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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과 ESG

특별기고

지난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은 첫 공식업무로서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미국이 복귀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다. 6년전인 2015년 국제사회가 프랑스 파리에 모여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로 약속하였으나, 미국은 4년뒤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파리협정에서 탈퇴한 바 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코로나19 부실대응 및 편향성을 문제삼아 세계보건기구(WHO)를 탈퇴하기로 했던 통보도 철회하였다. 이들 조치는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취했던 정책을 뒤엎는 과감한 결단으로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전지구적 환경 및 보건문제에 대한 미국의 이니셔티브를 일제히 기대하고 환영하였다.

 

사실 WHO가 중국 우한 발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을 발표한 지 이제 만 2년을 바라보지만, 세계는 아직도 팬데믹의 터널 속에 있다. 보건 당국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백신이 개발 보급중이지만, 이와 술래잡기라도 하듯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종을 만들어가며 위세를 떨치고 있다. 결정적 대응수단이라 할 치료제는 아직 요원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박쥐나 낙타에서 인간에게 전파되었다고는 하나, 확실한 근거는 없다. 어떻게 보면 인간이 그간 저질러온 무절제한 자연훼손과 자원의 오남용이 근본 원인인지도 모를 일이다. 올들어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는 산불과 홍수 등도 이것의 또다른 후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결국 기후변화와 팬데믹은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

 

바이든 미국정부의 정책노선은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무(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중시하는 ESG가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가 됐음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팬데믹으로 인한 양극화나 기후변화 대응이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ESG는 모든 분야에서 메가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의료기관도 예외일 수 없다. 의료기관에서 왜 ESG가 필요한가?

 

기후변화는 지구 생태계 혼란을 초래함으로써 감염병의 빈번한 발생 등 인류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의료기관으로서는 바로 대응해야 할 과제이다. 또한 의료기관은 규모나 사회경제 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이산화탄소 배출집단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헬스케어 분야가 GDP의 8%이지만, 미국(17%) 등의 사례를 감안하면 이 수치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의료기관이 직접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미미할지 모르지만, 진료행위에 수반되는 자원 사용과 관련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은 국가 전체로 볼 때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에서는 ESG 경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먼저 환경(E) 부문을 보자. 자재 하나라도 저탄소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는 방안, 의료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안, 병원 내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는 방안,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도입하여 종이 없는 업무 환경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사회(S) 부문에서는 사회 구성원 전체의 건강을 골고루 살펴보고 책임지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건강 불평등에 대한 현미경적 대처가 필요하다.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의료 소외계층의 건강문제에 의료기관은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 이미 많은 치과의사들이 국내외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중 한국구라봉사회나 스마일재단은 ESG의 원조라 불릴만하다.

 

지배구조(G) 부문에서는 투명한 의사결정은 물론, 양성평등과 공정한 기회 보장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구성원의 작은 목소리를 큰 귀로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은 의료기관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하는 바탕이다.

 

올초 공공의료기관 처음으로 ESG 경영을 선언한 서울대학교치과병원은 최근 총괄 추진기구인 ESG위원회를 발족했다. 부서별로 ESG 과제를 추려내고 핵심 성과지표(KPI)를 작성중이며, 지표가 만들어지면 이를 필요로 하는 의료기관과 공유할 계획이다. ‘ESG를 표방하는 의료기관은 안전하고 믿을 만하며 착한 병원’이라는 인식이 시민들 사이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치과병원발 의료기관 ESG가 전 의료계에 확산하기를 기대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