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서울·경기 소재 의원급 의료기관 1000곳을 대상으로 시행했던 비급여 실태조사를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3000곳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우려를 사고 있다.
정부가 의료기관 비급여 실태조사 결과를 비급여 가격 인하와 횟수 제한 등의 근거로 악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비급여 실태조사는 정부가 지난 2016년 의료법을 개정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하여금 모든 의료기관에 대해 비급여 진료비용 및 제증명 수수료 항목, 기준, 금액 등에 관한 현황을 조사·분석해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한데 근거를 두고 있다.
현재 병원급 의료기관은 비급여 공개가 의무화 돼 심평원은 매년 전국 3800여 개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고 있고 항목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올해도 이미 지난달 31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초음파, MRI, 도수치료, 치과 임플란트, 레진 등 340개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와 예방접종료, 제증명수수료 등을 공개한 바 있다.
의원급의 경우 비급여 조사 시행 근거는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닌 자율참여로 규정돼 조사에 응하지 않더라도 아직까지 이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향후 병원급과 같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의료기관 실태조사를 비급여 가격 인하와 횟수를 제한하는 근거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알 권리와 의료선택권 강화를 위해 비급여 진료비용 조사를 확대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현재 병원급 뿐만 아니라 의원급의 경우도 이미 비급여 가격을 원내나 홈페이지 등에 공개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나 행정력이 열악한 의원급의 경우 실태조사 자료 제출 등이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비급여 실태조사 확대 방침을 바라보는 개원가의 시각이 곱지 않은 이유다.
심평원은 340개 항목의 표본조사를 의원급으로 확대 실시하기 위해서는 자체인력만으로는 쉽지 않기 때문에 의협 등 의료계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의원급 의료기관 실태조사가 국민의 알권리와 의료선택권 강화라는 이면에 비급여 가격 인하와 횟수 제한 등의 꼼수가 없다는 믿음을 심어 주지 않는 한 의료계의 자발적 참여는 절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