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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답사기행(12)
산하의 아름다움 몸으로 느낀다
강원도 오지마을

삼둔사가리 여행산이 잠시 쉬어가는 곳을 계곡이라 한다. 산은 그 깊이만큼이나 맑고 청정한 생명수를 내어준다. 한반도의 등줄기 강원도에는 크고 넓은 산들이 연이어 있고, 그 산으로 들어가면 도심에 지친 심신을 달래줄 시원한 계곡이 널려있다. 매년 여름 휴가때면 산과 바다를 찾아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니 우리에게 풍족한 휴가여행지는 바다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 넓은 바다도 가보면 늘 만원이다. 그래서 산으로 간다. 산마다 울창한 숲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그 아래로 몸을 담글만한 골짜기가 있으니 어디로 들어간들 숨을 곳 없겠는가? 사람은 자연으로 들어갈 때 팽팽하게 살아왔던 삶의 긴장이 비로소 해소되고, 맑은 정신을 되찾는다. ‘삼둔사가리’라는 말이 있다. 강원도 홍천과 인제에 걸쳐 있는 이곳은 ‘정감록’이 소개하는 ‘난리를 피해 숨을 만한’ 곳이다. 깊은 오지면서도 물이 풍부하고, 자급자족이 가능할 정도의 양식이 생산돼 옛부터 숨어살기에 이곳보다 적당한 곳이 없다고 알려져 왔다. ‘둔’은 산기슭에 농사를 짓기에 알맞은 펑퍼짐한 땅을, ‘가리’는 밭을 간다는 의미의 경(耕)자에서 유래돼 계곡 옆에 흙이 쌓여 이뤄진, 사람이 살 수 있을 정도의 땅을 가리킨다. 삼둔은 살둔 월둔 달둔을 말하며 사가리는 아침가리 연가리 적가리 명지가리를 합쳐 부르는 이름이다. 반경 10km안에 있으니 한번에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말이 살기 좋은 곳이지 실제 가 보면 이곳만큼 지독히 살기 어려운 곳도 없을 듯 싶다. 실제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이 불과 얼마전이란다. 군인들이 많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현리에는 깊고 넓은 진동계곡이 있다. 현리에서 방태산자연휴양림 표지를 보고 들어간다. 길은 물길을 따라 올라간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청정수다. 길가 곳곳에는 민박집들이 깨끗하게 단장하고 여름 휴가객들을 기다린다. 천 변 곳곳에 소나무숲이 형성돼어 있어 야영하기에도 좋겠다. 사람의 그림자가 보일라치면 꺽지, 퉁가리, 기름종개가 재빨리 바위속으로 숨어버린다. 방동마을에 닿으면 방태산자연휴양림을 알리는 표지가 있다. 방동교를 건너 자동차 한 대 겨우 지날만한 소로로 접어든다. 휴양림까지는 약 1km. 민박과 펜션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도 유명세를 타고 있나보다. 매표를 하고 비포장길을 따라 더 들어가면 산이 사람을 에워싼다. 차 안에서는 산꼭대기를 볼 수 없다. 차창을 따라오는 시원한 물길에 눈을 떼지 못한다. 휴양림에 닿자마자 귀청을 때리는 것은 쏴~쏴~물소리·폭포가 연이어 눈앞에 나타난다. 이 계곡을 적가리골이라 한다. 하얀 암반을 미끄러지듯 달려가는 물을 보면서 당장 달려가 발을 담근다. 그러나 발을 담글 수 있는 것은 잠시. 시리다 못해 아리다. 숲 그늘만 달려온 물들이 녹색기운을 머금고 있으니 오죽 시원하겠는가! 여유롭게 숲을 산책하면서 계곡을 따라 걸으면 이단폭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숲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폭포수 아래 바위에 기대앉아 물소리를 듣고 있으면 몸이 오싹해질 정도로 시원하다. 휴양림을 나와 진동계곡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진동산채가)가 있다. 이 집 건너편으로 아침가리가 은둔자처럼 그 비경을 숨기고 있다. 물을 건너가면 길도 없는 계곡이 맑은 물을 연신 토해내고 있다. 트래킹삼아 1시간정도 힘닿는 곳까지 걸어 볼만하다. 진동산채가에서 길을 따라 올라가면 비포장길이 나서고 그 길 끝에 쇠나드리가 있다. 쇠나드리에서부터 산길을 따라 1시간 정도 오르면 산상초원 곰배령이 나타난다. 산상초원 곰배령. 올 봄 인제군에서 관광객의 출입을 통제했었다. 해마다 산상초원에는 수많은 야생화들이 만발했는데 한심한 여행객들의 욕심이 그냥 두지 않았다. 산나물, 야생화 닥치는 대로 채취했다. 산나물채취를 생업으로 하는 주민들이 관광객의 출입을 통제해 달라고 호소하기까지 했다. 이런 여행을 ‘메뚜기떼여행’이라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메뚜기떼’가 되지 않길 바랄뿐이다. 다시 현리로 나와 31번 국도를 타고 상남으로 향한다. 상남에서 좌회전하면 내린천 상류지역인 미산계곡으로 들어간다. ‘구절양장’ 굽이굽이 비경을 휘돌아 내린천이 흘러가니 일찍이 래프팅의 명소가 됐다. 내린천 전 구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물과 길이 함께 달리는 풍광을 감상하며 훠이훠이 가면 ‘삶을 기댈만한 곳’이라는 살둔마을에 닿는다. 생둔(강원도 홍천군 내면 율전리)이라고도 한다. 북동쪽으로는 숫돌봉(1,320m) 개인산(1,341m), 구룡덕봉(1,388m), 남서로는 맹현봉(1,213m)이 버티고 서있다. 불과 얼마전만 해도 대표적인 오지마을로 산악인들이나 가끔 찾았던 이곳은 포장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