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8 (토)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이승건의 여행스케치
전남 무안 도리포와 임자도를 다녀온 후

개나리와 벚꽃이 지고나니 연산홍과 아카시아, 라일락, 개복숭아꽃이 사무실 정원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이 세상에는 사라지는 것을 대신할 생겨나는 것이 있는 모양입니다. 지난주 1박2일로 전북 끝의 서해 임자도를 다녀왔습니다. 간만에 나선 섬여행이라 드러나지 않는 기대가 가득했지요. 날씨도 쾌청했고, 가는 길도 그다지 막힘이 없었습니다. 남도 특유의 풍만한 능선과 너른 들판, 붉은 황톳길이 우리가 얼마만큼 남쪽으로 내려왔는지 알려주었습니다. 김제 평야의 황홀한 일몰은 더욱 그러했지요. 마치 농익은 홍시를 터뜨려 놓은 듯 온통 붉은 기운을 내뿜으며 저녁해는 하늘과 땅을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붉다못해 아예 은닢처럼 빛나는 저녁해 때문에 야트막한 능선위의 소나무숲은 철부지가 생각없이 그려놓은 눈썹같기도 했고, 언덕너머로 반쯤 가려진 농가를 그지없이 넉넉한 온기로 감싸기도 했답니다. 일몰이 너무 화려했었나, 정말 손톱끝 같은 초저녁달이 저녁놀 언저리에서 조용히 하얗게 뜨고 있었지요. 일요일 새벽 6시쯤 눈이 떠졌습니다. 울타리 너머 개들이 대책없이 짖어댔거든요. 정말 물어주고 싶도록 짖어댔습니다. 사람한테 물린 개. 상상이나 가시나요? 우린 마당 앞 포구로 나가 일출을 보기로 했습니다. 밤새 밀물은 조금씩 갯벌을 점령해 와 부둣가를 덮칠 듯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산들거리는 새벽 바닷바람이 좀 차기는 했지만, 부지런한 낚시꾼들은 이미 작은 배를 타고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일출. 수평선이 아닌, 저멀리 바다건너 육지에서 떠오르는 일출이었지만, 때맞춰 빠지기 시작한 썰물의 휘돌아치는 물살과, 떠오르는 태양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갈매기의 연출(?) 덕분에 우린 운치있는 일출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그 분은 어디선가 자전거를 타고 나와 소년다운 면모를 과시 하셨습니다. 여전히 멋진 모자를 쓰고 계셨지요. 임자도를 비롯한 그 인근은 온통 마늘밭과 양파밭이었습니다. 잎끝이 말라서 약간 빛바래져 보이는 연녹색의 마늘밭과, 짙푸른 양파밭이 끝간데 없이 이어져 있었으니까요. 단정하게 가리마를 탄것처럼그 녹색의 경계선은 낮은 구릉들을 따라 선을 긋고 있었습니다. 그저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연녹색과 암록색이, 그 분 말마따마 골프장 같았습니다. 그 밭 사이사이로는 정성껏 매만진 예쁜 무덤밭들이 눈에 띄었고요. 밭 한가운데서 스프링쿨러가 한가하게 물을 뿜는 모습이 우리것 같지 않았습니다. 알프스의 어느 농촌, 아님 여행카드 그림속의... 임자도는 크레용을 마구 분질러 칠해놓은 듯, 연록과 암록이 서로 다투며 붉은 땅위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그런 섬이었습니다. 지도의 서쪽 끄트머리에 작게 표시된 그 섬속에서 우린, 자연과 사람들이 빚어놓은 색의 축제를 보았습니다. 이승건 원장이 대표로 있는 트렉코리아(Trek Korea)는 96년 1월 자연, 문화, 모험의 세가지 주제를 모토로 시작된, 한국의 자연 트레킹 체험 기획^운영회사이다. 매주말 1박2일 혹은 2박3일로 전국 방방곡곡 비경을 찾아 떠나는 다양한 트레팅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Website:www.trekkorea.com Tel:02-5400-840,655 문화복지위원회 문·화·칼·럼