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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무리한 비급여 통제 정책에 거부로 맞서야

김용식 칼럼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를 위한 자료제출 기한인 7월 13일이 다가오면서 치과계를 비롯한 의료계에서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비급여 신고제도에 대한 반대와 거부의 목소리가 점차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해 말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의원급을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은 비급여 항목의 고지 및 설명 의무 외에도,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대상 항목에 대한 자료제출 의무와 비급여 항목과 기준, 금액, 진료내역 등이 포함된 정보를 의무적으로 보고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추진을 위해서는 비급여 진료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고 아울러 의료기관의 관리와 감독을 통해 과도한 비급여 부담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비급여 진료비의 보고가 필요하며, 국민의 알권리 및 선택권 보장 그리고 적정 진료비 유도를 위해서 공개대상 항목에 대해서는 제출된 자료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정부의 무리한 비급여 통제 시도에 대해, 지난 4월말 치과계와 의과계는 전국 시도지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비급여 관리 대책 철회를 요구하는 공동 퍼포먼스를 벌인 바 있고, 곧바로 5월 초, 치협, 의협, 병협, 한의협 등 4개 단체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비급여 신고 의무화 정책 재고를 정부에 촉구하고 공동대처를 천명하기도 했다.

 

치과계도 서울시치과의사회 임원과 회원으로 구성된 비급여 관리대책 소송단이 지난 3월 헌법소원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 5월 18일에는 본안사건의 종국결정 선고 시까지 의료법 제 45조의2 제1항, 제2항, 제3항, 제2항 제2호 및 제3호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한 바 있다.


소송단은 효력정지가처분신청과 관련해 “비급여 진료비 공개 등의 의무화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양심의 자유,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임이 확실시 됨에도 시행일이 임박하고 있다”며 “만약 법률조항의 효력정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개정 의료법에 의거해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하고, 자료제출을 거부할 경우 과태료 부과 등 불이익 처분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함” 이라며 가처분신청의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서울지부의 주도하에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헌법재판소 앞 1인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6월 15일, 전국지부장협의회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 의무화 반대 성명서’를 내고 비급여 관련 일체의 자료 제출 거부 및 이에 따르는 정부의 처분에 불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지난 2002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위헌 소송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릴 때 ‘국민건강보험법은 의료보험에 의해 보장되는 급여 부분 외에 의료소비자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라 자신의 부담으로 선택할 수 있는 소위 비급여 대상 의료행위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고 판시하면서 비급여의 자율성을 당연지정제의 합헌 근거로 제시했는데 이제 와서 정부가 비급여 진료비를 국가가 통제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당연지정제에 위헌성을 부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비급여 제도는 정부가 아닌 의료기관이 스스로 자유롭게 가격을 정하는, 정부의 가격 통제 밖의 영역임에도 정부가 이를 통제의 영역으로 간주하여, 비급여 공개나 비급여 보고 제도 등을 도입하는 것은 정부가 나서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비급여 제도는 과거 건강보험제도 도입 당시부터 지적된 저수가, 저부담 정책이 갖는 취약성을 보완함으로써 우리나라 의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키는데 기여한 측면이 있음을 모를 바 없는 정부가 이러한 비급여 제도의 순기능마저 없애려 할 때는 급여 수가 현실화를 포함하여 건강보험 정책 전체를 재편하는 조치가 동시 이행되어야 마땅하다.


아울러 비급여 공개와 보고 제도 등은 의료기관 입장에서 막대한 행정 부담과 더불어 심각한 민원마저도 우려되는 상황인데 정부가 의료기관에 가해질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 어떠한 선제적 고려를 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의료계가 정의롭지 않아서 정의로운 법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현명하기에 국민의 알권리와 선택권 보장이란 허울로 포장된 채, 힘들게 쌓아 올린 높은 의료수준을 하향 평준화 시킬 것이 뻔한  어리석은 법에 반대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법으로 규제해야 할 사안과 운영으로 풀어가야 할 사안이 있는데도 이를 구분치 못하고 입법권을 남용하여 이런 어리석은 법을 양산하게 되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 몫이 되기에 우리는 거부로 맞설 수밖에 없다.


양질의 진료 보다는 저가 의료, 다양성 보다는 획일성, 민간 부분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 등등, 우리는 이런 것들을 사회주의라 부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