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반의 영화사 대표 A씨는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늘 핸드백에서 보라색 투명 케이스로 된 물병을 꺼낸다. 생수는 아니다. 구강세정제다. 보는 사람들은 외국에서 온 프리미엄 생수라고 착각할만하다. 디자인이 세련됐고, 크기도 다양해 컴팩트하게 핸드백에도 잘 들어간다. A씨는 “일의 특성상 미팅이 많고, 바빠서 양치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는 가글을 하는데, 디자인이 세련되고 기존의 가글 같지 않아서 꺼내는 데에도 부담이 없다”고 말한다.
# 전지현 치약, 고소영 가글
프리미엄 구강용품이 여성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맛과 향을 다변화하고, 용기의 디자인 역시 고급화를 채택해 ‘구강용품 같지 않은’ 구강용품 전략으로 성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연예인들이 사용한다는 입소문을 타고, 최근 일반 여성들 사이에서도 액세서리처럼 휴대하는 게 유행이 될 정도다. 별칭은 ‘전지현 치약(혹은 가글)’.
프랑스 조향사와 다국적 다이버들이 협업해 만든 브랜드라는 R구강용품. 제품소개에는 파라벤과 트리클로산, CMIT 및 MIT 등의 성분을 함유하지 않아 건강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최근에는 국내 판매 100만개 돌파를 기념해 이벤트를 진행하고, 홍콩 대형매장에도 진출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제품의 가장 큰 강점은 디자인. 특히 가글제품을 ‘화장품 화’해 화장품 매장에서 입점시키고, 세련되고 다양한 크기의 용기 디자인으로 선물용으로도 각광 받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A씨는 “다른 제품에 비해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향도 좋고 무엇보다 용기의 디자인이 좋아서 고급 향수를 꺼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주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고급 성분과 다양한 조향으로 프리미엄 치약을 표방, 여성과 특히 임신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군들이 다양하다.
B치약의 경우 복숭아 향 치약으로 인기가 높은데, 이 치약 역시 파라벤, 사카린, 에탄올 등 10가지 유해 성분을 넣지 않은 치약이라고 광고하면서 임신 여성들을 대상으로 타겟팅하고 있다. 가격은 120g 기준 1만4000원 선.
E치약 역시 디자인을 강점으로 한다. 다양한 컬러와 작은 사이즈로 역시 여성층을 타겟팅했다. 항염 성분인 트라넥사민산(TXA)을 함유해 치은염과 치주염 등 잇몸질환을 예방해 준다고 광고하고 있다. 재스민 향이 가미돼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꽃향기 나는 치약으로 유명하다.
업계 쪽에서는 이를 ‘가심비’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가 아니라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인 가심비를 자극하는 제품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말이다.
구강용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일 사용해야 하는 소모재이긴 하지만, 인체와 직접 접촉한다는 점에서 고급스러운 소모를 추구하는 고객층이 늘어남에 따라 구강용품도 고급화, 명품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보여진다”면서 “특히 고급 재료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사용자로 하여금 명품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제공하는 것이 성공한 제품들의 공통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