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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윤리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의료윤리학자에게 물어본다 (39)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최근 의료윤리에 관한 이야기를 보수교육을 통해서든, 뉴스를 통해서든 종종 듣다 보니 그런게 있나보다 하는 생각은 듭니다. 몇몇 분들이 치과에서 가르치기 위한 내용을 준비하거나 관련 자료를 발표하는 것도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마뜩치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윤리는 사회가 우리에게 규제로 강요하거나 연배 있는 교수님들이 말씀 하시는 좋은 이야기 정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면 규정집을 나누어주면 되지, 굳이 학문으로 구분하거나 저희가 계속 공부해야 하는 분야는 아니지 않나요? 익명

 

제가 필수 보수교육이나 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 서두에 자주 말씀 드리는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여기에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제가 관심이 있는 것은 도덕이 아닌 윤리와 윤리학”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살을 더한다면 공부하고 우리가 나누어야 하는 것 또한 윤리학이라는 내용도 곁다리로 내놓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은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다 같은 것 아닌가?

 

앞의 두 가지는 이전에도 구분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물론, 연구자마다 구분하는 방식은 다릅니다만, 저는 보통 ‘moral’을 도덕으로, ‘ethics’을 윤리로 번역하며 그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합니다. 전자는 관습과 연관되고, 후자는 성품과 연결됩니다. 사회를 유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법칙이나 제도를 받아들여 그에 맞게 행하는 것을 도덕으로,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관련하여 여러 문제 앞에서 결정하는 방식이나 그 규칙을 윤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다르게 정의하거나, 심지어 두 단어를 반대로 사용하시는 분도 있고 그것이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적어도, 윤리는 고대 그리스 이래로 정의된 것인 반면, 도덕은 이전부터 있던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에서 제 생각은 출발합니다.

 

이런 구분이 치과의사의 삶과 어떤 상관이 있을까요? 그런 건 윤리학자나 알면 되지, 저희 진료나 생활에 하나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내용일 텐데 굳이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으며, 저희 치과의사에게 ‘윤리’와 ‘윤리학’에 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글을 씁니다. 하지만 많은 선생님들께서 윤리라는 말을 들을 때, 위에서 설명 드린 도덕이라는 단어의 뜻을 떠올리게 됩니다. 예컨대 의료윤리나 치과의료윤리라고 하면, 의료인에게 주어진 규칙의 집합을 상기하고 그에 따르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지요. 더 넓게는, 의료계에 관련된 사람이 따라야 하는 규칙을 정하고, 누군가가 잘했거나 잘못했다고 따지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것은 도덕, 사회 규범, 법이며, (앞서 설명 드린 의미에서의) 윤리가 아닙니다.

 

이런 상황을 만든 두 가지 상황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첫째는 한국 사회에 널리 퍼진 법 만능주의입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법으로 정해서 강제하고 처벌하는 데 익숙합니다. 개인이 스스로 알아서 하게 놓아두고, 그 안에서 잘 하도록 만드는 방식을 고민해 본 일이 별로 없습니다. 둘째는 의료윤리가 한국에서 받아들여진 맥락에 있습니다. 한국에서 의료윤리, 생명윤리가 시작되던 90년대, 사람들은 잘못된 일을 한 사람을 처벌하거나 진료, 기술의 변화로 나타난 공백을 정리하기 위한 제도를 ‘윤리’의 이름으로 요구했습니다. 덕분에 인간대상연구나 연명의료를 다루는 법들이 ‘윤리’의 이름을 달고 제정되었지요.

 

그러다보니 윤리는 참 재미없는 분야가 되었습니다. 규칙과 법을 외우는 분야, 실수하거나 잘못하면 외적 처벌이 가해지는 분야인데 재미있을 턱이 없습니다. 이런 내용을 학생들이나 치과의사들에게 가르쳐야 하다니 참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심지어 저보다 연배가 있으신 선생님들 앞에서 제가 규칙을 지키라고 강변하는 일이 일어납니다. 제가 그런 일을 해야 될 필요는 없겠지요.

 

오히려, 윤리는 말씀 드린 것처럼 삶의 방식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삶을 살 것인가? 가 윤리의 핵심 질문입니다. 저희 치과의사는 진료를 하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을 들이며, 치과의사라는 것은 개인 정체성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이룹니다. 그렇다면, 치과의사로서 좋은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환자에게 설명했는지,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 시술했는지 묻는 도덕적, 법적 의무를 넘어 (이를 의료인에게 주어진 설명의무와 주의의무라고 하며, 의료분쟁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입니다) 윤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외부에서 주어진 규범 집합 대신, 나 자신 치과의사의 삶을 만들어 가는 개인의 규칙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떤 구분이 가장 와 닿으실까요. 아마 저는 자율규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현재 많은 분들이 이해하시는 ‘의료윤리’는 의료 관련 법제를 지키는 것과 다르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여러 판례가 내려지면서 의료인에게 주어진 법적 의무가 꽤 확장되었으므로 이것만 해도 따질 게 많긴 합니다. 말씀 드린 것처럼 이런 의무를 위반하면 처벌을 받거나 민사 재판에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관련 지식을 알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정치 영역이나 사회가 의료인에게 여러 제한을 가할 때, 저희는 그것을 잘못이라고 말해야 합니다. 예컨대, 작년의 ‘범죄의사 면허 취소법’이나 ‘수술실 CCTV 설치법’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것이 외적 강제로써 의사의 삶을 옥죄어 올 때, 개인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침해로서 반대하는 것은 타당하며 필요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의료인 개인과 집단이 모두 ‘옳은’ 삶을 살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제대로 된 판단은 아니겠지요. 개인이 건강을 위해 생활 규칙을 정하듯, 좋은 삶에도 삶의 규칙이 필요합니다. 집단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문가 집단이 함께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이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것이 전문가 자율규제의 의미입니다. 왜 전문가 집단이냐고요? 다른 직업과 달리, 전문가 집단, 특히 의료인은 집단 없이 개인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규칙을 어겼을 때 스스로 정화 노력을 기울이는 것 또한 그 안에 포함되겠지요.

 

이런 것이 윤리의 의미이며, 이런 삶의 추구를 돕는 것이 윤리학입니다. 개인과 집단이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이자 습관이고 규칙입니다. 이런 구분이 선생님들께 와 닿는 방식으로 전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 선생님이 진료하시거나 치과의사로 생활하시면서 가지셨던 윤리와 관련한 질문을 기다립니다. dentalethicist@gmail.com으로 보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