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의 인턴들이 으레 그러하듯 저 역시 신환을 주로 접합니다. 신환의 종류를 크게 둘로 나누자면, 아무 정보 없이 대학병원을 찾아온 경우와 타 기관에서 의뢰되어 온 경우로 나눠볼 수 있겠습니다. 환자의 주소는 매우 다양합니다. 특히 의뢰되어 온 환자의 대부분은 대학병원에 이르기까지의 험로를 주소와 연관 지어 장황하게 늘어놓기 마련입니다. 의료전달체계에 관심이 많은 제게 상급 기관으로 환자가 의뢰된 배경을 유추하는 일은 꽤 흥미로운 것이지만, 유닛체어에 엉덩이가 닿기도 전에 하소연을 쏟아내는 환자에게서 명백한 주소를 찾아내지 못할 때면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제 능력으로 환자의 주소가 쉽게 파악되지 않을 때 환자가 들고 온 진료의뢰서는 큰 도움이 됩니다. 숙련된 개원의가 관찰한 임상 및 방사선학적 소견이, 저같이 미숙한 치과의사에게 등대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지요. 진료 중 벌어진 우발적인 사고와 관련하여 내원한 환자가 들고 온 의뢰서의 쓰임은 더욱 요긴합니다. 이 경우 환자는 대개 화가 나 있는데, 의뢰서에 적힌 주소를 빨리 파악하고 적절한 조처를 한다면 환자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발적 사고임에도 의뢰서 한 장 없
복지부 공무원이나 건보공단 또는 심평원의 직원(이하 ‘조사관’이라 한다)이 요양기관을 방문하겠다는 통보가 온다면 십중팔구 건강보험청구와 관련하여 문제가 있었음을 전제하므로 반가운 일이 아니지만 회피할 수도 없는 일이다. 현지조사를 거부하면 1년간의 업무정지 처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조사관이 요양기관을 방문하면 원장님과 직원들이 당황하여 우왕좌왕하는 안타까운 장면을 볼 때마다 현지조사를 잘 받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는데 요양기관에서 목격하였던 사실들을 기초로 현명하게 대응하는 방안을 6가지 팁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조사관과의 인간관계를 좋게 만들어야 한다. 요양기관이 조사관을 대할 때 협조적vs비협조적, 호의적vs냉소적, 친절vs불친절, 진정성vs거짓 등으로 나눈다면 어느 쪽을 취해야 할까? 너무나 쉬운 답변일 것이다. 문제점을 찾으려고 나온 조사관을 존중하면서 인격적으로 대한다면 조사관도 요양기관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겠는가? 민감할 수밖에 없는 현지조사가 어떤 상황으로 진행되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조사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조사관이 요양기관의 의견을 경청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둘째, 반드시 요구하는 자료만 제출해야 한다. 자료제출요구가
어느덧 개원 12년차… 치과를 오래했다는 생각이 조금씩 든다. 요즘은 우리 치과의 전 구성원들이 업무를 수행하고 환자분들을 대함에 있어 일정한 경지에 이른 것인지 치과에서 큰 소리가 나는 일이 거의 없지만, 개원부터 만 10년까지는 매년 적어도 한 두 번씩은 치과에서 환자분의 고성을 들었던 것 같다. 주로 데스크 쪽에서 뜬금없이 고성이 들려오기 시작하는데, 고성이 시작되면 반사적으로 고민이 함께 시작된다. 웬 고함소리일까? 잘못 들은 건가? 내가 나가봐야 하나? 내가 나가면 환자를 더 자극하는 건 아닐까? 직원은 안전한 건가…? 고민도 잠시, 고성이 한 두 번으로 진정되지 않으면 후다닥~ 그야말로 번개같이 달려 나가게 된다. 작년 매우 더웠던 어느 날, 직원들이 모처럼 수술실 기구대 위에 소독포를 펼치고 각종 멸균된 기구들을 나열하며 임플란트 수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환자 분께서도 도착하셨고, 그 동안 좀처럼 뵙기 어렵던 보험 임플란트 환자를 기분 좋게 보게 되는가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데스크 쪽에서 난데없이 고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학습된 대로 번개같이 달려나간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데스크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한 실장과 환자분이었다. 당시 우리 실장
사건개요 유치 치수절단술 과정에서 포르모크레졸(Form ocresol, 이하 F.C) 교체 중 환아의 볼에 F.C가 접촉되어 세척 및 소독하였으나, 타병원에서 화상 진단 받고 해당 부위 색소 침착 발생하여 레이저 토닝 치료가 최소 10회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아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의료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하였음. 치료과정 환아(여/7세)는 피신청인의원에서 하악 우측 제1유구치에 F.C 치수절단술 받고, 3일 후 F.C 교체 중 F.C가 환아의 입술에 접촉되어 식염수로 세척함. 5일 후 상처 부위를 JG(Jodine Glycerin)로 소독함.| 일주일 후 A 의원에서 머리 및 목의 2도 화상 및 부식 진단하에 향후 착색 및 흉터에 대한 가능성을 고려하여 시술 또는 레이저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으며, B 병원에서 염증 후 과다 색소 침착 진단하 두 달간 경과관찰 후 색소 침착이 남아있는 경우 레이저 치료 시술 계획을 받음. 이후 C 피부과의원에 내원하여 염증 후 색소 침착 진단하 약 3개월 가량 색소 침착 완화를 위한 레이저 토닝 치료가 최소 10회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음. 분쟁 쟁점 환자측) 치아우식(충치) 치료 중 의사의 부주의로
