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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판 위 침상에 누우면 세상이 내안에’
바지선 개조 수상호텔 ‘하우스보트’ 곳곳에 늘어선 주변 풍경 운치 그만

남인도기행 ① BACKWATER TRIP AT KERALA 인도를 얘기하자면 라자스탄의 사막이나 타지마할 등이 먼저 머리에 떠오르게 된다. 낙타가 등장하고 뜨거운 태양 아래 터번을 머리에 두른 라자스탄의 사람들과, 하얀 대리석돔으로 빛나는 무굴제국의 불멸의 건축물 타지마할 등이 갠지스강에서 순례하는 힌두교인들의 모습과 함께 인도의 다양성을 나타내는 사진으로 등장한다. 인도대륙의 서남단에 위치한 케랄라 지방은 열대수목으로 뒤덮힌 전형적인 열대지방의 모습으로 또 하나의 독특한 인도의 문화를 보여준다. 지리적으로 아라비아해를 가운데 두고 아랍과 마주보고 있으며 유럽에서 들어오는 길목에 있는 터라 이들 나라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인도에서 가장 먼저 공산당이 합법화 된 곳도 케랄라 지방이며 중국인의 독특한 투망식 어법이 아직까지 남아 있으며 인도의 어느 지역보다도 교회를 많이 볼 수 있는 곳이지만 무엇보다도 케랄라와 타밀나두 등 남인도지역의 특징은 인도의 공용어인 힌두어가 사용되지 않고 드라비다언어 계열인 말라얄람어가 사용되는 또 다른 인도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케랄라지방의 아라비아해를 따라 라군으로 분리된 내해는 때로는 좁은 하천의 모습으로, 곳에 따라서는 호수와 같은 넓은 고립된 바다의 모습으로 비쳐진다. 대충 이름이 붙은 강만 해도 40여개나 되지만 셀 수 없이 미로처럼 엮어진 수로는 케랄라 사람들의 젖줄이자 고속도로인 셈인데 ‘인도의 베니스’라 불리는 알라뿌자의 뱃놀이를 이곳에서 빼 놓을 수는 없다. 케랄라 뱃놀이의 백미는 농산물을 실어 나르는 바지선을 개조해 움직이는 수상호텔로 둔갑시킨 Houseboat를 이용한 Backwater Trip이다. 조그만 섬에 불과한 베니스의 "곤돌라"에 비하면 케랄라의 뱃놀이는 그 규모에 걸맞게 대형바지선으로 1박 또는 2박에 걸쳐 행해진다. Houseboat는 크기에 따라 선실이 1개부터 4개 까지 있으며 대형 Houseboat 외에는 동력도 없으며 대부분은 케랄라 바지선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배의 맨 앞과 뒤에서 두 명이 노를 저어 배를 움직인다. 배의 앞 부분에는 안락의자와 탁자가 놓여져 있어 편안히 앉아 수로 양옆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구경하거나 독서를 하게 돼 있으며, 탁자 앞으로는 편안하게 누울 수 있는 평상에 깨끗하게 세탁된 매트리스가 놓여져 낮잠을 잘 수 있었지만 힘든 표정이 역력한 뱃사공의 앞에서 마음 편하게 누울 입장은 못되는 것 같았다. 항상 시간에 쫓기며 여행을 하는 처지라 한가하게 수로여행을 하는 것이 시간이 아깝기는 했지만 모터보트로 휑하니 지나가는 유람선에 비하면 차분히 주변 경치를 구경하고 케랄라 지방의 마을을 지켜보는 것도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뱃사공은 거의 한 시간에 10분 정도 쉴 정도로 낮에는 계속 똑같은 동작으로 배를 움직인다. 해가 아라비아해로 빨려 들어갈 때쯤이면 넓은 호수의 한 복판에서 하룻밤을 지새게 된다. 배에는 동력이 없으니 전기도 없다. 전화나 TV도 물론 없다. 현대문명의 혜택을 받는 것은 오로지 주방의 가스렌지 뿐이다. 비로소 하루 중 밤 시간이 얼마나 길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요리사가 차려준 저녁을 먹고 배의 갑판에 펼쳐진 침상의 매트리스 위에 누워 별이 총총히 빛나는 하늘을 지켜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지만, 바쁜 현대생활에서는 좀처럼 가질 수 없는, 그 어디에 비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요리사와 뱃사공은 일과가 끝나면 손님의 눈에 띄지 않게 배의 뒷전 좁은 공간에서 기거한다. 이번 여행도 일행 없이 혼자였기에 그들의 일과가 끝난 후에는 모두 불러내어 함께 지내려고 했다. 가지고 간 위스키도 꺼내어 한잔씩 권하고 담배도 권하며 나름대로 하루종일 나를 위해 봉사를 한 그들의 노고에 보답하려 했지만 이런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은 나의 호의가 오히려 부담으로 느끼는 것 같았다. 물론 그들로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양담배와 양주를 준다는 말에 호기심도 있었겠지만, 배의 뒷전 그들만의 공간에서 앞으로 나온 것도 손님의 명령(?) 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입장에서 그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보다는 그들을 풀어주어 자신들의 방식대로 쉬게 하는 것이 진정 그들을 위함이라는 것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