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계에서 오염된 압축공기로 빵 등 식품을 제조하면서 불거진 ‘오염 압축공기’ 논란이 치과계로 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늘상 에어 컴프레셔를 통해 생산된 압축공기를 핸드피스나 시린지 등의 기구를 통해 사용하는 치과의 입장에서 식품계에서 촉발된 오염 압축공기 논란이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의 지적에 따라 식품의약처는 압축공기의 질을 관리하는 규정을 곧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HACCP업체 압축공기도 오염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한 대기업의 제빵 생산라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대기업은 최근 HACCP(식품 안전 관리 우수 인증) 마크를 획득한 기업으로, HACCP은 전 세계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7원칙 12절차에 의한 체계적인 식품 안전 관리 시스템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실태점검 결과 이 생산라인에서 사용되는 압축공기가 심각하게 오염돼 있었던 것. 압축공기로 빵의 쟁반을 청소하고, 운반 과정에서 압축공기가 빵에 직접 닿기도 했는데 압축공기를 토출하는 에어건의 상태가 각종 이물질과 찌꺼기로 새카맣게 변한 상태였다.
국정감사 당시 이 문제를 제기한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압축공기 필터가 심각하게 오염돼 있었는데, 압축공기를 걸러주는 필터가 망가지면서 이 필터에 활성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오염된 압축공기가 빵을 오염시키고 빵 굽는 판이나 벨트에 뿌려지면서 다른 빵들도 오염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을 치과 현장으로 옮겨보면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치과의 기계실은 보통 어둡고 습한 곳에 위치해 있어 오염된 기계실의 수분, 중금속, 유분이 에어 컴프레셔로 압축돼 치과 현장에 그대로 오염된 공기가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경남지역 역시 이 압축공기로 인해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면서 “아직 이 문제가 의료계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식품 업계는 전수조사를 하는 등 압축공기 질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환경연구원에서 일반 치과용 컴프레셔 배출물을 조사한 결과 일반세균은 기준치의 30배, 납은 5배, 동은 4배, 암모니아성질소는 11배 이상 검출된 바 있다.
문제는 아직 의료용 압축공기의 질을 규정하는 기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이는 식품의 영역도 마찬가지인데, 유럽의 경우는 PNEUROP(유럽공기압공업회)라는 단체에서 설정한 기준에 따라 식품음료 처리의 경우, 유분 2 등급, 고형물 3등급, 습도 1등급 등의 최상의 압축공기를 사용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 측은 “지적 사항이 나온 후 약 30여 군데의 업체를 조사했으며, 향후 압축공기의 질을 관리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개선해 관련 기준을 곧 정립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치과협회(ADA)의 경우, 치과용 압축공기의 질에 대해 규정을 정하고 있다. ADA의 기준에 따르면 ▲수증기 잔류 최대 허용치 5℃(7bar 압력 하에서 측정시) ▲액상유분의 잔류 허용치는 0.05ppm w/w ▲미립자 잔류 허용치 5㎛ 등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의 한 전문가는 “최근 압축공기에 대한 이슈가 식품계 쪽에서 불거지면서 치과용 압축공기에 대한 문제도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세먼지나 에어로졸 등 치과 내에서 공기의 질 문제가 환자는 물론 치과에 상근하는 의료진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므로 이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야 향후 이로 인한 치과계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