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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 가득… 노란꽃 천지
산수유 피는 산동마을과 운조루

안으로 안으로만 찾아 들어가는 것이 가을이라면, 봄은 그리움을 향한 외출이다. 쌀쌀한 바람 속에서도 봄을 재촉하는 햇살은 숨길 수 없고, 나무 가지마다 터질 듯 부푼 물오름을 볼 수 있으니 봄은 꿈을 꾸는 아이와 같다. 서둘러 봄맞이하고 싶거든 지리산을 보듬은 물줄기가 있는 섬진강변으로 떠나라. 매화꽃잎 바람에 흩날리고, 가늘어진 봄바람에도 제 몸을 누이며 탁!탁! 부대끼는 대숲에도 들어가 보라. 명주처럼 질긴 섬진강의 봄기운에 취해 여정을 잃어버리거든 노고단 아래 꽃마을로 들어가라. 꽃마을 돌담에 기대어 노란 파스텔톤의 봄을 맞이해 보라. 봄이 되면 매년 다녀오는 곳이기에 이제 지겨울 때도 되었건만, 3월에 접어들면 마음은 이미 산동마을로 향하고 만다. 동백, 매화, 산수유, 벚꽃 앞다투어 봄소식을 전하건만 굳이 지리산 자락 산수유마을을 찾는 것은 아늑하고 그윽한 노란 파스텔톤의 봄소식이 좋기 때문이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 만복대(1,433m) 아래 아늑하게 자리한 산수유마을. 산동면 위안리, 관산리, 대평리, 탑정리 등 지도상에 못 박힌 지명이 있지만 이곳은 산수유마을로 통한다. 또 산동면 전체가 산수유 집단 재배지이기에 그냥 산동마을이라고도 부른다. 면(面) 전체를 한 마을로 부르는 것이다. 3월 중순부터 4월 초순에 이르기까지 샛노란 산수유꽃이 논두렁, 밭두렁 뿐 아니라 개울가, 집안 뜰, 돌담 가릴 것 없이 피어나 장관을 이룬다. 여느 꽃도 마찬가지겠지만, 산수유꽃은 무리지어 피어날 때 그 아름다움이 두드러져 보인다. 2~3mm 가량 되는 노란 꽃송이 자체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수십 수백 그루씩 무리지은 산수유나무가 한꺼번에 노란 꽃술을 터뜨리면 꽃대궐이 따로 없다. 남원에서 구례로 가는 밤재터널을 지나면 주변 마을에 노란 산수유나무가 드문드문 보이더니 이내 왼쪽으로 집단 군락지가 나타난다. 마을과 꽃밭이 구분이 없다. 파랗고, 빨간 지붕들을 빼곡이 둘러싼 노란꽃들은 마을을 한결 아늑하게 만든다. 지리산 온천으로 들어가면서 색상을 점점 짙어지고, 온천을 지나 조금 더 들어가면 개울가를 중심으로 온 산천이 꽃이다. 그야말로 천지간에 꽃 뿐이다. 도로를 따라 마을은 계속 이어진다. 제일 위에 있는 상위마을이 꽃구경의 정점이다. 물론 높은 곳에 있는 만큼 꽃이 늦게 피지만 마을과 계곡, 꽃의 어울림이 단연 으뜸이다. 상위마을도 매년 달라진다. 수줍게 고로쇠 수액을 팔던 몇 년 전과는 달리 시원하고 맑은 계곡 청정한 기운을 찾아 들어오는 사람들을 위한 민박집과 가게들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주민들의 생업을 위해 어쩔 수 없겠지만 옛 인심은 그대로 보존되기를 기원해 본다. 한약재로 쓰이는 산수유 열매는 가을이면 이 지역을 빨갛게 물들이는데,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이곳 산동에서 생산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쪽에 자리한 상위마을에서 가장 많은 양이 생산된다. 육질이 두텁고 시고 떫은맛이 난다는 산동의 산수유는 10월이면 열매를 맺는데 국내에서도 최상품으로 꼽힌다. 다른 농산물도 마찬가지겠지만 중국산 산수유 및 타지역 산수유가 유통되기 전에는 한때 산수유나무 서너 그루만 있어도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수익이 좋아 ‘대학나무" 로도 불렀다. 그러나 지금은 좋았던 시절의 이야기일 뿐. 산동처녀들은 씨와 과육을 분리하느라 앞이가 많이 닳았다 한다. 씨과 과육의 분리는 입으로 하게 되는데 열매를 입에 넣고 씨를 분리했다 한다. 그래서 산동처녀는 앞이만 보고도 쉽게 알아보았다 한다. 그러나 지금은 옛 이야기가 되었으며 현재는 이 작업을 기계로 한다. 옛날 중국 산동지역의 처녀가 지리산 아래로 시집오면서 산수유 한 그루를 가져와 심은 것이 시초라고 하며, 그래서 이곳 지명이 산동이라 불렸다 한다. 산수유가 이 지역의 특산물로 이름을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년 전쯤이었다고 한다. <16면에서 계속> 임진왜란을 피해 지리산 험산 산중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이 논이 적고 밭이 척박한 곳에 산수유를 심어 생계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산수유나무는 산비탈이나 물기가 적고 일교차가 심한 곳에 잘 자란다고 하니 산동지역이 안성맞춤인 셈이다. 꽃마을에서 나오면 멀지 안는 곳에 남한 3대 길지(금환락지·金環落地:여인이 성행위를 하기에 앞서 금가락지를 풀어놓은 형국의 명혈)의 한 곳으로 일컬어지는 운조루가 있다. 성행위는 생산을 의미하므로 금환락지는 곧 산물이 풍부하고 부귀영화가 샘물처럼 솟아나는 땅이라는 것이다. 옛사람들이나 현대인이나 명당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그 분량의 차이가 없는 듯하다. 그토록 유명한 명당이라 하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 아닌가? 몇 해 전 운조루를 찾았을 때 마침 도둑이 들어 집안의 귀한 것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