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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추천도서 - 인생의 무게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학교의 현실을 다룬 <블랙독>이란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한 등장인물이 부러워했던 어떤 교사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는 사는 게 꼭 1000m 오래달리기 하는 것 같은데, 선생님은 사는 게 놀이터구나, 그런 생각 했었거든요. 근데 여기 다시 와보니까 그건 아니었겠구나. 사는 게 놀이터인 사람은 없는 거지. 그런 생각이 드네요.” 사는 게 놀이터인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씁쓸하기는 하지만 위안을 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이 자기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오래달리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다른 누군가의 삶을 부러워하는 마음도 줄어드니까요. 각자의 인생의 무게를 직접 비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가벼운 일이 나에게는 한없이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고, 나에게 일어난 똑같은 일도 의외로 가볍게 느껴질 때도 있으니까요.

 

어떤 사람의 인생의 무게를 자신이 직접 느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타인의 슬픈 짐에 그저 내 인생을 안도하는데 그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짐을 내가 짊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삶의 무게를 느껴보고 공감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생의 무게가 실린 책은 그 책이 아무리 가벼워도 결코 가볍게 내려놓을 수가 없습니다. 수많은 책 중에서 어느 누군가의 인생을 느낀 책이 있으십니까? 그 무게감은 결국에는 당신의 인생의 무게를 줄여줄 위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독서를 통한 공감은 결국 우리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것입니다.

 


면역계 비밀 찾아 떠나는 아니타 박사의 여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찾겠다는 오랜 꿈 실현 

『엄마가 죽고 나는 의학자가 되었다』 반니, 2021

 

저자인 아니타 코스는 열세 살에 어머니를 떠나보냈습니다. 바로 그날, 조용해진 서가에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꺼내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간 류머티즘 관절염 항목의 글을 읽게 됩니다. 관절, 통증, 유전자, 염증, T-세포, 모두 엄마의 몸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면역계의 비밀을 찾아 떠나는 아니타의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자의 자전적인 인생이 담긴 이야기이면서도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탁월한 설명이 동반되는 회고와 과학적인 내용이 잘 조화된 책입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찾겠다는 오랜 꿈을 이뤄나가는 여성 의학자, 아니타 박사의 이야기가 솔직하고 용기 있게 펼쳐집니다. 자가면역이 여성에게서 많다는 점은 그녀에게는 남성 위주의 의학계 문화와 부딪치게 했으며 스스로 운명의 설계자가 된다는 외로움, 연구에서 받는 스트레스,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 등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2016년 노르웨이 의학 역사상 가장 큰 제약계약이 이루어졌는데. 계약금액은 8억 크로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1100억 원에 달하는 액수였습니다. 병원의 허름한 연구실에서 밤낮으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연구하던 저자의 연구가 드디어 빛을 발한 순간이었습니다. 류머티즘으로 엄마를 잃은 열세 살 소녀의 오랜 다짐이 보상을 받는 순간이기도 했겠지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의료영화와 같은 전개가 펼쳐집니다.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상식은 덤으로 보태집니다.

 

 

수명연장 아닌 행복한 노년을 맞는 비결 공유
인생 후반 기회로 단련할 찬란한 이야기 가득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인플루엔셜, 2021

 

백세시대라고 하지만 과학 기술이 늘려준 것은 수명이 아니라 노년이 아닐까? 젊은 시절은 덧없이 지나가고 병든 노년만 길게 남아있다면 그처럼 우울한 수명연장이 없겠죠. 어떤 시간이 남아있는지 모르지만,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또 그때가 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르노도상과 메디치상 수상자인 파스칼 브뤼크네르 철학자에게 행복한 노년의 비결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포기, 자리, 루틴, 시간, 욕망, 사랑, 기회, 한계, 죽음, 영원’이라는 10가지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파스칼, 몽테뉴, 프로이트, 니체 등 풍부한 인용으로 세계적 명성에 어울리는 유려한 사유를 독자들에게 선물합니다. ‘포기를 포기하라’ ‘루틴으로 생활의 뼈대를 바로 세우라’ ‘당장 죽을 듯이, 영원히 죽지 않을 듯이 시간을 보내라’ ‘죽는 날까지 사랑하라’ ‘자기 한계를 분명히 알고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라’ 등 인생 후반의 시간을 반짝이는 기회로 단련할 찬란한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성장이란 모든 것에서 찬란함을 재발견하는 것이라 합니다. 이 책을 읽고는 또 한 살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에 우울해했던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건강과 삶의 문제 의료윤리적 관점에서 바라봐
다양한 이야기 통해 치료가 나아가야할 방향 고민

『모두를 위한 의료윤리』 휴머니스트출판그룹, 2021

 

안락사, 임신중절, 치매 돌봄, 감염병, 유전자조작, 건강세, 의료 정보 공개 등은 지금 한국의 현대 의학에서 가장 논쟁적인 의료 이슈입니다. 한 번쯤은 직접 경험해 봤을 수도 있고, 나에게도 곧 닥쳐올 것만 같은 것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의료인으로서 꼭 한번은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현실적인 의료 전반에 대한 이 내용에 대해 각각의 역사적 맥락을 안내하고 이를 둘러싼 환자, 보호자, 의료인의 입장을 살펴보기 위해 실제 사례와 영화, 드라마, 소설 등 여러 작품을 끌어와 우리의 이해를 돕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는 질병과 돌봄, 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건강과 삶의 문제를 의료윤리적 관점에서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언젠가 의료 문제와 마주할 그때 건강과 삶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을 바탕으로 윤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약자를 위한 의료로, 병을 끌어안는 의료로, 의료인의 괴로움을 보듬는 의료로, 사회와 환자가 힘을 얻는 의료가 바로 저자가 이 책에서 거듭 이야기하는 그 꿈을 위한 ‘윤리’입니다. 언젠가 아팠고, 지금 고통받거나 언젠가 아플 이들, 돌봄과 치료의 문제로 고민하는 우리 모두에게 꼭 한 번쯤은 고민해야 할 내용으로 가득 찬 곱씹어 다독해도 좋을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