. 아버지는 지금까지 특정한 물건을 갖고 싶다고 하신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여가시간이면 소설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시던 분이 토요일 내내 낮잠만 주무시던 모습이 이상하기는 했었다. 노안(老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딸이 아버지에게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는 단어는 아니었다. 내가 잠시 머뭇거리던 찰나, 아버지는 ‘하산할 때 무릎이 아픈 것, 식당가서 주머니에 요지를 챙기는 것, 책 읽을 때 슬그머니 안경을 벗는 것 중에서도 가장 볼품없는 게 세 번째’라며 나름 유쾌하게 말씀하셨다. 나는 여기서 다시 한 번 놀랐다. 마침 시내의 큰 안경점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아는 동생이 생각났다. 몇 달 전에 그 안경점 앞을 지날 때, 모 회사의 다초점 렌즈 광고가 크게 붙어있던 장면이 떠올랐다. 사실 아버지는 예전부터 시내에 있는 번잡한 상점을 부담스러워 하셨다. 옷이라도 사 드리려고 함께 백화점에 가면, ‘너희들끼리 보고 와라, 나는 여기서 기다리마’ 하고 엘리베이터 앞 소파에 앉으며 신문을 꺼내들곤 하셨다. 함께 레스토랑에 가면, 딱 식사만
요즈음 여행을 가려면 인터넷을 통해 교통편과 숙소를 미리 예약한다. 조금 거슬러올라가 조선시대에는 대부분 도보여행에 해질 무렵 만나지는 주막에서 숙식을 해결하였다. 그러나 주막이 없는 곳에서는 여염집에 부탁해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된다. 나그네를 문전박대하는 곳도 있었겠지만 대부분 민가에서는 나그네에게 후한 대접을 하는 것이 상례였다. 이렇게 낮모르는 나그네에게 후한 이유가 무엇일까? 역지사지(易地思之) 곧 그 민가의 주인도 타곳에 여행을 가게 되면 처지가 바뀌어 여염집에 기숙을 부탁할 수밖에 없는 것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자공(子貢)이 공자(孔子)께 여쭈었다. “평생 행할 수 있는 한 마디의 말이 있습니까?” “그것은 바로 서(恕)이다. 자기가 바라지 않는 바를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말라.”(子貢問曰, 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曰, 其恕乎. 己所不欲勿施於人.)」 이는 논어에 나오는 이야기로 바로 용서(容恕)의 본뜻이며, “시키지 말라‘는 부정적(금지적, 소극적) 어법을 사용하였다. 기독교에도 같은 내용이 있다. “네가 남들에게 대우 받고자 하는 바대로 너도 남들을 대우하라. 이것이 모세의 율법이요. 선지자의 가르침이니라”(Matthew 7:12), 또
풍성한 한해를 수확하는 계절 가을. 10월이면 전국의 모아치과 원장과 직원들의 교류와 화합의 장인 이름도 멋진 골든옥토버라는 문화 행사가 치러진다. 올해는 네트워크 창립 20주년으로 성인이 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해서 특별히 청정 제주에서 1박 2일 행복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첫날 비행기는 각 치과 상황에 따라 출발하고 시간대가 비슷한 치과들이 함께 관광버스에 나누어 타고 공항에서 가까운 용두암을 시작으로 제주 민속사박물관을 둘러보고 오후에 곶자왈숲을 여행 하는 에코랜드를 돌아 함덕해수욕장까지 230명이라는 적지 않은 모아의 식구들이 푸른 제주의 바다를 배경으로 해맑은 하늘보다 더 밝고 행복한 표정으로 모아인의 자부심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숙소인 마레보리조트에 도착하였다. 저녁 만찬을 위해 네트워크에서 준비해 주신 제주흑돼지와 해물 바베큐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최고의 힐링 만찬 시간이었고 지역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시흥모아치과와 여수모아치과의 공로상 수상이 은근 부럽기도 하며 이어진 레크레이션 시간은 우리 모두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모아대표 이진환 원장님의 인사말에 “함께 해서 기뻤고, 다시 함께 할 내일이 있어 그 기쁨이 커진다”라는 말씀에 모
몇 년 전 일이다. ‘김 실장~ 이전한 병원에 한번 놀러와! 와서 체크 좀 해줘봐!’ 라는 OO병원 원장님의 전화를 받았다. 첫 직장이었던 OO병원 원장님과는 아직도 연락하며 지내는 터라 원장님의 SOS 요청에 흔쾌히 기차에 몸을 실었다. 축하인사 드릴 겸 방문해서 이런저런 병원 일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원장님께서 새로 뽑은 실장이 좀 불안하다며 상담해줄 것을 원하셔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B실장과 면담을 시작했다. B실장에겐, 내가 예전에 원장님과 일했던 사람이고 원장님 덕분에 잘 성장해서 네이버에 치과리더들을 위한 카페도 운영하고 치과 실무교육컨설팅도 하고 있다며 소개를 하였다. 혹시나 궁금한 점이나 도움 줄 만한 것은 도와주겠다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친근한 실장님의 태도에 자신감을 갖고 실장 업무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누고 무사히 면담을 마친 것으로 생각하고 돌아왔다. 흡족한 마음으로 잠들었고 개운한 아침을 맞이한 그 다음날 아침, 원장님께 전화가 왔다. “김 실장! 오늘 아침 출근했더니, B실장이 유니폼도 갈아입지 않고 내 방에서 딱 기다리고 있더라. 그리고는 사직서를 제출하고는 근무도 않고 가버렸어.” “네? 어제 상담도 잘 받고 열심히 일하겠
