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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진료에도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요?

의료윤리학자에게 물어본다 (55)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치과계에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은 알겠습니다만, 그런 것이 당위적 요구나 의무에 대한 호소 이상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돈이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데 그만한 게 또 있을까요. 결국, 치과의사들도 자기 이익을 좇기 마련이라면, 아무리 윤리를 이야기해보아야 의미 없는 것 아닐까요? 익명

 

사회적 비용이라는 표현을 들어보셨는지요. 영국의 경제학자 피구가 정의한 이 개념은, 사전에선 생산자가 특정 재화를 생산할 때, 이에 따라 생산자를 포함한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비용을 말합니다. 예컨대, 기업의 생산 활동과 자동차 운전으로 인하여 의도치 않게 미세먼지의 양이 증가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 증가로 대기오염과 기후 변화가 나타납니다.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문제로 발생하는 조기사망이나, 올해 뚜렷이 겪고 있는 것과 같은 기후 변화로 인한 여러 피해를 사회적 비용의 예로 들 수 있을 텐데요. 최근 자료는 없지만 2019년 한 칼럼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약 1조9천억 달러,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16조 달러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 크기가 지금은 더 커졌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지요.

 

이렇게, 개인이나 기업의 경제활동으로 인한 피해를 당사자의 책임으로 돌리기 어려운 경우와 같은 일을 우리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합니다. 오늘 환경에 대해 말씀드리려는 것은 아니고, 치과계가 현재 겪고 있는 몇몇 문제를 사회적 비용으로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이를테면 과잉 진료나 덤핑과 같은 문제를 들 수 있겠지요. 물론, 아무 질병도 없는데 진단을 만들어서 치료하는 너무 심한 과잉 진료나 말도 안 되는 낮은 비용으로 진료하다가 환자 순환이 안 되면 치과를 닫아버리는 소위 ‘먹튀’는 명확한 개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전자는 신의칙을 어긴 것으로, 후자는 폰지 사기의 한 예로 볼 수 있지요. 하지만, 그렇게 심하지 않은 경우, 보통보다 약간 더 나아가는 경우는 어떨까요. 아직 지켜봐도 된다고 판단되는 우식을 수복한다든지, 임플란트를 주변에 비해 약간 낮은 비용으로 시술한다면, 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잘못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위치에 놓이는 일들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단이야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비용을 약간 적게 받는 일은 시장 경제에서 충분히 가능한 선택이 되니까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모두는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옴을 우리는 최근에 목격하고 있습니다. 과잉 진료가 치과에서만 나타나는 일이 아님에도 국민들은 치과와 과잉 진료를 쉽게 연결 짓습니다(물론, 이것은 다른 요인들을 함께 검토해야만 설명할 수 있는 일입니다만, 지금까지의 결과가 누적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30만 원 대의 임플란트 시술을 한다는 치과가 나타나 많은 선생님들을 걱정시키고 있지요. 물론, 해당 치과는 행사 이벤트이고 보철이나 다른 수술에서 비용을 발생시키므로 걱정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사회 전체가 임플란트를 바라보는 생각이 그로 인하여 바뀌는 것은 문제가 됩니다. 이런 일들이 개별 치과의사들이 조금씩 이익을 취하기 위해 행동한 결과가 모여서 결국 전체에 큰 마이너스 비용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읽는다면, 이를 치과 진료의 사회적 비용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누가 잘못이라고 뚜렷하게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니까요.

 

면허 취소 기준을 강화한 의료법 개정안, 소위 “의사면허취소법”도 같은 궤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의사면허취소법은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여러 문제가 있는 법이지요. 지난번 봄, 의사면허취소법을 무산시키기 위한 의료계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으며 법은 11월 20일 시행 예정입니다. 이 법 또한, 사회적 비용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 의료계가 자율규제의 방안을 가지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역사적으로 의료인 통제 권한을 보건복지부가 쥐고 있었고, 의료계는 이에 수동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의료계가 그런 상황에서도 자정을 위해 기울인 노력이 무엇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보건복지부의 용렬함을 구실로 삼아 여러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요. 시민들이 문제로 삼았던 것은 대리 수술이나 의사 성범죄 건이었습니다. 이런 사건을 의료계가 심도 있게 다루지 않았던 것이, 결국 사회적 비용이 되어 이런 악법으로 돌아온 것으로 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면허 취소는 무엇보다 큰 비용이니까요. 게다가 그런 결정이, 적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통제되는 것 또한 엄청난 비용의 증가입니다.

 

이런 일들을 다른 방식으로, 이를테면 전문직의 의무를 통해 이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비용으로 생각해 보면 우리는 윤리적 문제 상황을 재정의 관점에서 검토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다른 직업이나 분야도 그렇겠습니다만, 특히 전문직 영역에서 윤리적 수행의 무시나 방기는 결국 전체 비용의 상당한 상승으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별 영향도 없고 관심을 쓸 필요도 없는 크기의 비용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커져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된다는 점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이 자리를 빌려 몇 번이나 말씀드렸지만, 윤리의 핵심은 자율에 있습니다. 타율적인 규제가 생기는 것 자체가 비용이요, 그런 비용은 개인이 앞서 얻은 이득보다 훨씬 큽니다. 물론, 당장 발생하지 않고 나중에 돌아온다는 것이 문제입니다만, 기후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이후의 비용 또한 계산에 넣어야 함을 몸소 체험을 통해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의 윤리적 문제 또한, 비용의 측면에서 충분히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진료하시거나 치과의사로 생활하시면서 가지셨던 윤리와 관련한 질문을 기다립니다.

dentalethicist@gmail.com으로 보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