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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1명 채용 광고비 수백만 원 “더구나 효과도 의문”

특집 : 치협 구인난 타파 프로젝트 본격 가동>>>쏟아 붓는 광고비 개원가 시름①

치과계는 ‘구인난’이라는 족쇄를 차고 오랜 세월 힘겹게 전진해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치협은 최근 ‘구인구직시스템 활성화TF’를 구성, 구인난 해소를 위해 전력투구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본지는 구인난 해소의 첫 단추가 될 치협 구인구직사이트 활성화와 관련 기존 사이트들의 운영 실태부터 종사인력 배출 현황, 관련 제도와 법률적 한계까지 핵심 현안을 총 10회에 걸쳐 짚어봄으로써, 치과 종사인력 구인난의 원인과 그 해결책에 대한 공론을  치과계와 나눌 예정이다. <편집자 주>

 

 

지금 치과 개원가는 ‘구인구직사이트’라는 모니터 속 사각의 링에 갇혀 있다. ‘채용 성공’이라는 탈출구에 들어서려면 이른바 ‘쩐의 전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악순환 때문이다.


다른 치과보다 한 명이라도 많은 구직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이 순간에도 수많은 치과가 구인구직사이트에 적잖은 광고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구인을 위한 시간, 노력, 스트레스 역시 일상의 영역이다.


김명석 원장(가명)은 최근 직원 한 명을 충원하기 위해 구인구직사이트 광고비로 200여만 원을 지출했다. 원래 김 원장은 저렴한 광고비를 지불하고 몇몇 구인구직사이트에 채용 공고를 게시했다. 하지만 한 달 넘게 마땅한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동안 직원들은 업무 과중을 호소하며 매일 같이 김 원장을 독촉했다.


직원들의 성화에 못 이긴 김 원장은 결국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수십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고가의 광고를 진행했다. 천신만고 끝에 채용이 됐지만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김 원장의 곁을 떠난 뒤였다.


김 원장은 “결원이 잦은 치과 인력 구조상 1년에 적게는 1~2회, 많게는 3회까지 신규 채용 공고를 낸다”며 “그때마다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 이상을 지출해야 하는데 솔직히 규모가 작은 치과로서는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많은 광고비 지불하고 광고 내도
실제 채용 장담 못해 하소연

본지가 치과위생사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반수인 68.6%가 구인구직사이트를 통해 취업 활동을 펼친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치과 인력 시장의 구인구직사이트 의존도가 높다는 방증이다.


취재를 통해 만난 상당수의 치과에서는 “광고비가 부담되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인구직사이트에 광고를 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막상 광고를 내도 구인구직사이트 내에서 ‘구인 경쟁’은 이어진다. 사이트를 가득 채운 채용 공고 속에서 ‘내 치과’가 눈에 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은 광고비를 지불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광고비 지출과 채용 가능성이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많은 광고비를 지불하고 구인구직사이트에 공고를 게시하더라도, 그것이 결코 실제 채용을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치과의사 원장들의 하소연이다.


윤정수 원장(가명)은 “현재는 채용은커녕 면접을 성사시키는 일조차 쉽지 않다. 고가의 채용 광고를 진행해도 이는 마찬가지”라며 “접수되는 이력서 수는 다소 늘어날 수 있겠지만, 실제 채용에 성공하는 시간은 비용을 투자하는 것만큼 빨라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치과 구인구직 시장은 ‘지옥’
한 달 평균 100만 원 지출 예사

담당 직원의 스트레스도 상당했다.
서울의 한 치과에서 구인 공고를 전담하고 있다는 김미화 실장(가명)은 치과 구인구직 시장을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김 실장은 “지금 근무 중인 치과에서는 한 달에만 구인공고비로 평균 100만 원을 지출한다. 말하자면 치과 구인시장은 ‘지옥’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래도 채용이 잘 이뤄지지 않아, 최근에는 직접 인재 서치를 통해 먼저 면접 제의까지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고 근로조건 대형치과 채용 공고
동네 치과 상대적 열패감 주눅

구인구직사이트 실태의 다른 문제점으로는 ‘상대적 박탈감’ 조성이 거론된다. 최고 수준의 근로조건을 제시하는 대형치과의 채용 공고를 접할 때마다 규모가 작은 치과로서는 상대적 열패감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유나 원장(가명)은 “최근 신규 직원 채용을 위해 구인구직사이트에 접속했다 상처만 받았다”며 “여행 지원부터 각종 보너스며 인센티브, 기숙사까지 유니트체어 3~4대로 운영하는 소형치과로서는 현실적으로 제공할 수 없는 조건이 즐비한데 ‘나라도 내 치과에서 일할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같은 악순환을 해결하려면 치과 구인구직사이트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현재 구인구직사이트 내에서 난립하고 있는 채용 공고 형태에 일정 부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채용 과정에도 기회균등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기춘 원장(팀메이트치과의원)은 “현재 치과 구인구직사이트 시스템은 명확한 기준이 부재해, 구직자와 구인자 양측이 모두 크고 작은 피해를 받고 있다”며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된다면 치과 구인구직사이트 시장에도 더 나은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