치과분야에서도 건강보험의 급여영역이 확대되면서 건강보험청구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고 첫 번째 기고에서 말씀드렸다. 치료 후에 청구하는 진료비를 그대로 인정해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사회에서 관리나 규제를 받지 않는 제도가 있을 수 있을까?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그러한 제도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법」상 진료비 청구과정은 복지부와 건보공단, 심평원의 3개 기관이 관리하도록 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사업을 주관하는 부처이고 건보공단은 보험료징수와 보험급여 관리 및 급여비용을 지급하는 기관이며 심평원은 요양급여비용의 심사와 급여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기관이다. 이들 3개 기관은 요양기관에 자료제출을 요청하거나 관계공무원이나 직원을 출입시켜서 보험급여와 관련하여 질문·검사·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아래에서는 3개 기관이 요양기관에 출입하여 검사나 조사하는 과정을 소개하여 원장님들이 대응하는데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건보공단이 요양기관을 방문하여 보험급여에 관한 사항을 검사·조사하는 것을 「방문확인」이라 한다. 건보공단은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환자)에게 진료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진료내역통보와 수진자 조회를 실시하고 있다. 건보
그동안 대한민국 치과계의 학술대회와 기자재전시회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다양한 주제로 실제 개원의에게 도움이 되는 학술강연, 최신 치과기자재의 발전 동향 체감, 동료 선후배와의 만남의 장 마련 등 회원들에게는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한편, 행사를 주관하는 임원들은 등록인원과 판매부스의 역대 최대라는 정량적 목표 달성이 중요할 수 있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진정한 가치에 대하여 되돌아볼만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즉, 일반 회원의 입장에서 행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고려해야 하고,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 학술대회와 기자재전시회라는 축제의 장을 치과계의 발전적 모멘텀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취지로 ‘가멕스 2019’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먼저 ‘주니어 덴티스트’라는 프로그램으로서, 구체적 목표점은 미래세대의 주인공인 초중고생들이 치과의사에 대한 선호도를 높여서, 장래희망으로 꿈꾸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리 자신부터 사랑스러운 자녀의 직업으로 권유하고, 우리 주위의 환자들인 다수 국민들이 자녀의 장래 직업으로 선호하는 상황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최근 다양한 사건들로 인하여 치과의사의 대국민 이미지가 실추된 것은 사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법률을 크게 의식하지 않으면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법 없이 사는 것이 일반적인 삶이다. 그러나 치과의사들이 환자를 진료하고 비용를 받는 과정에서 법률을 의식하지 않으면 상당부분 그 대가를 치르는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대가를 치르지 않으려면 최소한 「국민건강보험법」을 의식하면서 진료하고 비용을 받아야 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는 ‘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보험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라고 부당청구에 대한 환수처분의 근거규정을 두고 있다. 통상의 법률에서 ‘속임수나 부당한 방법’이라는 것은 행위자가 상대방을 기만하려는 고의나 과실이 있느냐가 위법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지만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을 적용하는 과정에서는 고의·과실이 있는 경우는 당연하고 법령의 내용을 단순히 모르고 있었다 해도 환수처분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법률내용을 알 필요성이 있다. 건보공단은 치과병원에서 법 제57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 확인되면 부당청구 금액 전부를 환수하게 된다. 물론 잘못된 청구금액을 환수하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문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최근 여러 사건·사고로 치과의사가 다시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그 해결책으로 여러 사람이 의료윤리 교육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의구심이 드는 게, 마치 학창시절에 누가 결석하자 출석한 친구들을 혼내는 선생님 같달까요? 잘못하고 있는 사람은 윤리를 말해도 듣지 않을 텐데, 이게 소용이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익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몇몇 치과 사례가 전국적으로 보도됐지만, 해결책이 미진한 상태입니다. 작년 집단 환자치료중단 사태로 큰 물의를 빚었던 모 치과 원장은 다른 치과를 개원한 것이 아니냐는 정황이 포착, 최근 보도된 바 있지요. 얼마 전엔 한 원장님이 인수한 치과에서 수십 명의 환자에게 필요하지 않은 전치부에는 보
