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리화를 둘러싼 논란이 끝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첫 외국계 영리병원이라 일컬어지는 녹지국제병원 개원에 제동이 걸렸다.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용 여부를 두고 숙의형 공론조사에 돌입했던 제주숙의형공론조사위원회(위원장 허용진)는 지난 4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녹지병원 공론조사 도민참여단 180여 명의 최종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녹지병원 설립 반대가 58.9%, 설립 찬성이 38.9%로 집계돼 반대 여론이 찬성에 비해 20%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위원회는 ‘설립 불허’를 제주도청에 권고하고, 설립 불허에 따른 후속대책 역시 마련해 줄 것을 도청 측에 요청했다.
녹지국제병원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녹지국제병원은 지난 2015년 사업계획서를 복지부에 제출하면서 공론화 된 후 제주지부를 비롯한 제주도 의약단체 및 시민사회의 반대에 부딪혀 왔다. 게다가 녹지국제병원 공론화 전인 2014년에는 제주도에 싼얼병원 설립 추진이 거론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결국 싼얼병원은 여러 가지 부적절한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최종 설립 불허가 결정을 내리면서 일단락 됐으나 뒤이어 녹지국제병원 설립이 추진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녹지국제병원은 당초 2017년 3월 개원을 목표로 제주헬스케어타운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가정의학과,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등 4개 진료과를 설치하고, 피부관리, 미용성형, 건강검진을 위해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 및 내국인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얻은 바 있다.
녹지국제병원 설립은 곧 제주도 영리병원 1호가 허용되는 것으로 이는 결국 전국에 걸쳐 있는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 설립 허용의 도화선이 될 뿐만 아니라 전국민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허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제 국민의 숙의가 모아진 만큼 국민 의견을 존중해 영리를 추구하는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백지화하고, 합리적인 후속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그동안 수년간 의료영리화의 물꼬를 막기 위해 반대 목소리를 내온 제주지부와 도내 의약단체 및 시민단체의 쉼 없는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