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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있어도 불안, 없으면 더 불안 ‘전전긍긍’

특집: 구인난 탈출구는 없나? >>> 심해지는 인력 부족실태
첫 지원자 면접까지만 수개월
전화 한통 없기도 부지기수
끝이 보이지 않는 구인난에
지쳐가는 개원가는 한숨만

지난 몇 달간 회무 경험이 있는 회원 몇과 현직 치협 임원, 치의신보 기자들은 온라인상에서 머리를 맞대고 개원가의 최고 고충인 치과보조인력 구인난을 주제로 의식이 흐르는 대로 브레인스토밍 작업을 진행해 봤다. 구인난으로 일어나는 현상과 원인, 해결방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과 관련 자료들을 자유롭게 나누며 생각을 공유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20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그동안 논의에 참여했던 회원들이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우리가 자유롭게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편집자 주>   

 

■토론참석자
 강자승 전 치협 정보통신이사
 문천호 양평치과의원 원장
 이정호 전 치협 치과진료인력개발이사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진승욱 치협 정책이사    

 

 

서울 영등포구에서 스텝 3명과 작은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A원장. 현재 당장 치과운영에는 문제가 없지만 늘 치과계 유명 구인구직사이트 ‘○○잡’에 구인공고를 올려놓고 있다. 언제라도 스텝 한명이 나가게 되면 치과운영에 직접적인 타격이 오기 때문이다. A원장은 앞서 스텝 한명이 불시에 그만둬 남은 직원들끼리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A원장은 “비교적 역세권이고 급여나 대우도 평균정도는 준다고 생각하는데 구직자 전화 한통 받는 것이 쉽지 않다. 직원들에게 잡무를 많이 시키면 나갈까봐 청소여사님도 두고, 로봇청소기도 샀다”며 “행여 스텝들이 ‘원장님 할 말 있어요’라며 따로 면담을 요청해 올 때면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원장 한 명에 스텝이 4명은 돼야 병원이 원활히 돌아가고 예비인력 여유도 생겨 지금보다 한명만 더 뽑고 싶은데 현실을 보면 ‘사치스러운 생각’”이라고 말했다.


봉직의 생활을 오래하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개원한 B원장은 처음 병원을 열 때부터 치과 인테리어와 기자재 설비 등 개원 준비를 다 해놓고도 치과위생사 구인이 안 돼 예정보다 병원 오픈을 3주 가량 미룬 경험이 있다. B원장은 어렵게 직군을 섞어 스텝을 구성한 지금도 진료가 비는 시간이면 각종 치과 구인구직사이트, 치과의사 커뮤니티 등을 통해 수시로 구인 활동을 한다.


‘언제쯤 이 전쟁이 끝날까? 스텝 구인난은 아마 내가 치과의사란 직업을 그만두지 않는 한 영원히 따라다닐 것 같은 골칫거리’라고 B원장은 생각한다.


개원가의 치과보조인력난이 백년전쟁으로 이어질 모양새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선 치과의원들이 치과위생사 한 명을 충원하기 위해 연간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기백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개월 간 구직자 전화 한통 못 받았다’는 치과가 부지기수다.


협회지 최근호에 실린 ‘치과 의료기관의 규모별 치과종사인력, 구인난 실태’ 논문에 따르면 치과의료기관에 구인광고 후 실제 구인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물은 설문에 ‘2개월 이상’이라고 답변한 비율이 42.4%로 가장 많았다. 

  

활동 치과위생사 4만 여명, 치의 1인당 1.7명 그쳐
외진 곳 동네치과 구인 스트레스에 폐업까지 고려 

 

8만여 명이라는 치과위생사는 다 어디로 갔을까?
지난 2020년 기준 치과병·의원에 근무하는 치과위생사수는 4만1614명, 간호조무사수는 1만9520명이다. 현 활동 치과의사수 2만5113명을 바탕으로 치과의사 1인당 치과위생사 비율은 1.7명, 간호조무사 비율은 0.8명에 그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보통 치과의사 1인이 운영하는 동네치과는 평균 3~4명의 보조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경우가 가장 흔한 개원 형태이다. 그러나 이 정도 스텝을 구성하는 데는 다양한 우여곡절을 겪는다. 임금을 높여 치과위생사들로만 스텝을 구성하는 경우는 흔치 않고, 직역을 섞거나 필수직역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생기는데, 어떤 경우가 됐든 직역 간 갈등, 위법적 요소가 끼어든다. 

 

치과위생사들의 수도권 쏠림, 그 중에서도 교통과 생활환경이 좋은 서울 중심, 그 중심에서도 대우가 좋은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을 감안하면 1인 원장이 운영하는 소규모 동네치과들은 치과위생사가 됐든 간호조무사가 됐든 늘 구인난에 허덕이는 인력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도심에서 벗어나 있는 양평지회 회장을 맡고 있는 문천호 원장은 “양평군의 경우에는 1년 내내 구인 광고를 내도 한 명을 면접 볼 수 있을까 말까 할 정도이다. 구인난이 정말 심각하고 심지어는 폐업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는 주변 동료도 있다. 양평군에서는 직원이 구해지지 않아 정상적인 진료가 되지 않는 치과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보조인력 구인난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정체됐거나 감소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치과위생사 국시 합격률도 하락세
현재 전국에 치위생(학)과가 개설된 대학은 4년제 대학 28개, 3년제 전문대학 54개 등 총 82개로 매년 5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신규 배출된 치과위생사수는 4213명. 지난해 치과위생사 국시는 평균 80%를 상회하는 합격률에 한참 못 미친 74%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올해 초 배출된 치과의사수 760명을 바탕으로 신규 치과의사 1인당 신규 치과위생사 비율을 계산해 보면 5.5명이 나온다. 수치상으로는 매년 배출되는 치과의사 대비 치과위생사 수가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다. 

 

8만여 명 치과위생사 다 어디로 갔을까?

치과의사 이탈 없이 신규 배출 인력 그대로
보조인력 여성 대다수 출산·결혼 이탈 심화

 

그러나 치과의사 직역은 웬만해선 중도 이탈 없이 신규 배출인력이 그대로 차곡차곡 활동인력으로 누적되는 반면, 여성이 99%를 차지하는 치과위생사 직역은 결혼이나 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 잦은 이직이나 전직 등 이탈 변수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치과위생사에 대한 수요는 계속 커지는데 공급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걷는 정도로 미미하게 확대되는 상황이라 구인난이 갈수록 더 악화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다보니 치과위생사 부족 문제는 치과계 밖으로 드러낼 수 없는 개원가의 치부를 야기하기도 한다. 치과보조인력이 자신의 면허, 업무범위 외 업무에 손을 대는 상황이 일각에서 벌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한 개원의는 “의도적으로 수익증대만을 위해 위임진료를 지시하는 치과에는 철퇴가 가해져야 하지만 임상에서의 현실과 맞지 않는 업무범위 분류, 치과위생사 부족 문제가 치과의사들을 위법으로 몰고 있는 부분도 있다. 이는 반드시 현실에 맞게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는 “개원가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구인난을 얘기한다. 전국의 많은 치과의사들과 보조인력들이 위법으로 불안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인력 자체가 부족하다. 현 제도에서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한 개선과 새로운 직군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