일반적으로 곰탕은 고기를 고아서 만든 탕을 일컫고, 설렁탕은 뼈를 기본으로 하여 푹 끓여서 만든 탕을 뜻합니다. 그래서 곰탕이 좀 더 맑은 국물을 가지고 있고, 설렁탕이 좀 더 하얀 국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곰탕에도 뼈를 넣고, 설렁탕에도 고기를 넣고 끓이기 때문에 둘의 차이가 점점 모호해져가고 있습니다. 곰탕이란 고기를 맹물에 넣고 끓인 국이라는 의미의 공탕(空湯)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고기를 푼 곤 국이라는 의미의 곰국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시의전서”를 보면 ‘고음(膏飮)은 소의 다리뼈, 사태, 도가니, 홀떼기, 꼬리, 양, 곤지소니, 전복, 해삼을 큰 그릇에 물을 많이 붓고 약한 불로 푹 고아 맛이 진하고 국물이 뽀얗다’라고 오늘날의 곰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곰탕의 “곰”은 원래 고기나 생선을 천천히 푹 삶은 국을 뜻하는데 “고다”의 “고”는 기름다니는 뜻이라고 합니다. “고음”은 기름진 음식이고 그 말이 줄어서 “곰”인데 여기에 국이라는 글자를 붙이면 곰국, 탕이라는 글자를 붙이면 곰탕이 되는 것입니다. 1904년에 개업한 한 설렁탕집은 115년 전통의 음식점으로 무쇠솥에 사골을 17시간 동안 고은 후 기름을 제거한
병원장님들을 대상으로 거짓청구라는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매우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거짓이라는 용어 자체가 매우 부도덕하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분야를 먼저 다뤄야하는 이유는 거짓청구로 판명되는 경우 「건강보험법」을 위반하여 부당이득 환수처분과 그에 따르는 업무정지 이외에도 「의료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되어 의료인에게 면허정지라는 충격적인 행정처분도 뒤따르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비급여 이중청구도 거짓청구와 동일하게 처분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용어를 정리해 보면, 거짓청구라는 것은 진료비를 청구하는 원인이 되는 치과의사의 진료행위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진료기록부 등 관련 서류를 위·변조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행위가 존재한 것처럼 가장하여 진료비를 청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비급여 이중청구는 임플란트, 인레이 등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진료를 하고 진료비 전액을 환자로부터 수령한 후에 진료가 이루어진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건보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는 경우를 말한다. 특히 비급여진료 후에 진찰료, 처치료, 방사선 촬영판독료, 약제비 부담 등의 영역에서 비급여 이중청구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시험을 겪는다. 특히 의업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보다 훨씬 많은 시험을 경험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 시험에 능숙해져 있어야만 대학 입학을 허락받을 수 있고, 학부에서도 다른 전공과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양의 시험을 거친 후에야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낭독할 수 있다. 게다가 졸업 후에도 시험을 볼 기회들이 생기고 있으니 다들 시험의 달인이 되어가는 것 같다. 최근 치과의사 열 명중 한 명은 응시했다는 시험이 있었다. 다양한 연령의 치과의사들이 예전 공부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시험을 준비했고, 각자 터득해온 노하우를 활용하여 모두 최선을 다해 시험을 치렀다. 시험이 끝난 후 수많은 인원이 시험장 이곳저곳에 모여 후기를 나누는 모습은 마치 대형 박람회를 연상케 하기도 했다. 운동이나 음악 등에 취미가 생겨 실력을 늘리기 위해 레슨을 받게 되면 역시 전문가는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일반인이 열심히 노력해도 하기 어려운 것들을 쉽게 해내는 것을 볼 때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저 사람은 쉽게 되는데 왜 나는 안될까 하는 자괴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겉으로 간단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