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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계의 시대정신도 공정(公正)?

김용식 칼럼

작년에 국가미래연구원은  ‘소셜 빅데이터로 보는 2019 시대정신’ 이라는 보고서에서 정치분야 시대정신은 ‘공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많은 국민들이 사회 질서가 확립되고 민의가 반영되는 공정한 사회를 염원한다는 것이다. 그 기사를 접하면서 갑자기 2020년 우리 치과계의 시대정신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때마침 지난 7월 6일 현 치협집행부의 16개 상설위원회와 9개 특별위원회 중에서 가장 먼저 개원질서 확립 및 의료영리화 저지 특별위원회의 초도회의가 개최되었다. 이상훈협회장이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지난 30대 집행부의 1인 1개소법 사수 및 의료영리화 저지 특별위원회가 1인1개소법 합헌판결의 결실을 얻어내면서 활동목표를 재설정한 시즌 2 특별위원회라 할 수 있다. 1인1개소법을 합헌으로 이끌어낸 주역들이 새로운 목표물에 대해 정조준하고 있음을 알리는 의미있는 방향설정이다.


필자 또한 지난 집행부에 이어 이번 특위에서도 위원활동을 하게 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보조인력 문제와 더불어 우리 회원들의 대표적인 민생현안이 바로 불법의료광고로 대별되는 개원질서확립 문제다.


개원가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의료인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각종 할인이벤트나 경쟁적으로 저수가를 제시하는 가격표시 광고가 횡행하는데도 제대로 된 제재나 단속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기껏해야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다보니 원칙을 지키는  대다수 선량한 회원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이루다 말할 길이 없다.


이러한 저수가를 앞세운 무분별한 광고를 통한  환자의 유인행위는 위임진료, 과잉진료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잊을 만하면 한번씩 매스컴에 터져 나오는 먹튀치과 같은 사회문제로 귀결된다. 이는 협회나 지부 또는 학회같은 치과의사단체가 지속적으로 대국민 홍보를 위해 노력해온 그리고 힘든 여건속에서도 국내외 의료봉사로 구슬땀을 흘리며 우리 치과의사의 위상을 높이느라 애쓴 동료들의 수고를 물거품으로 만드는 조직파괴행위요 범죄행위다.

 

축구장에 관중들이 빽빽이 들어찼다. 어느 순간 관중석 앞쪽에 앉은 관중들이 경기를 좀 더 잘보려고 일어섰다. 그러자 처음에는 시야가 가려진 뒤에 앉은 사람들이 서있는 앞사람들에게 앉으라고 소리도 치고 항의도 해보지만 그게 안먹히자 어느새 서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나더니 결국엔 모든 관중이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불편하게 서서 봐야했다. 모두가 앉아서 편하게 볼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익히 잘아는 ‘축구장의 바보들’ 예화다. 이 예화는 개인의 이기적 행위가 집단 전체의 이익을 훼손하는 사례의 비유로 많이 인용된다.


우리 치과계도 혼자만 살겠다고 다수의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이기적 행위에 대해 그동안 계도위주의 정책을 펴오다 결국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침 이번 협회 집행부는 지난 6월 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제 부터는 관계기관에 업무정지와 과징금 부과와 같은 행정처분을 요청하는 등 처벌위주 정책을 강화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새집행부가 제대로 된 정책결정과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크게 환영할 일이다.


언제까지 경고하고 계도만 할 것인가.


법적 처벌 근거가 부족하다는 변명으로 언제까지 법타령만 하고 있을 것인가. 우리 회원들은 그리 오래 기다려줄 수가 없다.


개원질서를 어지럽히는 각종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과  원스트라잌 아웃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아가 1인1개소법 보완입법과 더불어 가격표시 의료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어쩌면 회원들은 후자에 더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치과의사 3만명 회원 시대에 치협은 더 이상 보호할 가치가 없는 회원은 보호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더 이상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방관해서는 안된다.


나아가 공정이란 가치는 치과계에도 동등하게 적용되는 시대정신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외부의 위협요소로부터 회원을 보호함과 동시에 내부의 질서파괴행위에 대해서는 추상같은 판관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조만간 반칙왕에게 대한 첫 레드카드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해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