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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 크라운보다 싸다

스펙트럼

‘타이어, 신발보다 싸다,’ 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던 회사가 있었습니다. 문제가 많은 회사였습니다. 가맹점에서 휠을 고의 파손한 뒤 수리비를 받아 문제가 된 적도 있었고, 중국산 저가품을 유명브랜드로 속이는, 기만적 영업을 한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습니다. 회장이 탈세혐의로 징역형을 받는 등 회사에 대한 좋지 않은 소식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정상적인 경영으로는 타이어를 신발보다 싸게 팔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임플란트 수가가 통상적인 크라운 수가보다 낮다면 그것은 정상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보험 치료든 비보험 치료든,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라면 가리지 않고 시행하고, 가끔 찾아오는 합병증을 원만히 해결해주고, 직원들이 불법 위임 진료를 하도록 강요하지 않고, 협력 업체들에 제 때, 합당한 수고의 대가를 지불하려면 임플란트 뿐만 아니라 모든 비보험 치료 항목에서 정상적인 수가를 유지해야 합니다.

 

저는 구도심에서만 두 번 개원했습니다. 2008년에 신규 개원을 했었고, 지금의 자리에 들어오기 위해서 5년 전에 이전 개원을 했습니다. 처음부터 이전 개원을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때에도 지금의 동네가 좋아 보여서 근처의 몇 자리를 알아보았지만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비싼 자리들이었습니다. 큰 치과도 많고 제가 가진 재원으로는 치과가 안정될 때까지의 부침을 견딜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결국, 신규 개원지를 옆 동네의 작고 오래된 상가로 정했습니다. 동네는 작았지만 치과도 다들 작고 수가 적었습니다. 월세가 저렴했기 때문에 하루에 한 두 명 오는 신환을 모아서 치과 살림을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임상가로서 원장으로서 부족한 점 투성이여서 부침도 많았지만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치과의 몸집이 작았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젊다는 이유로 반장을 맡아 동네 원장님들 모시고 반모임도 하고 좋은 분위기를 유지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9년을 지내고 지금의 자리로 확장 이전해 6년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지금의 자리에서 시작했다면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자금력, 임상 실력, 식견, 경영에 대한 감각 등 많은 면에서 부족함이 드러나 치과를 유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케팅도 통하지 않고 오로지 입소문 만으로 환자를 모아야 하는 작은 동네에서 1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낸 덕에 지금도 이렇다 할 마케팅 없이 알뜰하게 치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가를 낮춘다고 환자분들께서 더 오시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당연히 정상수가를 유지하여 정성껏 진료하며 개원생활을 지속하였습니다.

 

친절함과 세심함으로 관계를 가꿔온 덕에 이전 개원 후에도 구환들이 버스를 타고 다섯 정거장 거리에 있는 저희 치과를 찾아주셨습니다. 이전하여 새롭게 입지를 다질 때까지 첫 개원지의 환자분들이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셨음은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환자군의 큰 부분을 차지해주고 계셔서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크라운보다 싼 임플란트가 횡행하는 시대이지만 아직은 저수가 저수준 의료에 맞서서 해볼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환자가 줄어들면 수가를 내려볼 생각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수가를 내리는 것도 일종의 체질입니다. 치과의 체질이 그렇게 정해져 버리면 체질을 새롭게 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사이즈로 치과를 시작하고 내가 가진 능력들을 발견해가며 한 걸음 한 걸음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 정상적인 치과 경영인의 모습이 아닐지요.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