지난 추석 연휴를 이용하여 미국 서부로 아내와 두 아이들을 데리고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워낙 많이 찾는 관광지다 보니 패키지도 많지만 그만큼 정보도 넘치는 관계로 영어가 짧아서 시행착오 하더라도 자유여행을 해볼 계획을 세웠다. 라스베가스 들려서 그랜드캐년을 보고 로스엔젤레스 가서 아이들을 위해 테마파크를 돌고 샌프란시스코 관광으로 마무리하는 일정이었다. 여행을 많이 다니셨던 장모님께서는 “여행은 가방 싸는 재미여”라고 하셨는데 여행 자체도 즐겁지만 준비과정도 재미있는 것이라는 말이다. 항공기 예약, 호텔 예약, 라스베가스 유명 쇼 예약, 그랜드캐년 경비행기 투어 예약, 렌트카 예약, 테마파크 티켓 예약, 미국내 이동을 위한 국내선 항공기 예약 등등 그야말로 예약할 것 투성이였다. 동선에 가장 효율적으로 호텔 위치 잡고 일정에 따른 시간표 세우고 쉬엄쉬엄 즐기면서 준비해서 6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라스베가스는 미국인들도 많이 찾는 관광지고 화려함에 걸맞게 낮보다는 밤에 더 멋진 도시였다. 카지노로 유명하지만 가족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환경도 괜찮았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수족관과 수영장 시설이 좋았고 인공 파도가 치는 모래사장이 있어서 해수욕장을 연상케
친구의 소개로 홍은택이 쓴 ‘블루아메리카를 찾아서’라는 책을 읽어보았다. 저자는 동아일보 미국 특파원을 하다 퇴사한 후, 미국에서 공부하며 직접 발로 다니며 보고 느낀 것들을 인터넷 뉴스에 연재하였고, 이를 묶어서 이 책을 내었다. 저자는 미국이 현재 추구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와 자본의 세계화, 무한경쟁의 논리가 어떻게 미국에 뿌리내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어떠한 결과가 초래되었는지를 책 속에서 보여준다. 즉 단순히 미국을 여행한 기행문이 아니라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비판하는 책이고, 현실 속에 주를 이루는 이념들의 실상과 이들의 단면을 잘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었다. 저자는 미국의 거대한 다국적기업이 발생했던 곳이나 공장이 있던 곳, 혹은 유명한 일화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돌아다니며 서술하였다. 예를 들자면, 자동차 산업의 발생지이자 엄청난 부귀영화를 누렸던 디트로이트가 현재 유령도시와 같이 변해버린 모습이라던가, 월마트 본사가 있는 아칸소 주의 벤톤빌에서 월마트의 엄청난 성공 신화 뒤에 숨은 근로자들의 빈곤에 대해서 지적한다. 이 외에도 많은 사례가 소개되어 있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을 옮기자면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다. “맥도날드 형제의 시도는 서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회식의 목적과 의미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會食. 함께 모여 음식을 먹는다는 의미의 회식. 오래 전, 사람들이 가난하고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회식이 영양보충을 할 수 있는 시간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먹을 것이 너무 많아 고민인 현대인에게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것이 직원들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 부담스러운 회식 경비…. 회식은 함께 모여 음식을 먹는 것 이상의 다른 가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회식을 ‘왜’ 하는지, 회식의 의미에 대해 구성원이 함께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식은 동료애 증진, 사기진작, 팀워크를 다지는 등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요, 제게 가장 중요한 회식의 의미는 ‘즐거움’ 입니다. 치과에서 바쁘고 힘든 업무, 긴장된 근무 환경 속에 지친 우리가 회식을 통해 함께 웃고 서로를 이해하며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 부담스럽고 회피하는 회식이 되지 않도록 회식규정을 만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1.
