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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의 지구촌 기행
함맘서 이슬람문화 엿본다

함맘(터키탕) 이야기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마무리되었다는 뉴스에서 바그다드의 대통령궁을 점령한 미군이 대통령궁에서 목욕까지 하였다는 기사가 소개되었다. 이는 은연중 물자 부족에 헐벗은 일반 국민의 생활과는 달리 후세인의 사치스러움을 강조하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사막의 라이온’등의 영화에서 보듯 아라비아 반도와 페르시아만은 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사막 지대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목욕 문화는 고대 로마, 그리이스시대부터 시작된다. 그리이스시대의 유적은 대부분 폐허로만 남아 있지만 로마 시대의 유적들은 폐허 속에서도 그 자취를 엿볼 수 있는 것이 많이 남아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원형극장과 목욕탕 터이다. 언젠가 로마 월드컵 때에 세기의 Three Tenores로 불린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가 처음으로 합동 공연을 한 로마 시내의 공연장인 ‘카라칼라’도 로마제국 카라칼라 황제가 세운 대형 목욕탕 터전인데 지금은 그 흔적만 간간이 남아 있지만, 그 유적을 배경으로 운치 있는 공연장을 만든 것이다. 현재 남아 있는 로마 시대의 목욕탕 터전을 둘러보면 고대 그리이스, 로마인들은 열탕과 함께 뜨거운 증기욕 등 지금 못지 않은 다양한 방법의 목욕을 즐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다양한 구조의 목욕탕은 앙카라에 남아 있는 로마 목욕탕 유적에서 지금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로마제국 시대의 초기에는 주로 왕족과 귀족들을 위한 목욕 시설이 있었지만 기원전 25년 Agrippo 황제에 의해서 일반 시민을 위한 목욕탕이 세워지면서 이른바 대중목욕탕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처음 등장한 대중목욕탕은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체력단련실, 식당 등이 부속으로 들어서면서 목욕탕은 단순히 몸을 씻는 곳이 아니라 남자들의 사교장소로 이용되어 고대 로마인들의 종합레저타운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역대 로마제국의 황제들 중에서 목욕탕 건설에 적극적이었던 사람으로는 폭군으로 악명을 떨친 네로 황제와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황제 등도 포함된다. 당시와 지금의 윤리적 잣대로 단순 비교는 곤란하겠지만 어느 정도 퇴폐적인 분위기도 지금 못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내용은 완전히 포르노영화 같기도 하지만 형편없는 영화로 넘기기에는 워낙 유명한 배우 피터오툴이 출연한 영화 Caligula에서 당시의 문란한 목욕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로마 시대의 목욕탕의 주요 시설을 보면 목욕 시설인 apodyteria(탈의실), frigidarium(냉탕), tepidarium(온탕), calidarium(열탕) 등과 우리 나라의 한증막과 같은 laconicum, 체력 단련 시설인 palestr-ae(피트니스룸), 낮잠을 즐길 수 있는 수면실, 시를 읊거나 독서를 할 수 있는 휴게실, 소규모 공연을 위한 극장, 파티를 위한 연회실 등을 갖추었다고 한다. 목욕 도구로도 strigil이라 불리는 S자형으로 굽은 금속판인 때밀이 도구가 있었으며 맛사지사에 의해 맛사지도 받았다고 하니, 이것도 우리 나라 이태리타월과 때밀이의 원조인 셈이다. 이 정도 되면 냉탕과 열탕을 번갈아 드나들고 때밀이한테 때를 밀며 뜨거운 목욕탕 바닥에서 누워 몸을 지져서 목욕을 마친 후, 휴게실로 나와 사람들이 벌거벗고 왔다갔다하는 탈의실에서 손톱 발톱을 깎으며, 삶은 계란이나 자장면까지 배달해서 먹는 우리 나라의 동네 목욕탕과 비교해 보면, 비록 품위에서야 차이가 있겠지만 어쩌면 고대 로마제국의 멸망과 함께 사라진 로마제국의 목욕 문화가 우리 나라에서 부활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역사적으로 화려한 시절을 누렸던 로마제국에서의 목욕 문화는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넘기겠지만, 척박한 땅과 모래 사막뿐인 아라비아에서의 목욕이라면 어찌 보면 거리가 멀고 사치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아랍 지역은 물이 귀한 곳이기는 하지만 모래 열풍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한테도 목욕은 어느 생활 습관보다도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면서 7세기에 무하마드가 알라의 계시를 전해 받고 이슬람교를 창시하여, 무하마드가 예배 전 몸의 청결을 강조하자 아랍 사회에서는 함맘이라 불리는 목욕 문화의 중요성이 커지게 되었다. 요즘 터키뿐만 아니라 오스만터어키제국이 점령하였던 유럽의 일부 도시에 남아 있는 터키탕도 이슬람문화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랍어로 함맘은 열의 전파자라는 뜻으로 무하마드는 함맘의 열기가 번영과 증식을 의미한다고 믿었다. 그 때까지는 아랍에서는 찬물로만 샤워를 하는 정도였다. 함맘, 종교적 정화꽃피우다 아마 몸을 담글 정도의 충분한 물을 얻기가 어려워서 그랬을 것이다. 그 후 아랍 세력이 시리아와 북 아프리카 등 로마제국 시대의 식민지를 차례차례 점령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