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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리스트의 생각

황충주 칼럼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었던 2020 도쿄올림픽이 2021년 7월 23일부터 8월 8일까지 17일간의 대장정 끝에 막을 내렸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6~7천 명을 기록하는 등 감염이 확산하고 있어 ‘긴급사태’를 선포한 팬데믹 상황이고 일본 국민 80%가 “중지해야 한다.” 또는 “재연기해야 한다”라고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였지만 일본 정부는 개최를 강행하였다. 스가 총리는 “인류가 역병을 극복했다는 증거로서 도쿄올림픽을 반드시 개최하겠다”라고 밝혔지만 강행한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와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다. 올림픽을 위해서는 경기장과 숙소를 건설하고 유지, 관리까지 해야 하므로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였고 올림픽을 취소하면 올림픽을 후원한 다국적 기업들에 큰 손해를 안길 수 있어 이런 비용이 약 47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언론 매체들이 예측하였다. 여기에 중계권료 수입으로만 30억~40억 달러를 챙길 수 있는 IOC는 미국 내 독점중계권을 가진 NBC에 위약금을 물지 않기 위해서라도 개최를 강행해야 했으며 이번 올림픽을 성공시켜 오랜 경기 침체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부활’했음을 세계에 알려 일본의 국가 위상을 세울 기회이고 이를 통해 지지율이 떨어진 현 정부의 정치적인 입지를 반전하고자 하는 스가 일본 총리의 이해와 서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올림픽은 코로나의 확산 저지를 위해 무관중으로 진행하였고 입장권 수입과 부가 손실을 추가하면 도쿄올림픽의 총 적자가 약 41조 원 가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림픽을 무사히 치르면 국민 지지가 올라가 향후 국정 운영에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 스가 내각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3% 하락한 28%로, 작년 9월 내각 출범 후 처음으로 30% 아래로 추락했고 결국 9월말로 사임을 예정하고 있다. 코로나는 역시 예상대로 올림픽 이전보다 약 1만5,000명대로 3.4배 정도 증가했고 확진자도 증가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소 감소하는 상황이다.


45년 만에 가장 안 좋은 올림픽 성적을 거둔 우리나라의 올림픽 성적은 효자 종목인 양궁과 펜싱에서 좋은 성과를 얻었지만 믿었던 축구와 야구, 전통적인 금메달 밭이었던 태권도, 수많은 스타 선수를 배출했던 유도, 깜짝 선수의 등장으로 늘 팬들을 설레게 했던 레슬링에선 단 하나의 메달도 수확하지 못했다. 노메달이라도 김연경 선수를 중심으로 한 여자배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4등으로 우리를 춤추게 했고 큰 감동을 주었다. 우리 선수들의 분투가 빛난 육상, 수영, 체조, 스포츠 클라이밍의 MZ세대는 도전을 즐기는 다른 가치를 보여줬고 3년 뒤의 파리에서의 결과를 기대하게 한다.


메달이 올림픽의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메달에 초연한 선수는 없으며 각국의 선수들은 메달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 당연히 금메달을 따면 최고이고 그 다음은 은메달, 동메달 순이다. 객관적인 성취의 크기로 보자면 은메달리스트가 동메달리스트보다 더 큰 성취를 이룬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금메달 다음으로 기뻐야 할 은메달을 받은 선수들은 오히려 울상이지만 동메달을 받은 선수들은 오히려 환호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미국 코넬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1992년 하계올림픽 중계 자료를 기본으로 게임 종료 순간과 시상식에서 메달리스트들이 짓는 표정을 통해 감정을 분석하였다. 동메달리스트의 행복 점수는 10점 만점에 7.1점으로 환희에 가까웠지만, 은메달리스트는 고작 4.8점에 불과했다. 은메달리스트는 동메달리스트보다 객관적인 성취는 크지만, 주관적인 성취의 크기는 이와는 반대로 나왔다. 은메달을 딴 선수는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과 실망감에 행복 지수가 떨어지고 동메달을 딴 선수는 하마터면 노메달 신세가 되었을 텐데 막판에 메달리스트가 되었다는 성취감에 행복 지수가 높았다.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까지 5개 하계올림픽에서 시상대에 오른 메달리스트들의 사진을 표정 자동분석 소프트웨어로 분석한 결과를 연구한 안드레아 루앙라스 미국 아이오와대 교수도 동메달 선수가 은메달 선수보다 더 큰 기쁨을 느낀다는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제시한 이론 중 하나는 비교 잣대가 다르다는 것이다. 은메달 선수는 금메달 선수와 비교해서 ‘더 잘했으면 금메달을 땄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반면 동메달 선수는 ‘적어도 4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은메달 선수는 위를 비교해서 불행하고, 동메달 선수는 아래를 비교해서 기쁨이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은메달은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졌기 때문에 받게 되지만 동메달은 4강 다툼에서 이긴 선수가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져서 받은 은메달 보다 이겨서 받은 동메달이 더 기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은메달보다 동메달이 더 기쁜 심리학의 비밀이 직장과 일상생활의 여러 측면에서도 적용된다고 한다. 현실도 마찬가지로 위만 바라보고 비교하면 좌절감을 더 많이 느끼고 불행하다고 느끼지만, 아래와 비교하면 늘 운이 좋다거나 이만하면 만족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보다 더 잘나고 유능하고 똑똑한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기보다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를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행복해지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정신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적당한 기준과 기대치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1등의 의미는 크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행복한 것이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 행복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기대치와 목표를 가지고 누구와 비교하며 살고 생각할지는 각 개인의 몫인 셈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