소매물도는 아름다운 섬, 동경하는 섬, 바다위의 자연 등으로 묘사되는 유명한 관광여행지다. 통영이나 거제도에서 유람선을 타고 대략 1시간정도 가면 도착되는 남해안의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다. 나는 여기서 아름다운 소매물도의 경치보다도 홀연 생각나는 소매물도 선착장의 잊을 수 없는 해프닝을 추억하고자 한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매 상황마다 부딪히며 살아간다. 그것들이 대부분 우리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지지만 특별히 머리에 남는 경우가 있다. 추억으로 남는 것이다. 우리는 돈으로 물질을 사기도 하고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물질은 얼마 안가면 없어지는 것이지만 추억은 머릿속에 오래오래 머물며 우리의 영혼을 더욱 성숙하게 한다. 우리들이 추구하는 최고의 목표는 행복이다. 행복은 물질, 권력, 명예를 갖는것 보다, 좋은 만남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험을 하고, 경험하는 그 순간 행복하고 오랜 후에 그것들을 추억하는 순간 또한 행복하다. 행복이라는 것은 그냥 저절로 오는 게 아니고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여행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경험이지만 누구와 같이 여행하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다. 문득 몇 년 전 소매물도 여행이 생각난다. 치과 대학 졸업
내게 아침의 첫 시작은 늘 시원한 물 한잔이었다. 그런데 어느 사이인가 아침의 첫 시작은 커피가 되어 있다. 내게 커피란 정말 잠이 쏟아질 때, 밥을 굶어 허기질 때 임시방편으로 당을 보충하는 일종의 보충 식품 중의 하나였는데 어느 사이엔가 손에 늘 달고 다니는 음료가 되었다. 오후 3시 이후에 커피 한잔을 마실라치면 밤새 눈만 껌벅껌벅하며 두근두근 심장을 진정시키느라 한동안 애를 먹었었는데, 이제는 손에서 내려놓기 어려운 내 중요 음료 중의 하나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커피를 즐겨 먹다 보면 커피에 대해 많이 알고 관심을 가질 법도 하건만 몇 년을 물보다 많이 마시면서도 실은 커피에 대해 그 어떤 지식도 없다. 아직도 커피를 구입하러 가면 한참을 메뉴판 앞에 서서 이리저리 훑어보다가 어떤 커피는 너무 달고 어떤 커피는 너무 진하고 어떤 커피는 커피 맛이 너무 약하고, 망설이다 결국은 이도 저도 선택을 못하고 그냥 기본인 아메리카노를 선택하고 만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내가 특별히 원두에 일가견이 있어 그러리라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실은 난 커피에 대해서 그냥 마시는 것 외에는 관심조차도 없다. 원두의 원산지에 따른 맛의 비교도 못하고 그 차이도 모
‘게으름’, ‘음주’, ‘땡땡이’ 우리사회에서 터부시 되는 단어들 중 하나이다. 다들 부정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도 사회에서 위의 단어들에 대한 일에 너그럽지 못하다. 필자는 위의 세 단어 뿐 아니라 많은 단어나 행동들이 열심히 살아서 사회에 발전이 되어야 한다는 그러한 국가발전적인 또는 계몽적인 뜻에 의해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도록 사회적인 약속화가 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과연 사회적으로 ‘어르신’들이 보기에 젊은이들이 시간 낭비하는 것 같고 그들의 젊음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으름’, ‘음주’, ‘땡땡이’등이 그렇게 나쁜 것이고 어리석은 이들의 치기일까. 이 글에서는 ‘음주’에 대해서 필자의 쓸데없는 생각을 풀어보고 싶다. 그 중 맥주, 영어로는 beer, 스페인어로는 cervaza, 일본어로는 비루라고 불리는 그것. 독일의 옛말 중에 “맥주 아홉 잔 까지는 식사이다 그 이후가 맥주이다”라는 말이 있다. 물론 이는 독일 사람들의 맥주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말이겠지만, 실제로도 맥주는 그들의 한 끼에 곁들이는 식사의 일부이고 하나의 음료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식당문화에서는 음료를 시킨다는 게 특별한 일이지만, 여행을 갔을 때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