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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위해 타액 기반 유전자 검사를 필수화해도 될까요?

의료윤리학자에게 물어본다(63)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가상 사례) 지금부터 그리 머지않은 미래, 한 치과가 실비보험과 제휴를 맺습니다. 해당 보험은 모든 가입자에게 타액을 통한 유전자 검사를 받도록 요구하며, 이 유전자 검사는 치주염부터 구강암까지 대다수 구강 질환 이환의 유전적 경향성을 확인합니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험은 치과 치료 보장 범위와 보험료, 심지어 가입 여부를 결정합니다. 물론, 이런 검사는 한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예방적 접근을 가능케 할 것이며 향후 구강 진료비를 줄이는 데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환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득이 될 겁니다. 이런 검사를 도입해도 될까요?


여러 번 의료윤리적 접근에서 어렵거나 모호한 부분을 강조하여 설명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명확한 결론이나 방향성이 있는 문제도 많이 있지요. 이런 이슈와 사례를 몇 가지 설명하려 합니다. 예를 들면, 위 사례에서 문제가 되는 프라이버시 이슈입니다.


사례 분석으로 들어가기 전에, 의료윤리의 전제와 접근법에 관해 다시 간략히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의료윤리는 보건의료적 상황에서 가치나 규범이 문제가 될 때, 의학, 윤리학, 법학, 사회학 등 여러 영역의 다른 생각들을 종합하여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안을 도출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의료윤리는 네 가지 원칙, 환자 자율성(환자를 존엄하게 여길 것), 선행(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고려할 것), 악행금지(해를 끼치지 말 것), 정의(차별 금지 및 정당한 자원 활용)를 도입했습니다. 모든 영역이 적어도 이 원칙에는 합의하리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또한, 개별 임상 사례를 분석하기 위해 의료윤리는 네 상자 방법을 자주 활용합니다. 네 상자 방법은 의학적 적응증, 환자 선호, 삶의 질, 맥락적 요소 네 가지 영역으로 사례에서 문제가 되는 사안을 파악하고, 이를 종합하여 최종 결론을 도출합니다. 이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으므로 이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보다, 위 사례에서 원칙과 방법을 통한 분석을 보여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먼저 원칙입니다. 환자 자율성과 관련하여, 이 유전자 검사가 환자에게 개인화된 보건의료적 접근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점은 환자의 유전 정보에 관한 자율성을 침해합니다. 선행과 관련하여, 보험은 환자에게 예방 및 치료비 감소를 제공하므로 이득이 된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이득은 환자 유전 정보가 추후 어떻게 활용될지와 관련하여 환자에게 주어질 피해 여부를 검토하여 따져야 합니다.


악행금지와 관련하여, 손쉬운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필수적, 보편적 유전자 검사는 환자가 원치 않는 자신의 유전적 경향을 알게 하거나 보험 적용과 관련한 차별을 도입하여 환자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을 지닙니다. 마지막으로 정의와 관련하여, 이런 사영 보험이 보험료 설정이나 청구와 관련하여 환자에게 불평등한 결과가 주어질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알지 못한 희소 질환의 발병 가능성이 있는 환자는 비싼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거나 보험에 가입할 수 없을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으며, 이는 해당 환자를 부당하게 대우하는 일이 됩니다.


이어서 네 상자 방법입니다. 앞에서 원칙이 보편적인 상황을 놓고 문제를 분석한 반면, 네 상자 방법은 개별 사례를 따져보기 위한 것이므로 위 사례보다 더 구체적인 내용이 덧붙여져야 하겠지요. 예컨대, 40세 남자인 K가 있다고 해 봅시다. 그는 이전에 해당 실비보험에 가입했는데 이번에 보험 약관이 변경되어 타액 기반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안내를 받은 상황입니다. 그는 구강 관리에 신경을 쓰는 편이고 최근 불편감이 없으며, 직업과 관련하여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자 하는 인식이 높습니다. 이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먼저, 의학적 적응증입니다. 타액을 통한 유전자 검사로 K의 구강질환 발생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이 발생 가능성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거나 의학적 근거로 활용되기 어려운 수준에서 제기된다면, 그 활용은 당연히 제고되어야 하겠지요. 다음, 환자 선호입니다. 주어진 내용에서 볼 때, K는 유전 정보와 관련한 프라이버시를 우선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그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검사는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어야 합니다.


다음, 삶의 질 측면에선 어떨까요. 유전자 검사 결과는 잘 설계, 조직되었다면 당연히 K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그에게 불쾌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고려되어야 하겠지요. 마지막으로, 맥락적 요소는 사례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만, 시행 과정에서 유전 정보의 유출 가능성은 없는지, K가 속한 사회는 유전자 검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등을 검토해볼 것을 요청합니다.


위 내용을 바탕으로 할 때, 본 사례에 관한 윤리적 결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반드시 검사받아야 하는 부분, 검사 결과에 따라 보험 가입 여부가 보험료에 차등이 있는 부분 등은 원칙을 위배하므로, 만약 이런 유전자 검사 연동 보험이 도입된다면 이 부분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합니다. 환자에게 명확히 의학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해도, 보험은 타액 기반 유전자 검사를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제시해야 하고, 이때 유전 정보가 어떻게 활용될지에 관하여 투명하게 고지해야 합니다.


이런 보험은 환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검사를 받지 않고 가입할 방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검사 결과와 관련하여 해당 정보를 환자에게 전달할 때 환자에게 심리사회적 피해를 주지 않도록 유의하고, 검사에 기반을 두어 환자를 차별하지 않도록 설계되어야 하지요. 유전자 검사 결과는 환자의 구강 건강 관리를 보조하여 치료 필요를 낮추는 데에 쓰여야지, 환자의 보험 가입 여부나 보험료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동해선 안 됩니다. 


현재 우리가 이런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음에도 보건의료 영역에 본격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우리는 현재 유전 검사를 통해 여러 경우에서 대상자의 질병 감수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보를 활용하여 대상자의 질병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을 확보하진 못했지요. 게다가, 여러 사적 이득 때문에 유전 정보의 제삼자 전송 및 목적 외 활용, 즉 다른 기관이나 기업에 획득한 유전 정보를 전달하거나 처음에 환자에게 승인받지 않은 목적으로 유전 정보를 활용하려는 동인이 너무 큽니다.


물론, 이 사례와 관련하여 추가로 검토할 사항이 꽤 있지만, 제한된 지면 안에서 간략히 접근하기 위해 이 정도로 줄였습니다. 프라이버시 이슈에서 유전자 검사 사례에 관한 의료윤리적 결정은 명확합니다. 어떠신가요, 생각하셨던 것과 비슷한 결론이실까요. 다른 이슈들을 통해 윤리적 접근을 같이 더 살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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