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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협회 존재의 의의

배광식 칼럼

카[Edward Hallett Carr(1892~1982)]는 “사실을 갖지 못한 역사가는 뿌리를 박지 못한 무능한 존재이다. 역사가가 없는 사실은 생명 없는 무의미한 존재이다. 따라서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상호 작용의 부단한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실용주의 역사관을 주장하였다.


이를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77년이나 앞선 금속활자본인 ‘직지’의 예에 비추어 보자.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 ‘직지’라는 사실이 ‘박병선 박사’라는 역사가의 손에 의해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역사가 ‘박병선 박사’가 없었다면 ‘직지’의 사실은 지금도 생명 없는 무의미한 존재였을 것이고, ‘직지’라는 사실이 없었다면, 박병선 박사라는 역사가는 뿌리박을 사실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현금 일반 정치가(街)에는 허구에 바탕한 선전선동을 일삼아 자신의 이득만을 취하는 모리배들이 판을 치는 염치없는 세상이 된 것 같다. 감정적인 민족주의를 앞세워 선량한 국민을 선동하는 무리들도 그 예의 하나이다. 그 병폐는 은연 중에 국민들을 세뇌하여,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젊은이들을 오도하고 있다. 최근 어느 티브이 프로에 이름 있는 문화인이 나와, 휴전협정에 한국이 배제되었다는 의미의 발언을 하였다. 그러나 진실은 한국은 엄연히 휴전협정 당사국의 하나였고, 휴전협정을 반대해 참석을 거부한 것이고, 휴전협정 반대를 통해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경제원조 등을 보장받는 실용을 택한 것이 팩트(fact)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협회)는 대한민국 치과의사(또는 한지치과의사) 면허증 취득자인 회원들의 구성체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정관(이하 협회 정관)>의 목적을 살펴보면, ‘제2조(목적) 본 협회는 국민보건향상을 위하여 치의학, 치과의료 및 공중구강보건의 연구와 의도의 앙양 및 의권의 옹호, 회원간의 친목과 복지를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개정 2000. 4.22)’이다. 곧 목적을 ‘1. 국민보건향상을 위한 치의학 관련 연구, 2. 의도(醫道)의 앙양 및 의권의 옹호, 3. 회원간의 친목과 복지 도모’의 세 가지로 대분할 수 있다.


이 중 1번 치의학 연구 부분은 주로 대한치의학회(이하 치의학회)가 담당한다. ‘분과학회를 대표하는 부회장 1인은 치의학회장이 겸임한다’는 협회 정관 제16조(임원의 선출) 제4항에 따라, 치의학회 회장은 치협 부회장을 겸임하게 되어 있고, 동조 6항에 따라 치의학회 회장이 협회의 학술이사 및 수련고시이사를 추천하게 된다.


협회 정관 제47조(위원회의 구성)에 따라 치의학회장이 위원장이 되는 협회 학술위원회는, 그 임무가 ‘학술발전에 대한 방안과 이의 조사보고 및 그 대책에 관한 사항, 학회 육성 지원 및 신설분과학회의 심사, 종합학술대회 개최, 회원보수교육 실시, 협회지의 편집 및 출판’ 등을 수행하는 것이다.


<대한치의학회 정관>에 의하면, 치의학회는 ‘치의학 학술활동을 지원하고, 회원 상호간의 유대 강화를 도모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함’이 목적으로, 곧 치의학 학술활동 지원이 그 핵심 목적임을 알 수 있다. 치협 인준 분과학회가 치의학회 회원이고, 회원 변동사항과 회원의 활동을 수합하여 협회 회장에게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또 회원의 목적위배행위와 의무불이행시 협회 이사회에 (그 징계를) 회부할 수 있고, 협회 회원만이 치의학회의 임원이 될 수 있다. 치의학회의 사업은, 협회 학술활동 지원에 관한 사항, 종합학술대회 및 분과학회 학술대회 개최 및 운영에 관한 사항 등 협회의 1번 목적을 위한 사업들이다. 치의학회의 총회 심의·의결사항에는 ‘협회에 건의할 사항’도 들어 있고, 치의학회 재정 중에는 치협의 보조금 수익금도 들어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협회의 목적 세 가지 중 ‘1. 국민보건향상을 위한 치의학 관련 연구’는 전적으로 치의학회가 담당하고 있다. 근대치의학이 도입된 이래 치과의사협회(치과의사 면허자들의 권익과 친목을 대변하는 단체)와 치의학회(치의학 연구 발전을 도모하는 단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면서, 때로는 규정을 통해 묶이기도 하고, 때로는 규정의 묶음은 없지만 공통 구성원들의 암묵적인 합의에 의해 상호관련성을 유지하며 상생해 왔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치과의사회와 조선치과의학회가 이런 관계였다.


협회의 목적 중 ‘2. 의도(醫道)의 앙양 및 의권의 옹호, 3. 회원간의 친목과 복지 도모’의 두 가지를 위한 협회의 사업은, 협회 정관 제6조(사업) 중 ‘3. 의도의 앙양과 의권옹호에 관한 사항, 5. 치과의료사업의 조사연구와 개선에 관한 사항, 6. 각 단체 상호연락 조정과 회원간의 친목과 복지에 관한 사항, 7. 대정부 건의 및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사항, 8. 치과기재육성발전에 관한 사항, 9. 군치무업무 및 공중보건치과의사업무의 발전 향상에 관한 사항, 12. 보험업무에 관한 사항, 14. 치과분야종사인력의 무료취업알선 및 소개에 관한 사항(신설 93. 4.17), 15. 치과의사국가시험(예비시험 포함) 연구에 관한 사항(신설 2002. 4.27), 16. 치과의료 정책연구에 관한 사항(신설 2007. 4.21), 17. 치과의사전문의 자격 인정시험에 관한 사항(신설 2019. 6.28)’ 등을 들 수 있겠다.


치과의사협회의 존재 의의는 무엇인가?
앞에 열거한 목적 세 가지를 잘 이행하여 회원들의 학문과 기술 향상, 권익보호, 상호 친목이 잘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조선반도에서는 조선치과의사회가 이런 역할을 수행했다.


이제 곧 다가올 대의원총회에서 협회의 기원 문제가 다루어질 것이고, 현행 기원으로 되어 있는 최고의 ‘A안. (광복 전) 조선치과의사회(1921.10.2.)’, 조선인만의 모임인 ‘B안. 한성치과의사회(1925.6.9.)’, 치협의 직접 전신이며 최단인 ‘C안. (광복 후) 조선치과의사회(1945.12.9.)’가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역사와 인간사회는 상호관계 속에 존재한다. 주변 의료단체들과의 상호관계를 고려하고, 치과의사협회 존재의 의의를 잊지 않는다면 선택은 자명해진다. 1981년 고심을 거듭하며 기원을 정했던 선배님들은 대부분 일제강점기를 경험했던 분들이었으나, 감정적인 민족주의를 배제하고, 협회의 존재 의의를 중시하였던 실용적인 선배님들이었다. 협회 기원 문제는 2005년 대의원총회에서도 언급되었고, 2009년 대의원총회에 상정되었다가 철회되었고, 2010년 역사학자들의 연구를 통한 창립일 정립을 하자는 건이 수임사항으로 넘겨졌다.


기원은 유행에 따라 수시로 바뀌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심에 찬 선배님들의 현명한 선택을 배격하고, 얼마 후 사회풍조가 바뀌면 후배들이 다시 뒤집을 수밖에 없는 잘못된 선택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