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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김여갑 칼럼

의료정보의 차이가 심한 의사와 환자 사이에 의료사고 및 분쟁이 발생 시 감정과 조정 절차를 통해 분쟁을 해소하고, 피해자(환자)를 신속히 구제할 목적으로 보건복지부 산하에 설립되어 운영되어 온 기구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이다. 얼마 전 의료중재원의 문제점에 대한 집중 방송보도가 있었다. 의료중재원 창립 10주년을 맞아 의료분쟁조정 활성화 방안모색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한 후의 일이다. 치과의사와도 관계가 깊다. 의료중재원에 가게 됐다고 걱정하며 자문하던 후배들이 생각난다.

 

의료계는 의료인의 의료과실을 강압적으로 증명해 불리하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려한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방송보도에서 현행 의료중재원의 문제점으로 제시 된 것은 ①소수의견이 기록되지 않고, ②만장일치를 유도하고, ③백지서명까지 받음으로써 공정성과 신뢰성이 상실되었다고 보도하였다. 이렇게 말하면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위의 목적에서 보듯이 의료중재원은 감정부와 조정부로 나누어져 있다. 감정부에는 의사 2명, 변호사 1명, 검사 1명, 소비자권익위원 1명 등 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있어서 여기서 감정서를 작성하는데, 이 감정서가 조정부로 넘어가 피해 구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감정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의료계가 10주년을 맞아 의료인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피해자들은 그동안 쌓아두었던 아쉬운 마음을 토로한 것 같다.

 

의료중재원의 많은 긍정적인 부분 가운데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말한 것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전제로, 의료분쟁조정법에 의하면 위원들이 논의하였으나 합의가 안 되어 동의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때는 소수의견을 기록하도록 되어 있는데 언제부터인지 기록하지 않았다고 한다. 백지서명은 더욱 이해 할 수 없다. 위원들이 시간이 바쁘다는 이유로 토씨까지 똑같이 쓴다는 것을 전제로 백지서명을 했다고 한다. 위원회의 중 분위기가 있었을 텐데 무슨 내용이 들어갈 줄 알고 서명하나? 그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감정위원 중 의사위원들이 병원과 의료인 편만 들려고 한다는데, 그래도 변호사, 검사, 소비자권익위원 등 전문성을 가진 비의사가 5명 중 3명씩이나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피해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기 전에 이들이 개선방향을 제기하고 관철시키지 못했다는 점에 아쉬움이 있다. 반대의견을 낸 감정위원을 바꿔치기 했다는 말도 나왔는데, 그와 같은 일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었다는 것 자체도 아쉽다. 피해자들이 나서기 전에 감정위원들의 옳은 의견 제시가 관철되지 않았다면 먼저 공론화하여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솔직히 의료분쟁원의 경우뿐만 아니라 타 분야의 위원회에 위원으로 위촉되면 그 위원회의 분위기에 쉽게 동화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필자가 속했던 다른 위원회의 경험으로 한마디 하면 각 분야의 專門醫 10여명과 치과의사 1명(또는 2명)으로 구성된 전문심사위원회에서 “가해진 원인에 의해 특정 질병이 발생될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과정 중에 필자는 내 전공이 아닌 다른 질환을 가진 신청자의 심사를 보는 경우 의사전문위원들에게 일반인의 입장에서 묻겠다고 하고, 내 생각에는 연관성이 있는 것 같은데 왜 없다고 하는지 설명해달라고 한다. 아마 신청자도 필자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해당과의 담당전문위원이 참고문헌까지 인용하면서 설명하면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의료중재원의 역할은 이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의학적인 견해를 포함하여 환자를 처음 본 순간부터 진단과 치료 과정의 타당성 및 최종 결과까지 피해자의 알 권리의 충족여부를 포함하여 법률적인 해석도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의사는 물론 타 분야 감정위원들의 의견도 매우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의사감정위원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보도된 것처럼 동의할 때까지 시간을 지연시킨다든지, 위원 자체를 바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방법도 아니다. 일반인인 피해자와 법률전문 감정위원을 의학적으로 설득하여야 하고, 안 된다면 그들의 의견도 받아드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료중재원에서 설득 되지 않은 것이 법원에 가서 설득이 되겠나? 필자도 (구강악안면)외과의사라면 일생에 한 번은 겪게 된다면서 위로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일로 방송 인터뷰까지 한 적이 있다. 결론만 말하면 필자는 내가 책임을 진다고 하였다. 리포터가 “억울하시겠어요.”라고 말했지만, 필자는 “억울할 것 없습니다. 내 환자니까요.”라고 답했다. 판결은 판사가 하겠지만, 환자를 보는 과정 중에 불가항력적인 요소까지도 포함하여 여러 과정 중에 누군가의 부족함 또는 소홀함이 있었다면 그 책임은 주치의인 내 책임이기 때문이었다.

 

요즘처럼 고소, 고발이 난무하고, 피해자 가족 중의 한 분이 범죄 집단이라고까지 말하는 상황에서 의료중재원은 공교롭게 아픔을 같이하게 된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정신적 고통 그리고 불필요한 노력과 경제적인 손실을 줄이고, 의사와 환자 사이에 서로를 위로하고 포용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일이 시급히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도 의료중재원의 공정성을 회복할 것을 촉구했다고 한다. 요즘 뭐하나 마음에 안 들면 즉시 철회하라, 그리고 물러나라 라는 것이 구호이든데, 의료중재원의 필요성만은 인정하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고맙다. 경실련이 지적한 문제점도 앞서 말했듯이 ①의사감정위원의 편향성, ②만장일치 강요 및 소수 의견 고의 누락, ③감정부의 백지서명 관행 등이다. 필자가 보기에도 진작 제대로 실행되었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의료중재원도 자신의 역할을 실행하는데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감정위원들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피해자가 억울함을 표시하기 전에 위원회에서 보다 명확한 의견 제시가 있었어야 하고, 자신이 서명한 감정서에 대하여서는 진단서와 마찬가지 정도의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서명한 이 후 그 내용에 이견을 말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