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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주도하는 디지털 헬스 혁명

Relay Essay 제2592번째
치대 교수의 CES 2024 참관기

2024년, 세상을 바꾸는 현장은 어느 곳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올해 라스베이거스의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 참석했다. 
 

종교, 윤리적으로 금지된 도박의 도시라서 씬 시티(Sin City)라고도 불리는 라스베이거스는, 간소한 행정절차로 인해 다른 곳보다 먼저 서비스를 개시하는 사례들이 많다. 간편한 결혼과 이혼 절차는 영화의 소재로도 많이 다루어졌지만, 사실 미국 최초의 비대면 원격의료가 이 곳에서 2014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CES 2024의 주제는 ‘모두를 위한, 모든 기술의 활성화(All Together, All On)’였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 친환경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최신 기술 제품과 미래 방향을 제시했는데, 놀라운 사실은 전시장 곳곳이 한국 기업과 한국 사람들로 가득했다는 것이다. 한편 디지털 헬스는 이번 전시의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였다. 
 

2020년 삼성전자 C랩에서 스핀오프한 헬스케어 스타트업 옐로시스는 소변 검사 기반 AI 건강 관리 솔루션 ‘심(Cym, Care Your Moment)702’을 전시했다. 탁유경 CEO의 설명에 따르면 변기에 설치된 소변검사기기가 케톤, 포도당, 단백질, pH, 잠혈을 측정하며 휴대폰 앱으로 이 검사수치를 전송해 실시간 건강정보를 모니터링한다. 병원에서 소변검사를 할 때 여자와 어린이, 노인은 컵에 소변을 받는 행위가 불편하고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현재는 공공화장실에서 소변 속 포도당을 간단히 측정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앞으로 가정에서 소변을 자동 측정해 건강 상태를 알려주고 건강관리 방법까지 상담해주는 제품을 출시해 소변으로 만성질환을 점검할 수 있는 스마트 화장실을 꿈꾼다고 했다. ‘화장실을 건강 관리 공간으로’ 바꾸려는 이 제품은 CES 2024 혁신상을 받았다.
 

텐마인즈는 코골이들에게 획기적인 AI 스마트 베개로 CES 2024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수면무호흡 등 수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 전송해 사용자가 코를 골면 베개의 에어백을 천천히 부풀려 머리를 부드럽게 회전시켜 기도를 확보한다. 코골이 여부와 상관없이 수면상태를 데이터로 전송-학습해 개인 맞춤형 수면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한다.
 

미국 스타트업인 님블뷰티의 님블은 네모난 상자 모양이다. 상자 안에 손을 집어 넣으면 상자 안에 있는 카메라가 손톱을 스캔하고 로봇팔이 손톱에 매니큐어를 발라 3분 뒤 매끈한 네일 아트가 완성돼 나온다. 전문적인 네일샵에 가서 매니큐어를 받더라도 평균 한 시간은 걸린다니 시간 면에서는 경쟁력이 있어보인다. AI가 다양한 손톱 모양을 학습하고 피부 경계를 구별해낸 덕분에 사람마다 모양이 제각각인 손톱을 기존 네일 아트 전문가보다 빠른 속도로 칠할 수 있다. 장비 가격은 599달러이며 실제 미국에서 3개의 업체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이용료는 7.99달러로 전문적인 네일샵에서 매니큐어를 받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나는 로마에서 본 진실의 입이 생각났다. 거짓말쟁이는 빨간 매니큐어… 착한이는 파란 매니큐어… CES 2024 혁신상을 받았다.

Healthplus.ai는 네덜란드 회사로 수술하고 난 환자를 관리하고 수술 부위 세균 감염 위험을 예측해서 수술 부작용을 줄이는 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CEO인 Bart Geerts의 설명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수술을 받는 3억 명의 환자의 25%에 달하는 7,500만 명이 수술 후 감염 진단을 받으며, 이들 중 2,500만 명에게 만성적인 문제가 발생하는데 Healthplus.ai는 머신러닝을 통해 병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개개인의 수술 후 감염 및 기타 합병증을 예측한다. 진료 과정에서 의료진의 치료 계획과 의사결정을 지원하여 의료의 질을 높이려는 시도다. CES 2024 혁신상을 받았다.
 

 

펭귄포인트는 개인 의료데이터를 사고 파는 서비스 플랫폼이다. 내 개인건강의료정보를 판다고 올리면 필요로 하는 보험회사나 기관이 사는 일종의 일종의 개인 의료데이터 당근마켓이라고 보면 된다. 포항공대 출신들이 창업한 U2medtek은 만성질환자의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 질병 예방 및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솔루션을 전시하고 있었다. 사진 속의 제품 Sweet AI는 식사 전 음식 사진을 찍으면 이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 변화를 예측/분석해주는 앱이다. 애보트가 출시한 연속혈당측정기 프리스타일 리브레와 연동한 개인별 calibration을 통해 더 정확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번 CES 2024는 당장 몇 년후에는 현실에서 이용 가능한 제품들이 인공지능을 기본으로 깔고 나왔다는 점이 주요한 특징이었다. ‘드디어 AI로 보여줄 만한 게 생겼다’는 사실은 CES 2024가 끝나자마자 공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인공지능 서비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openAI의 chatGPT가 독주하면서 다른 회사들이 LLM(Large Language Model)을 오픈소스로 무료로 풀고 있고 각각의 회사들은 이 LLM을 자사의 원천 데이터와 결합하여 혁신적인 제품을 서비스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1) 과거부터 자신만의 데이터를 축적한 기업이 2) 그 기업의 사명에 집중해서 3) 리더십을 갖고 디지털 전환을 이루고 있었다.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디지털 의료시장 역시 맞춤형 의료, 디지털화, AI화가 핵심 트렌드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은 생성형 AI가 개인의 편리함을 도와주는 정도이지만 앞으로는 비즈니스에 특화된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며 결정과 행동이 이어지는 속도가 매우 빨라질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며 데이터를 잘 이해하는 비즈니스가 미래를 선점할 것이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CES 2024에 참여한 경험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한국의 젊은이들이 스타트업 창업과 성공에 진심이라는 사실과 넓고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는 한국인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떻게 하면 한국의 치의학 교육기관과 학생, 치과의사들에게 이러한 도전 정신을 확산하고 증폭할 수 있을까? 함께 하는 도전이 세상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